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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2차 가해는 아니다”는 ‘박원순 다큐’ 감독의 궤변

입력
2023.05.12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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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홈페이지 캡처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홈페이지 캡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지지자들의 일방 주장을 담아 제작 중인 다큐멘터리 감독이 ‘2차 가해’ 논란에 대해 “1차 가해부터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1차 가해(성추행)가 없었기 때문에 2차 가해 비판은 애초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이 모두 성희롱을 인정했는데, 이 무슨 궤변인가.

인권위는 6개월간 조사 끝에 박 전 시장의 성적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법원은 이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유족 측의 행정소송에서 인권위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어제 다큐 감독 김대현씨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큐 제작이) 박 전 시장이 일방적 주장에 의해 성희롱범으로 낙인찍혀 있어 인권위 직권 조사에서 보장받지 못했던 방어권을 행사하는 의미”라고 강변했다. 당시에는 사회 분위기상 반론 한마디 할 수 없어서 인권위와 법원이 허술한 결론을 내렸으니 이제라도 변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건 맹목적인 지지자들의 폭력에 가깝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상황을 보면서 누가 감히 권력자의 성폭력을 고발할 수 있겠느냐”며 “가해자를 두둔하는 지지자들에 의해서 2차 가해는 마치 두더지 게임에서 끊임없이 튀어 올라오는 두더지 머리통 같다”고 적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미투 사건’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피해자는 아직도 2차 가해에 시달린다.

더욱 심각한 건 “1차 가해에 대한 의문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큐가 던지려고 하는) 질문 자체가 2차 가해는 아니지 않으냐”는 김씨의 인식이다. 피해자에게 잊고 싶은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질문은 그 자체로 2차 가해가 맞다. 학교폭력 가해학생 친구들이 징계가 부당하다며 가해자를 두둔하는 일방 주장을 학교방송에서 틀어댄다면, 이게 정말 2차 가해가 아니라고 보는가. 박 전 시장의 명예를 더 훼손하고 진보진영 전체를 욕먹게 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다큐 제작을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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