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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우크라 '봄 대반격'… "압박감에 지연 계속, 시간은 러시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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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우크라 '봄 대반격'… "압박감에 지연 계속, 시간은 러시아 편"

입력
2023.05.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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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반격 실패 시 동맹국 지원 약화될 것" 우려
'장기전 대비' 러시아, 여론전에 추가 징집 추진
"크림반도 공격, 전황 바꿀 유일한 변수" 전망

지난 1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부흘레다르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전투에 대비해 탄약을 정비하고 있다. 부흘레다르=AP 뉴시스

지난 1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부흘레다르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전투에 대비해 탄약을 정비하고 있다. 부흘레다르=AP 뉴시스

우크라이나가 공언해 온 '봄철 대반격'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주요 외신들도 "대반격 성과에 대한 부담감이 우크라이나를 짓누르고 있다"며 비관적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을 1년 이상 버텨낸 만큼, 올봄엔 전세를 뒤집겠다던 호언장담이 결국 희망 사항에 그치는 결말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다. 러시아는 독자적으로 장기전을 수행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앞으로도 서방 세계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우방 진영에 돌발 변수라도 발생할 경우, 우크라이나로선 '군사대국' 러시아와 홀로 맞서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 국방 "반격에 대한 기대감, 과대평가됐다"

지난달 17일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수도 키이우에서 진행된 AP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언제든 러시아에 대반격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지난달 17일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수도 키이우에서 진행된 AP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언제든 러시아에 대반격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봄철 대반격에 대한 부담감은 우크라이나군 수장 올렉시 레즈니코프 국방장관의 발언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레즈니코프 장관은 지난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우방국들 사이에서 (봄철) 대반격에 대한 기대감이 과대평가되고 있다"며 "(현재로선) 그게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대반격 지연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 내 분위기를 전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속내다.

레즈니코프 장관은 대반격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서도 소극적 발언을 이어갔다. 얼마 전만 해도 "대반격으로 러시아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히고 영토를 수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던 모습과는 달리, 이번엔 "(봄철 대반격은) 전체 전쟁으로 보면 일부 이야기일 뿐"이라고 밝혔다. 애써 의미를 축소한 것이다.

주요 외신들도 이 같은 분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NYT는 "우크라이나의 동맹국들은 봄철 반격을 그동안 이 나라에 쏟아부은 군사적 지원 등이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시험대로 여긴다"며 "우크라이나가 엄청난 단기적 압박감을 느끼는 이유"라고 전했다. 대반격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우방국 내 부정적 여론이 생길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는 뜻이다.

"크렘린,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라 믿을 것"

지난 3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이 오는 9일 열리는 전승절 열병식 준비로 폐쇄돼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지난 3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이 오는 9일 열리는 전승절 열병식 준비로 폐쇄돼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가 마냥 '시간 끌기' 전략을 택하기도 어렵다. 전쟁 물자와 병력을 지원한 우방국의 눈치도 있지만, 러시아가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가 바로 '전쟁 장기화'인 탓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오는 9일 전승절 기념행사를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도 대대적으로 개최하는 등 장기전에 대비한 여론전을 이미 시작했다고 WP는 전했다. 또 러시아는 최근 '디지털 동원령'이 가능하도록 국내법도 수정했다. 병력 동원과 전쟁 물자 수급을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활용해, 전쟁을 길게 이어가면서 우크라이나를 무력화하려는 목적이다.

'최대 동맹' 미국의 정치 지형 변화 여부도 우크라이나에 조급함을 안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내년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을 통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이라도 한다면, 전쟁의 방향은 급변할 수 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결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장악할 것"이라는 말로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 내 여론 추이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선 레이스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한발 물러설 수 있다.

미국외교협회의 토머스 그레이엄 연구원은 NYT 인터뷰에서 "2024년 미국인들이 장기적으로 어느 편에 설지는 불분명하다"며 "크렘린(러시아)은 시간이 자기들 편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반격 핵심이자 최대 변수는 '크림반도'

지난 2월까지만 해도 군사시설이 전무했던 크림반도 서부 비티노 해안(왼쪽 사진)에 지난달 러시아군이 건설한 참호와 군사 시설이 들어서 있다(오른쪽).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지난 2월까지만 해도 군사시설이 전무했던 크림반도 서부 비티노 해안(왼쪽 사진)에 지난달 러시아군이 건설한 참호와 군사 시설이 들어서 있다(오른쪽).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우크라이나가 선택할 수 있는 대반격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크림반도'를 중심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가장 유력한 공략법은 남부 자포리자 원전 지역을 기습해 수복한 뒤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본토를 잇는 두 개의 다리를 끊어, 크림반도를 러시아로부터 고립시키는 전략이다.

두 번째 옵션은 육·해군 전력을 총동원해 크림반도의 두 다리와 해안 지역을 직접 공략하는 방식이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크림반도 쪽으로 러시아군의 시선을 돌린 뒤 동부 지역 수복에 전념하는 전략도 가능할 것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유라시아 책임자인 막스 버그만은 WP 인터뷰에서 "크림반도가 폭격을 받는 것 자체를 러시아인들은 '군의 실패'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크림반도만이 잠재적으로 현 전황을 바꾸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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