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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세대 30대'는 왜 진보에 돌아섰나?

입력
2023.04.15 07:00
수정
2023.04.15 08:1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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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자기주장만 펼치는 시대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찰력’(인사이트)이 아닌 ‘기존 틀을 깨는 새로운 관점’(아웃사이트)이 필요합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이 격주로 여러 현안에 대해 보수와 진보의 고정관념을 넘은 새로운 관점의 글쓰기에 나섭니다.


오늘의 화두는 ‘30대의 변심’이다. 30대의 변심을 탐구하는 이유는 2012년 대선과 2022년 대선을 비교할 때 가장 흥미로운 변화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비교 자료는 2012년 방송3사 출구조사와 2022년 방송3사 출구조사를 활용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가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가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2년 대선과 2022년 대선은 모두 양자 구도였다. 마침 그 기간이 딱 10년이다. 2012년 대선에서 20세, 30세, 40세였던 사람은 2022년 대선에서 모두 30세, 40세, 50세가 됐다. 2012년 대선과 2022년 대선의 세대별ㆍ성별 투표 성향을 비교하면 연속성과 차별성을 찾아낼 수 있다.

2012년 대선은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양자 구도였다. 최종 득표율은 박근혜 후보 51.6%, 문재인 후보 48.0%였다. 3.6%포인트 격차로 박근혜 후보가 승리했다. 2012년 대선은 세대 구도가 뚜렷했다. 당시 출구조사에 의하면 20대와 30대의 경우 약 66% 비율로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박근혜 후보를 찍은 20대와 30대 비율은 약 33% 수준이었다. 말 그대로 더블 스코어였다.

2012년 대선에서 2030세대의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는 연령별ㆍ성별 요인을 세분화한 조사에서도 같다. 당시 출구조사에 의하면 20대 남성은 62.2%, 20대 여성은 69.0%, 30대 남성은 68.1%, 30대 여성은 65.1%가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20대와 30대는 세대적 동일성이 더 강했다. 20대 남성과 20대 여성, 30대 남성과 30대 여성이 젠더(성별) 요인에 의해서 투표 성향이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2012년 대선을 기억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모두 아는 내용이다.

2022년 3ㆍ9 대선은 세대 구도와 젠더 구도가 뒤섞이는 양상이었다. 한국 정치사에서 젠더가 중심 변수인 적은 없었다. 2021년 4ㆍ7 재보선이 처음이었다. 2022년 3ㆍ9 대선도 그 연장이었다. 2022년 3ㆍ9 대선의 출구조사에 의하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20대와 30대에서는 서로 엇비슷하게 득표했다. 20대에서는 47.8%(이), 45.5%(윤) 구도였다. 30대에서는 46.3%(이), 48.1%(윤) 구도였다. 격차는 미미했다. 40대와 50대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압도적 우위였다. 60대와 70대 이상에서는 윤석열 후보의 압도적 우위였다. 여기까지 이야기도 2022년 대선을 기억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모두 아는 내용이다.

우리는 그간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이 모두 윤석열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이유를 젠더 요인으로 생각했다. 이를테면 ‘젠더 가설’이었다. 30대 남성 역시도 ‘젠더 가설’로 설명했다.

2022년 대산 당시 이재명 대선후보와 윤석열 대선후보가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대산 당시 이재명 대선후보와 윤석열 대선후보가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대 남성’ 변심 아닌 ‘30대 전체’의 변심

30대 남성의 변심을 젠더 가설로 설명하는 것은 타당할까? 그렇지 않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30대 남성’만 변심한 것이 아니라 ‘30대 여성’도 변심했다. 이 부분이 그간 덜 알려졌던 부분이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은 20대 남성과 20대 여성, 그리고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찍은 30대 남성과 30대 여성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2012년 대선과 2022년 대선은 딱 10년 격차였고, 두 선거 모두 양자 구도였다.

2012년 대선에서 20대의 65.8%가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10년 이후 2022년 대선에서 30대의 46.3%가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 19.5%포인트가 줄었다. 2012년 대선에서 30대의 66.5%가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10년 이후, 2022년 대선에서 40대의 60.5%가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 7.1%포인트가 줄었다. 2022년 대선 기준으로 30대는 변동폭이 매우 크다. 40대는 줄어들긴 했으나 변동폭이 아주 크진 않다.

연령별-성별 교차분석에서는 어땠을까? ‘젠더 가설’이 맞다면 30대 남성에서는 팍 줄었어도, 30대 여성에서는 비슷했어야 한다.

2012년, 2022년 대선 득표율 차이. 송정근 기자

2012년, 2022년 대선 득표율 차이. 송정근 기자


성별, 세대별 기준 대선 득표율 차이

성별, 세대별 기준 대선 득표율 차이

2012년과 2022년 대선의 연령별ㆍ성별 교차분석을 비교하면, 결과는 매우 놀랍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은 비율은 20대 남성 62.2%, 20대 여성 69.0%였다.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찍은 비율은 30대 남성 42.6%, 30대 여성 49.7%였다. 10년 전 대선과 비교할 때 30대 남성의 감소폭은 19.6%포인트였다. 30대 여성의 감소폭도 19.3%포인트였다. 30대 남성과 30대 여성 모두 약 20%포인트 정도 덜 찍었다. ‘30대 남성의 변심’이 아니었다. 애초부터 ‘30대의 변심’이었다. 20대 남성이 윤석열 후보를 찍은 것은 젠더 요인이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30대 남성은 젠더 요인 때문이 아니었다.

80년대생, ‘두 번째’로 진보적인 세대

둘째, 30대는 보수적이어서 윤석열 후보를 찍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10년 단위 세대 구분에 의하면 30대는 두 번째로 강한 진보적인 성향이다. 2022년 대선에서 30대는 만 나이를 기준으로 1982년~1992년생이었다. 1980년대생이 주축이다. 배진석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의 ‘86세대와 세대효과의 종언, 1992~2002 대선 분석’이라는 워킹페이퍼에는 세대별 이념 성향이 정리되어 있다.

스스로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을 보면 1970년대생은 34.1%다. 가장 높다. 두 번째는 1980년대생이다. 32.5%다. 세 번째는 1960년대생이다. 25.2%다. 0점에 가까울수록 진보적, 10점에 가까울수록 보수적으로 구분할 경우 1970년대생의 주관적 이념 척도는 4.79점이다. 1980년대생의 이념 척도는 5.02다. 1960년대생의 이념 척도는 5.15다. 모든 세대의 전체 평균은 5.28이다. 1970년대생이 가장 진보적이고, 1980년대생이 그다음으로 진보적이다. 1960년대생은 평균보다 살짝 높게, 세 번째로 진보적이다.

세대별 주관적 이념 인식. 송정근 기자

세대별 주관적 이념 인식. 송정근 기자

1960년대생이 세 번째로 진보적인 것이 뜻밖일 수 있다. 그 이유는 대학 진학률과 깊은 관련이 있다. 1980년대 대학 진학률은 약 30%였다. 4년제 대학을 기준으로 보면 약 20%였다. 학생운동이 퇴조기였던 90년대 학번들이 80년대 학번보다 더 진보적인 성향인 이유는 대학 진학률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학생운동의 에너지는 아직 남아 있던 시기다. 주관적 이념 척도에서 ①1970년대생 ②1980년대생 ③1960년대생의 순서대로 진보적인 이유다.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을 ‘같은 묶음으로’ 접근하는 것은 애초에 잘못된 접근이었다. 20대 남성의 윤석열 후보 지지는 젠더 요인으로 설명 가능하다. 그러나 30대 남성의 변심은 젠더 요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게다가 30대 남성은 ‘진보적’이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30대의 변심’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세습 자본주의 세대, 친진보ㆍ탈민주ㆍ비국민의힘 유권자

이에 대한 흥미로운 가설은 최근 출간된 고재석의 ‘세습 자본주의 세대’가 제시하고 있다. 저자 고재석은 신동아 기자로 1986년생이다. ‘세습 자본주의 세대’는 1980년대생이 겪었던 생각의 역사를 흥미롭게 서술한다. 30대 남성은 20대 남성과 묶일 수 없고, 여성을 포함한 ‘30대의 변심’(1980년대생의 변심) 역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고재석에 의하면, 30대는 친(親)진보ㆍ탈(脫)민주ㆍ비(非)국민의힘 유권자다. 매우 흥미로운 규정이다. 30대는 청소년과 대학 시절 ‘진보적 문화’의 자기장(磁氣場)에서 성장했다. 가장 강렬한 기억은 2002년 월드컵과 2002년 노무현 열풍이다. 그리고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다.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기억은 ‘월드컵 거리응원’의 해방감과 비슷한 것으로 저장돼 있다. 탈권위 혹은 해방된 그 무엇이다. 유시민, 홍세화, 진중권, 우석훈 등 ‘진보논객 전성시대’의 영향을 받으며 청소년과 대학 시절을 보냈다. 대학교 때는 총학생회 선거에서 비운동권을 뽑기 시작했다. 학생운동 퇴조기였고 남아 있는 학생운동은 친북 성향의 경기동부 계열이 많았기 때문이다. 30대 초중반의 기간은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과 겹친다. 동시에 부동산 가격 폭등기와 겹친다.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①부동산 가격 폭등 → ②대출 규제 → ③부동산 임대차 3법을 3연타로 맞으면서 분노한 세대다. 결혼은 했는데 집을 구하지 못하게 된 세대다.

2024년 4월 총선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최대 약점은 무엇일까? 경제와 청년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한 축으로는 전열 정비, 다른 한 축으로는 경제와 청년을 전면에 내걸어야 한다. 청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타깃은 ‘30대의 변심’을 다시 되돌리는 것이다. 반대로 국민의힘 역시 경제와 청년이 승부처가 될 것이다.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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