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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새로운 무기체계 시험"... 軍, 고체연료 ICBM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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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새로운 무기체계 시험"... 軍, 고체연료 ICBM에 무게

입력
2023.04.13 19: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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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제시한 주요 국방과업
신속 발사 가능해 킬체인 무력화 우려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가 등장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가 등장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13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쐈다. 그런데 군 당국의 평가가 이례적이다. "지금까지의 체계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미사일을 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무엇이 새로울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고체연료를 장착해 발사한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ICBM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어 용납할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통한다. 여기에 고체연료를 결합한다면 신속하고 은밀하게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탐지자산으로 사전 징후를 포착하기 어렵다. 한미 양국이 가장 우려하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결합한 '궁극의' 미사일인 셈이다.

軍 “北 새로운 무기체계 시험”... 과거에 없던 제원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 23분쯤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쐈다. 정상각도(30~45도)보다 방향을 높인 고각으로 발사해 1,000㎞를 날아갔다. 최대 고도는 3,000㎞로 탐지됐다.

합참은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쐈다"고 밝혔다. '중거리급 이상'이라고 애매한 표현을 사용한 건 중거리 또는 장거리미사일이라는 의미다. 사거리 5,500㎞를 기준으로 중거리와 장거리를 나누는데, 이번 미사일을 정상각도로 쐈다고 가정할 때 약 5,500㎞ 거리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ICBM 직전 단계의 성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상 고각발사로 1,000㎞를 날아가면 ICBM 4,000~6,000㎞의 정점고도를 보인다”며 “이번 고도 3,000㎞는 ICBM급으로 보기엔 좀 낮고, 중거리로 보기엔 다소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군 당국은 미사일 발사 특성과 궤적 형태를 추가 분석한 결과, ICBM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의 발사 각도 등을 의도적으로 조절해 성능 시험에 나선 것으로 추정할 만한 대목이다. 북한이 4월에 쏘겠다고 공언한 정찰위성 발사 준비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합참 관계자는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초기 단계의 시험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체연료 사용하면 사전 탐지 힘들어

북한이 중거리급 이상의 새로운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13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PAC-3)이 배치되어 있다. 평택=뉴시스

북한이 중거리급 이상의 새로운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13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PAC-3)이 배치되어 있다. 평택=뉴시스

군 당국은 발사 당시 정황을 근거로 액체연료보다 고체연료에 힘을 싣고 있다. 촛불처럼 화염이 모이는 액체연료 미사일과 달리 고체연료를 쓰면 화염이 주변으로 퍼지는데 이런 장면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 관계자는 “최근 열병식 때 공개한 여러 무기체계 중 하나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2월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때 고체연료 기반 ICBM을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ICBM에 장착할 고체연료의 성능을 높이는 데 부쩍 공을 들였다.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에이태큼스(KN-24)’와 초대형방사포(KN-25)등 대남위협용 단거리탄도미사일 3종에 대해서는 이미 고체연료 장착을 끝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은 건 ICBM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40tf(톤포스ㆍ140톤 중량을 밀어올리는 추력)에 이르는 ICBM 고체연료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고체연료 ICBM' 개발은 김 위원장이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 과업에 속한다.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임무인 셈이다.

최종 목표는 ‘괴물 ICBM’ 고체연료화

북한의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이틀 앞둔 13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의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이틀 앞둔 13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액체연료 미사일은 발사에 앞서 연료 운반과 주입 과정을 거친다. 반면 고체연료 미사일은 미리 장착해 바로 쏘기 때문에 준비시간이 훨씬 짧다. 또한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쏠 경우 징후를 포착하기 어렵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사전 탐지해 선제타격으로 무력화하는 '킬 체인'(kill chain)이 무력화될 수 있는 것이다. 군 당국은 이날 발사에 TEL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번 발사가 성공이라면, 고체연료 미사일이 단거리를 넘어 ICBM으로 가는 첫 관문을 넘어선 만큼 북한은 성능개량을 위해 추가 도발에 나설 전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ICBM 발사 패턴을 감안하면 순차적으로 3회는 쏠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번에는 더 높은 고각으로 발사해 ICBM급 위력을 보여주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ICBM으로 평가돼 '괴물'로 불리는 화성-17형에 고체연료를 장착하는 것이 북한의 최종목표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발사 직후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심각한 도발이라고 규탄했다. 아울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를 바탕으로 한미·한미일 정보공유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등 연락 채널을 일방적으로 끊은 지 6일 만이다. 그사이 북한은 잠항거리가 향상된 핵어뢰(수중핵무인공격정) '해일-2형' 수중폭파시험을 비롯한 무력시위를 지속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전쟁억제력을 더욱 공세적으로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하라"고 지시하며 남한 지도에서 수도권과 평택 주한미군기지를 가리키는 등 대남 위협을 노골화했다.

북한은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앞두고 있다.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연례행사다. 합참 관계자는 “김일성 생일을 맞아 핵무력을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한미 확장억제력에 대한 반발 차원의 미사일 도발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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