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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산물, 외국산보다 비싸도 국내서 생산해야" 65%

입력
2023.04.08 04:30
수정
2023.04.09 10:5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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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식량안보 위협, 대한민국이 갈 길은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식량 보호주의 경향이 심화하면서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식량과 비료에 대한 수출제한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57건에 달하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표하는 식량가격지수(FAO Food Price Index)는 2020년 평균 98.1에서 2022년 평균 143.7로 2년 만에 1.4배 이상 급상승했다. 식량안보 위협의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의 식량 공급 상황은 녹록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식량자급률은 44.4%, 곡물자급률은 20.9%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며, 세계식량안보지수(Global Food Security Index) 또한 전체 국가 중 39위(2022년)로 2016년 28위에서 11계단 하락했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밀(22년 자급률 1.1%)의 경우, 톤당 국내 수입가격이 2020년 12월 263달러에서 2023년 12월 466달러로 급상승했다.

이러한 식량안보 위협 속에서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지난 2월 24 ~ 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식량안보 인식과 대응방안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정책과 방향성뿐만 아니라, 먹거리에 대한 인식도 함께 물었다.

글로벌 식량위기라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먹거리 접근성 높아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글로벌 식량위기라 불리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나라 국민의 먹거리 접근성은 높은 수준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때면 언제든 먹거리를 얻을 수 있다’는 응답이 73%, ‘나는 내 주변에서 먹거리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72%로 먹거리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가운데, ‘나는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 62%, ‘나는 질 좋은 먹거리를 섭취하고 있다’ 55%로 나타났다.

먹거리 접근성은 높지만 농산물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은 컸다. 최근의 농산물 가격 상승을 ‘체감한다(크게+약간)’는 응답은 93% 수준으로 거의 모든 국민이 농산물 가격 상승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농산물 가격 상승을 ‘크게 체감한다’는 응답은 68%에 달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먹거리 비용 부담으로 이어졌다. 먹거리 섭취에 대한 비용적인 부담이 크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국민의 79% 수준이며 월평균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농산물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 생산 감소(61%)’를 가장 높게 뽑았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했을 때 글로벌 식량안보 위협의 여파가 우리 국민 먹거리 수급을 제한하기보다는 먹거리 비용 부담을 확대시킨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식량안보 위기 요인에 ‘잘못 대응하고 있다' 58%

식량안보 위기 요인으로부터 우리나라의 식량 조달 체계가 ‘잘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은 35% 수준으로, ‘잘못 대응하고 있다(58%)’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식량안보 위협 요인별 ‘위협이 매우 크다’는 응답은 ‘국내 농업의 노동력 부족’ 40%,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분쟁’ 32%, ‘국내 농지의 지속적 감소’ 30%, ‘주요 농산물의 과도한 수입 의존’ 28% 등의 순이었다.

식량안보 강화의 정책 방향성을 확인하기 위해 각 정책이 식량안보 강화에 도움이 되는가를 질문했다. 식량안보 강화의 큰 축인 식량자급률 확보와 공급망 확대를 아우르는 6개 정책 중 5개 정책에 대해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7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난 가운데, ‘매우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농지 보호 정책 강화’ 29%,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국가 간 협력체계 구축’ 27%, ‘농산물 가격지지 정책 강화’ 23%, ‘쌀·밀 등 주요 곡물 비축량 확대’ 23% 등의 순이었다.

국민 대다수는 식량자급률 제고와 해외 공급망 확보 모두 필요하지만 국내 식량자급률 제고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원하는 정책 방향성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국내 식량자급률 제고 정책’과 ‘해외 식량공급망 확보 정책’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질문한 결과 ‘국내 식량자급률 제고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80%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해외 식량공급망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13% 수준이었다.


국민 10명 중 9명 식량 무기화될 수 있다고 생각해

식량자급률 제고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의 배경에는 식량 무기화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의 87%는 ‘식량은 주요 생산국에 의해 무기화될 수 있다’에 동의했으며 매우 그렇다는 응답도 46%에 달했다. 반면 ‘식량자급률이 떨어진다고 해도 식량 수입이 원활하다면 큰 문제없다’ 44%, ‘우리나라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것이 경제적이다’ 38% 등 수입을 통해 국내 생산을 대체할 수 있는 생각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더불어 ‘식량은 수입해 오기보다 자국 내에서 스스로 생산해야 한다’에 대한 동의 정도가 80%로 높고, 특히 ‘국내산이 외국산보다 비싸더라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65%로 나타나, 가격 차이가 있는 경우에도 국내 생산을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물별로 자급률 제고의 중요성을 질문했을 때, 쌀, 채소류, 육류, 밀, 콩 모두 중요하다는 응답이 80% 이상으로 높은 가운데,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은 쌀이 5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육류 40%, 채소류 38%, 밀 34%, 콩 33% 등의 순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매년 발표하는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에는 식량자급률을 제고하고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목표가 가득하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자급률 제고 목표는 모두 제대로 달성되지 못한 채 묻혔고 그러는 사이 대내외적 식량 안보상황은 악화했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전쟁과 같은 식량안보 위협 요인들로부터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먹거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정부와 의회, 그리고 밥상의 주인인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전재민 한국리서치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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