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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음료 18병 유통… 배후는 중국 거주 보이스피싱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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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음료 18병 유통… 배후는 중국 거주 보이스피싱 조직

입력
2023.04.09 17:50
수정
2023.04.09 19:21
8면
0 0

피해자 실제 마신 건 8병… 30병 경찰 압수
7일 체포 제조책 등 2명 상대로 '윗선' 추궁
빈병 공급된 나라와 협박 전화 발신지 '중국'
배후 소재 파악 난항… 검거까진 시간 필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7일 서울 마포구 마약범죄수사대를 방문해 마약 음료 사건의 수사상황 및 대응에 대해 취재진에게 밝히고 있다. 뉴스1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7일 서울 마포구 마약범죄수사대를 방문해 마약 음료 사건의 수사상황 및 대응에 대해 취재진에게 밝히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이 배후에서 사건을 지휘한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틀 전 체포한 마약 음료 제조ㆍ전달책 길모씨와 번호 조작에 가담한 김모씨를 상대로 범행을 지시한 ‘윗선’을 추궁하고, 중국에서 넘어온 빈 병의 배송 경로 등을 역추적하고 있다.

길씨는 마약 음료를 국내에서 제조해 서울의 아르바이트생에게 전달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고 있다. 김씨에겐 피해 학생 부모에게 걸려온 협박전화 번호를 중계기를 통해 변작(‘070’ 번호를 ‘010’으로 변경)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0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경찰 조사 결과 길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인물은 따로 있었다. 중국에 있는 한국 국적 A씨가 필로폰을 ‘던지기(특정 장소에 숨기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것)’ 수법으로 전달하고, 중국에서 ‘기억력 상승ㆍ집중력 강화’ 등 라벨이 붙은 병과 전단지 등을 국내로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길씨는 이렇게 받은 필로폰을 우유에 섞어 강원 원주에서 퀵서비스 및 고속버스를 이용해 서울의 아르바이트생에게 전달했다. 경찰은 중계기를 설치ㆍ운영한 김씨가 A씨 지시로 번호를 변작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앞서 두 명씩 한 팀으로 움직인 아르바이트생 4명은 지난 3일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시음 행사를 가장해 학생들에게 마약이 든 음료수를 건넸다. 이후 학부모를 대상으로 “돈을 내놓지 않으면 자녀의 마약 복용을 신고하겠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에 따르면 음료 100병 중 18병이 시음행사에서 배포됐고, 피해자가 실제로 마신 건 8병이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학부모 1명 포함 8명으로, 음료를 마시지 않은 피해자도 협박 연락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100병 중 30여 병은 압수했고, 나머지는 일당 중 누군가가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아르바이트생들은 단순 부업 차원에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이들을 모집한 중간책을 추적 중이다.

체포된 길씨와 김씨도 모르는 사이

9일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에 ‘마약 음료’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에 ‘마약 음료’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사건 발생 닷새 만에 국내에 있는 주요 피의자들을 붙잡았지만 범행 시나리오를 짠 배후 세력을 검거하는 일이 남았다. 수사 당국은 빈병이 공급된 국가와 협박 전화 발신지가 모두 중국이라는 점을 근거로 중국에 있는 국내 보이스피싱 일당의 조직적 범행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이 신원을 특정한 A씨도 일당 중 한 명으로 보인다. 길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총책은 아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에 있는 배후 검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찰이 법원에서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받아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릴 계획이지만, 보이스피싱 조직은 총책과 중간책, 아르바이트 등 철저히 역할을 분담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에 붙잡힌 길씨와 김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로 알려졌다. 인터폴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수사관은 “중국 당국에 피의자의 소재지 첩보는 알려줘야 공조가 원활할 것”이라며 “중국이 국제 공조엔 다소 미온적인 경우가 많은 것도 난관”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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