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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라진 자리를 '반대의 악순환'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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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라진 자리를 '반대의 악순환'이 차지했다

입력
2023.05.09 15:00
수정
2023.05.09 17:4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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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협치 않는 윤 대통령 국정운영 스타일
여야, 내년 총선 염두 '지지층 결집' 올인

윤석열 대통령이 5월 4일 용산 대통령실 앞마당에 조성된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5월 4일 용산 대통령실 앞마당에 조성된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정치가 실종됐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에 대해 정치권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평가 중 하나다. 의회뿐 아니라 정치 경험이 일천한 '최초의 0선·검사 출신 대통령'이 등장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바였다. 그럼에도 여소야대 불리한 정치지형 속에 0.73%포인트 차이라는 '역대급 신승'을 거둔 윤석열 대통령은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 필요한 여야 협치나 국민 통합에 손 내미는 데 지나치게 인색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정부·여당 견제를 명분으로 의석수를 앞세워 입법 강행에 나섰고, 이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민주당이 민생 해결을 위한 대화와 타협보다 자기편만 바라보며 상대에 반대하는 정치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당도 야당도 싫다"는 무당층이 급증하는 배경이다.

"싸우더라도 물밑서 대화하는 문화 사라져"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4월 13일 다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으나 결국 부결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4월 13일 다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으나 결국 부결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요즘 정치에선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 회의장에서 언성 높여도 야당과 물밑에서 대화하고 접점을 찾던 문화 자체가 사라진 듯하다"며 "일단 서로 반대부터 하고 본다"고 했다. 쟁점 법안을 두고 여야가 토론과 협의를 이어 나가는 대신 극단적으로 거부하고 반대 입장만 내세우는 분위기가 만연해졌다는 것이다.

일단 상대에 반대부터 하는 모습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뿐 아니라 집권여당인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특히 국민의힘에선 내년 총선에서 야당보다 단 1석이라도 더 얻어 '여소야대' 구도를 깨지 못한다면 윤석열 정부 남은 기간 내내 국정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에 갈등 해결을 위해 야당과 머리를 맞대기보다 '총선 승리'만을 위해 대야 공세에 앞장서며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尹 국정운영 스타일, 협치 폭 줄여

여야 간 극한대립은 '승부사' 기질을 가진 윤 대통령의 리더십, 대통령실과 여당 간 수직 관계의 영향이 크다. 윤 대통령은 집권 초반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에서도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가겠다"며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선 행사 취지에 걸맞지 않은 '사기꾼' '돈에 의한 매수' 등 격한 표현으로 야당을 겨냥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이 정치적 부담을 느껴 온 거부권 행사에도 거침없다. 지난달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이어 조만간 간호법 제정안과 본회의에 직회부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거대 의석으로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는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이지만, '야당 입법 강행→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재표결 부결' 악순환을 반복하며 '비토크라시(거부적 민주주의)'만 고착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윤 대통령은 본인이 목표를 정하고 관료들에게 어느 정도의 재량권을 부여하는 지시적 위임형"이라며 "참모들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부여한 '협상형'으로 나아가야 여야 협치의 폭이 넓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여야, 입법 볼모 총선 앞 '진영 결집' 경쟁

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 협치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경쟁상대였던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 요구해 온 단독 회동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동할 경우 검찰 수사 등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나서서 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까지 '비토크라시' 정국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30% 박스권'에 몇 개월째 갇혀 있는 것은 외연 확장에 실패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과 타협하는 것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뺏기는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행정권력에 이어 의회권력을 국민의힘이 독점하는 것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필사적으로 견제론을 외치고 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정치권이 민생을 위한 입법을 볼모로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하고 있는 셈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윤 대통령이 대화와 양보하려는 자세를 먼저 보여야 국민을 위한 정책 추진이라는 명분에 힘이 실리고, 야당도 따라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그렇지 않다면 남는 것은 의정 마비와 갈등, 물리적 충돌뿐"이라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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