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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기밀문건 유출자, 과시욕 넘치는 '군 기지 근무' 20대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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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기밀문건 유출자, 과시욕 넘치는 '군 기지 근무' 20대 남성"

입력
2023.04.13 21:00
수정
2023.04.13 22:5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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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디스코드 채팅방 회원 2명 인터뷰해 보도]
닉네임 'OG', 2020년 방 개설... 작년 말 첫 유출
공개 문건 일부, '제3자'가 조작해 유포했을 수도
OG "모든 정보 삭제" 말한 뒤 잠적... FBI, 추적 중
NYT "새 기밀문건 27쪽 추가 발견... 러 내분 정황"

12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미국 기밀문건 최초 유출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디스코드' 대화방에서 함께 활동했던 회원 두 명과의 인터뷰 영상을 모자이크 처리해 공개했다. WP 홈페이지 캡처

12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미국 기밀문건 최초 유출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디스코드' 대화방에서 함께 활동했던 회원 두 명과의 인터뷰 영상을 모자이크 처리해 공개했다. WP 홈페이지 캡처

미국 기밀문건 유출 사태의 용의자는 '과시욕이 강하고, 미국 군사기지에서 근무해 온 20대 남성'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현재로선 특정 국가의 스파이라기보다는, 소규모 그룹에서 고급 정보 취득 사실을 뽐내고 싶어 했던 '평범한 미국인'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를 강타한 이 사건은 미국의 '보안 사고'에 가깝다는 얘기다.

"기밀 자랑에도 반응 없자 '문서 파일' 대량 유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돌고 있는 미국 국방부의 기밀문건 중 한국과 관련된 부분. SNS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돌고 있는 미국 국방부의 기밀문건 중 한국과 관련된 부분. SNS 캡처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기밀문건 첫 유포지인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의 비밀 대화방 소속 회원 두 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유출자'의 구체적 사항을 보도했다. '서그 셰이커 센트럴'이라는 이름의 채팅방에서 닉네임 'OG'로 활동했던 인물로, "20대 초중반이며, 미국 군사 기지에서 일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한다. OG가 △군인인지, 민간인인지 △군 기지에서 어떤 직책·역할을 맡았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WP에 따르면, OG는 채팅방에서 '방장' 역할을 했다. 2020년 유튜브 군사장비 채널에서 만난 10대 게임 마니아 24명과 함께 대화방을 만든 그는 초창기엔 "근무 중인 군 기지에서 가져온 정보"라는 설명과 함께, 자신이 파악한 각종 기밀을 요약해 회원들에게 알려 줬다. 고위 정치 지도자 동선 등 극비 사안도 있었다.

그러나 회원들은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OG가 '중요한 기밀 정보'라고 수차례 강의까지 했지만, 전문 용어가 많은 요약본 기밀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화가 난 OG는 지난해 말부터 "반응이 없으면 중단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 기밀문건 촬영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공격 러시아 미사일 위성 분석 이미지를 포함, 최근 큰 논란을 부른 △이집트의 러시아 로켓 지원설 △러시아 용병그룹의 튀르키예 접근설 등의 문건도 이때 게시됐다.

회원들은 열띤 호응을 보냈다. 신이 난 OG는 일주일에 몇 차례씩 기밀문건을 공유했다. 당시 그는 "여러분이 하지 말아야 할 건 한 가지다. 기밀문건과 비밀에 대해 발설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팅방에서 OG는 '선지자 같은 지도자'로 추앙받았다. 한 회원은 "OG는 강한 데다, 총도 있고 훈련도 받았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모든 걸 갖췄다"고 말했다. WP는 "젊고 카리스마 넘치는 총기 애호가"라고 표현했다.

"OG 공유 기밀문건, 2월 말부터 퍼져"

'디스코드' 로고와 헤드셋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디스코드' 로고와 헤드셋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OG의 '일탈'이 소그룹을 벗어난 건 2월 28일쯤이다. 대화방의 한 회원이 기밀문건 수십 쪽을 다른 디스코드 서버에 게시한 것이다. 지난달 4일 또 다른 디스코드 서버에도 추가 업로드됐다. 그리고 다음 날, 텔레그램과 4Chan, 트위터 등에도 퍼졌다.

다만 공개된 모든 기밀문건이 OG가 유출한 '원본'과 동일한지는 불확실하다. 제3자가 '의도'를 갖고 일부 내용을 조작한 뒤 유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WP는 "3월 1일 우크라이나 전황 업데이트 이미지는 OG가 (채팅방에) 올린 첫 버전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도 "유출 문건 대다수가 미국 정부 문서 양식과 같은 건 맞다"면서도 "일부는 수치 등 정보가 조작됐다"고 밝혔다. 채팅방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국적을 가진 외국인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OG는 잠적한 상태다. WP와 인터뷰한 디스코드 회원들은 "(이달 초) 문건 유출 보도 직후 OG가 '나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숨기고 삭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게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이어 "OG는 특정국 스파이도, 반정부 인사도, 내부고발자도 아니다. 그저 우리의 친한 친구였다"며 그의 실명과 위치 등의 공개를 거부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OG의 행방을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13일 "새로운 기밀문건 27쪽이 추가 발견됐다"며 "미 정보기관이 통신 감청으로 수집한 정보들로 2월 28일 작성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사상자 수를 조작해 발표한 정황이 담겼는데, 러시아 기관들 간 의견 다툼이나 내분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이 역시 시점상 OG의 유출본과는 다른 버전일 공산이 크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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