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투기, 러시아 미사일에 격추돼 전면전 갈 뻔
미국 비밀 문건 유출 파장이 전 세계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반기를 든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스라엘이 들썩였다. 지난달 흑해 상공에서 영국 정찰기가 러시아에 격추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세계 전쟁으로 커질 뻔했다는 내용도 문건에 포함돼 있다.
"이스라엘 모사드, 반정부 시위 지지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유출된 국방부 '일급 기밀' 문건에 지난 2월 모사드 고위급 인사들이 "새로운 이스라엘 정부(지난해 12월 재집권한 네타냐후 정권)가 제안한 사법 개혁에 항의하도록 (공직자와 국민을) 부추겼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올해 초 사법부를 무력화해 정권 거수기로 만드는 '사법 정비'를 추진했다가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최근 후퇴했다. 모사드는 대외적으로는 침묵을 지켰다. 문건 내용이 사실이라면, 모사드가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해 사실상 반역을 시도했다는 얘기가 된다. 정보기관의 국내 정치 개입은 국제적 금기다. 네타냐후 정권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9일 성명을 통해 해당 문건이 "전혀 근거가 없는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지만, 진화될지는 미지수다. WP는 "이번 정보는 이스라엘의 역사적·정치적 불안에 더욱 불을 붙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이스라엘 학자인 나탄 삭스는 "사실이라면 이스라엘은 전례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서 "모사드가 현직 총리에 반대하는 조직을 구성했다면 커다란 파장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사일 오작동이라고 했는데… '거의 격추될 뻔한' 영 전투기
문건에는 지난해 9월 29일 크림반도 연안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영국 정찰기를 거의 격추할 뻔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실제 격추됐다면 집단방위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의 전면전이 불가피했다. 미국의 핵무기를 공유하는 나토는 회원국이 군사 공격을 받으면 맞대응하게 돼 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지난해 10월 하원에서 "러시아 전투기 Su-27 두 대가 흑해 상공 국제 공역에서 영국의 RC-135기를 가로막았으며, 그중 한 대가 무모하게 15피트(약 4.5m)까지 접근했다"고 해당 사건에 대해 보고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 전투기 한 대가 멀리서 미사일 1기를 발사했다"면서도 "기술적 오작동"으로 원인을 돌렸을 뿐 '격추될 뻔한' 상황은 언급하지 않았다. 확전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의 '의도된 공격'이 아니라고 평가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WP는 "서방이 러시아와 직접 충돌하지 않기 위해 균형 유지에 힘썼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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