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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75주년, 상처 덧내는 여당

입력
2023.04.04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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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이 75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이념 갈등과 맞물려 4·3 사건은 진상이 규명되고 희생자의 명예와 피해 회복이 추진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아직도 이념의 굴레를 쓰고 유족의 상처를 덧내는 이들이 있다. 그 앞자리에 집권 여당이 있다는 게 한탄스럽다.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4·3 사건은 남로당의 무장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관계없던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낸 현대사의 비극”이라고 발언했다. 합당한 평가인데, 그러면서도 ‘4·3 사건이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고 한 과거 자신의 발언에 대해선 “무엇을 사과해야 되느냐”고 했다. 또 “역사적 진실을 알아야 한다”며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이 12개 경찰서와 관공서 무장공격을 결정했고 이 점에 대해서는 계속 주장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들이 4·3의 진실을 모르는 게 아니라 심각한 국가 폭력을 성찰하는 것임을 정작 태 최고위원만 모르고 있는 것 아닌가.

4·3 피해자와 유족들은 오랜 세월 ‘빨갱이’ 시선이 두려워 피해 사실을 드러내고 말하지도 못했다. 최근 다시 제주 곳곳에 ‘4·3은 공산폭동’이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런 극우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여당 지도부가 일조해서야 되겠나.

정부와 여당이 4·3을 폄하한다는 인상은 짙다. 당 최고위원이 문제 될 발언을 하는데도 국민의힘은 제재가 없다. 당선인 시절 추념식을 찾았던 윤석열 대통령은 75주년 추념식에 불참했다. 지난 주말 대통령 부부가 대구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것과 대비된다. 윤 대통령과 여당이 국민 통합은 외면한 채 지지층 결집에만 신경 쓰는 것으로 보일 만하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추념사에서 “정부는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 말대로 정부는 언제까지든 희생자들에게 사과와 반성을 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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