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아시아 쿼터 트라이아웃 연습 경기 제주 현장
몽골 출신 바야르사이한·에디, 프로 지명 목표로 6년 기다림
2023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부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연습경기가 진행 중인 26일 제주 한라체육관. 몽골과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서 모인 24명의 젊은이가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실력을 펼치고 있었다. 이들은 ‘코리안 드림’을 목표로 V리그 7개 팀에 도전장을 낸 20대 초중반의 ‘꽃 청춘’들이다.
이들 중 몽골 출신의 바야르사이한(25ㆍ인하대ㆍ197㎝)과 에디(24ㆍ성균관대ㆍ198㎝)는 대학 배구팬들에겐 이미 잘 알려진 선수다. 소속 팀에서도 핵심 전력이다. 이번 트라이아웃엔 미들블로커로 지원했지만, 두 선수 모두 준수한 높이를 바탕으로 윙 공격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친구 사이인 이들은 6년 전인 2017년 1월 한국 땅을 밟아 순천제일고 3학년에 편입한 뒤 1년을, 이후 어학당에서 또 1년을 보내며 한국어 공부를 했다. 그리고 어학 자격증(한국어능력시험 3급 이상)을 취득한 뒤 2019년 각각 인하대와 성균관대로 진학해 본격적으로 배구 실력을 갈고닦았다. 바야르사이한은 연습경기 후 “생각보다 실력 좋은 선수들이 많이 참가했다”며 긴장을 풀지 않았다. 에디도 “초반엔 긴장이 많이 됐다. 하지만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기술을 가진 선수들과 경기를 하니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2022년 남자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무산됐다. 당시 일반 귀화 자격 요건은 ‘5년 이상 거주’. 하지만 지난해 말 ‘소득세 납부 실적’ 등이 귀화 조건에 추가되면서 대학생 신분이었던 이들은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없었고, 지난해 9월 진행된 신인드래프트 명단에도 오르지 못했다.
무려 5년 동안 V리그만 바라봤던 이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바야르사이한은 “잠시 고향에 다녀왔는데 (인하대) 감독님께서 ‘드래프트에 참가 못 하게 됐다’고 하셨다. 그것(프로 입문)만 바라보고 운동했는데 속으로 너무 많이 힘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일단 ‘실력을 갈고닦으면서 기다려 보자’고 마음먹었는데 마침 올해 기적 같은 기회가 생겼다”며 엷은 미소를 띠었다.
두 선수 모두 유창한 한국어로 인터뷰를 진행할 정도로 한국어는 물론 한국 문화까지 완벽히 녹아든 상태다. 이 역시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뱌야르사이한은 “처음엔 의사소통이 아예 안 됐지만, 지금은 (인하대) 동료들과도 잘 지낸다”고 어필했다.
에디의 경우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과 ‘성균관대 사제지간’이기도 하다. 에디는 “김상우 감독님과 연습경기 현장에서 만났다. 배구를 기초부터 가르쳐주신 선생님이다. ‘몸 어떠냐.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셨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 V리그 돌풍을 일으킨 임성진(24ㆍ한국전력)과도 대학 선후배 사이다. 에디는 “(임성진을) 같은 팀에서 만나도 좋고, 상대 팀으로 만나도 많이 반가울 것 같다”며 웃었다. ‘1순위 지명’ 가능성에 대해선 “사람이다 보니 조금은 있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25, 26일 진행된 연습 경기에서 바야르사이한과 에디의 실력은 군계일학이었다. 실제로 프로 구단의 상위권 지명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바야르사이한은 그러나 “일본 국가대표 출신인 이세이 오타케(28ㆍ202㎝ㆍ아포짓) 선수는 참가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참가했다. 역시 실력이 좋더라”고 경계했다. 에디도 “연습경기에서 내 기량의 60%만 보여준 것 같다. 더 잘해야 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만큼 이번 아시아쿼터는 이들에게 간절하고 절실한 기회의 장이다.
“제 인생에 가장 큰 의미죠. 지난 6년 동안 집을 떠나 멀리서 고생한 것도 이 때문이거든요. 다른 선수들도 잘해서 부담되지만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 보여서 꼭 꿈을 이룰래요.” (바야르사이한)
“프로 지명은 제 인생의 많은 꿈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한국에 온 목표이기도 합니다.” (에디)
프로배구에 올 시즌 처음 도입한 아시아쿼터 남자부 트라이아웃은 27일 제주 썬호텔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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