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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뇨는 정화해서 다시 쓰고, 동물복지 농장 만들고…'ESG 농장' 만드는 선진

입력
2023.04.13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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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0톤 분뇨 정화→배출하는 재이용수시설
고체·액체 분리해 가축분뇨 자원으로도 사용
아기돼지 장난감 갖고 노는 넓은 복지 양돈장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경기 이천시 소재 선진의 양돈농장 '제일종축' 돼지우리에서 아기돼지들이 공중에 매달린 노란 공을 코로 밀고 움직이는 모습에 호기심을 보이는 등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다. 선진 제공

경기 이천시 소재 선진의 양돈농장 '제일종축' 돼지우리에서 아기돼지들이 공중에 매달린 노란 공을 코로 밀고 움직이는 모습에 호기심을 보이는 등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다. 선진 제공


축산식품 전문기업 선진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농장에서 발생한 분뇨로 인한 오염과 동네로 퍼지는 악취 민원을 해소하는 한편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축산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선진의 자회사 세티는 축산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 해결책을 농가에 제공하고 있다. △가축분뇨 정화 처리 △축산업 폐기물을 활용한 가축분뇨 자원화 사업 △축산 악취 저감 사업 등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축산분뇨를 정화 처리하고, 자원으로 만든다

경북 구미의 한 양돈농장에 설치된 세티의 재이용수 시설. 분뇨를 정화 처리해 농장에서 다시 쓸 수 있게 해준다. 선진 제공

경북 구미의 한 양돈농장에 설치된 세티의 재이용수 시설. 분뇨를 정화 처리해 농장에서 다시 쓸 수 있게 해준다. 선진 제공


가축분뇨를 무단 방류하는 일부 농가의 일탈은 업계의 골칫거리다. 2017년 제주도의 한 농장에서 가축분뇨 360톤(t)을 몰래 흘려 보내다 적발됐지만 장마철을 틈타 하천에 버리거나 액체 비료를 미신고 지역에 뿌리는 일이 아직도 벌어진다고 한다. 세티는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축산업을 위해 가축분뇨 정화 처리 사업을 시작했다. 가축분뇨를 깨끗하게 만들려면 대표적 수질 지표인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을 맞춰야 한다. BOD가 리터(L)당 120㎎ 이하가 되도록 정화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분뇨 속 오염 물질의 농도를 99.8%까지 제거할 기술이 필요하다. 세티는 각 농장의 가축분뇨를 방류 수질 기준보다 더 깨끗하게 만들어 이 물을 농장에서 다시 쓸 수 있게 하는 시설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경북 구미시의 한 양돈장. 이곳에선 하루 최대 40t의 분뇨가 발생한다. 수질보호구역인 낙동강 수계 주변이라 이 분뇨를 흘려 보내면서도 환경 오염을 막을 대책이 필요했다. 이 농장은 올초 세티의 재이용수시설을 설치해 분뇨를 정화한 물을 청소할 때 쓰고 있다. 세티 관계자는 "농장에서 정화된 분뇨는 낙동강 수질보호 구역의 엄격한 방류 기준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정화된 물을 재사용하며 농장의 물 사용량까지 줄여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분뇨에서 오염 물질을 없애는 데에서 한 걸음 나아가 분뇨자원화 사업도 펴고 있다. 가축분뇨를 고품질의 퇴비 또는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뇨를 고체와 액체로 분리하는 장비(고액분리기)가 필요하다. 그동안 대규모 농장에서 주로 쓰인 탓에 장비의 최소처리량이 크고 가격도 비싸 소규모 농장에선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세티는 소규모 농가에서 쓸 수 있는 고액분리기를 개발해 2020년부터 현재까지 농가 27곳에 보급했다.



악취 없이 깨끗한 농장을 만들다

세티가 경남 진주 농장에 설치한 양돈분뇨 정화 처리(방류)시설. 가축분뇨를 수질 기준에 맞게 방류할 수 있도록 정화하는 시설이다. 선진 제공

세티가 경남 진주 농장에 설치한 양돈분뇨 정화 처리(방류)시설. 가축분뇨를 수질 기준에 맞게 방류할 수 있도록 정화하는 시설이다. 선진 제공


양돈장의 또 다른 큰 고민은 동네로 퍼지는 악취문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악취로 인한 민원이 빗발치는 탓에 농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티의 솔루션을 도입한 양돈장에선 더 이상 냄새 걱정이 없다고 한다. 또 악취를 유발하는 암모니아와 황화수소 수치를 전광판에 띄워 농장 앞을 지나는 누구나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세티 관계자는 "돈사 내부 암모니아 농도를 50ppm에서 현재는 20ppm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며 "농림축산식품부는 암모니아 수치가 25ppm 이하면 '깨끗한 농장'으로 지정하는데 그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농장에 적용된 악취 저감 비결은 돈사 아래에 위치한 저장공간 내 분뇨를 빠르게 순환시키는 액비순환방식을 보완한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국내 유일의 동물복지 대형 농장에 태양광 발전까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제일종축의 전경. 제일종축은 국내 최대 규모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이다. 선진 제공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제일종축의 전경. 제일종축은 국내 최대 규모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이다. 선진 제공



선진의 모태는 1973년 설립된 양돈농장 '제일종축'이다. 선진의 정체성을 담은 'ESG 농장 제일종축'은 동물 복지와 태양열 에너지 생산 등을 통해 친환경 농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돼지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함으로써 정신적, 육체적으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동물 복지를 실천한다. △배고픔과 갈증 △불균형한 영양상태 △불안과 스트레스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한편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를 주자는 게 세부 목표다.

제일종축은 2011년 구제역 파동을 계기로 질병에 강한 선진 양돈시스템 도입을 위한 투자를 결정하고 리모델링을 거쳐 2015년 동물복지 인증을 받았다. 국내 1만 마리 이상 대형 농장 중 유일한 동물복지 농장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일종축은 친환경 농장이서면서도 온수 순환 난방 시스템과 환기 시스템 등 최신 정보통신(ICT) 설비를 갖춘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돼지는 땀샘이 없어 더위와 추위, 습도 변화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1년 내내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제일종축은 온·습도를 유지하는 환경관리 시스템도 만들었다.

특히 이 회사에서는 임신한 돼지의 안전과 유산 방지를 위해 인공수정 후 4주 동안 최소 기간을 제외한 모든 사육 과정에서 작은 틀에 가두는 스톨 사육 대신 넓은 방에 여러 돼지를 사육하는 군사사육(群飼飼育)을 통해 돼지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려 하고 있다. 돈사 내 휴식 공간과 배설 공간, 사료를 먹는 급이 공간 등 용도별로 공간을 분리해 돼지의 편안한 휴식을 보장하려 애쓰고 있다. 또 돼지는 자연 습성을 억지로 금지시키거나 행동이 제약될 때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쉬워 제일종축에서는 어금니 갈기 등 돼지의 습성을 자연스럽게 행할 수 있는 놀이기구를 설치했다. 선진은 이렇게 기른 동물 복지 돼지를 '선진포크한돈 동물복지'라는 브랜드로 전국 백화점과 마트 등에서 판매한다.


선진 로고 이미지.

선진 로고 이미지.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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