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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교묘해지고 뻔뻔해졌다" 불법 웹툰 공유 막기 위해 잠입 수사까지 하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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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교묘해지고 뻔뻔해졌다" 불법 웹툰 공유 막기 위해 잠입 수사까지 하는 이들

입력
2023.04.04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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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 업계 최초로 전담 대응팀 운영
잠입해 증거 채증하고 신고·폐쇄까지
'웹툰은 공짜'라는 인식 퍼질까 우려
이용자 저작권 인식 캠페인도 벌여

한 불법 웹툰 공유 배너. 광고 수익을 얻기 위해 불법 웹툰을 공유하고 있다. 웹사이트 캡처

한 불법 웹툰 공유 배너. 광고 수익을 얻기 위해 불법 웹툰을 공유하고 있다. 웹사이트 캡처


#1. 최근 국내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를 모니터링하는 한 업체가 대규모의 분산 서비스 거부(디도스) 공격을 당해 회사 전체 서버가 다운됐다. 수사까지 의뢰했지만 공격의 주체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신고한 사이트가 차단된 이후 대규모 공격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불법 유통 사이트 측에서 불만을 갖고 공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2.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를 단속하는 업무를 맡은 하니(가명)는 최근 욕설이 담긴 이메일 수십 통을 받고 당혹스러웠다. 그가 조치를 취해 폐쇄된 불법 웹툰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보낸 항의성 내용이었다. 그는 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 내용이 웹툰을 팬심에서 번역해 다른 사람에게 알린 것이니 오히려 자신이 홍보를 해줬는데 왜 신고했냐는 식이라 황당했다"고 말했다.

최근 '더 글로리' 등 넷플릭스의 동영상을 불법으로 공유해 논란이 된 '누누티비'처럼 웹툰 작품을 수 시간 내 불법으로 올리는 사이트들이 활개 치면서 웹툰 업계가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남몰래 웹툰을 불법으로 공유하는 것을 넘어 불법을 단속하는 이들을 공격하는 뻔뻔함까지 보인다. 심지어 해외에서도 현지 언어로 웹툰 작품들이 불법으로 퍼지면서 웹툰 업체들의 피해는 커지는 상황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국내 웹툰 업체 중 처음으로 2021년 불법 웹툰 단속 업무를 전담하는 '피콕' 팀을 만든 이유다.



"불법 유통 사이트 암호 알아내기 위해 내부 신고자와 비밀 소통"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불법 웹툰 대응 조직 '피콕'팀. 이들은 신원이 드러날 경우 향후 조사에 어려움이 생길 것을 우려해 가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불법 웹툰 대응 조직 '피콕'팀. 이들은 신원이 드러날 경우 향후 조사에 어려움이 생길 것을 우려해 가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피콕팀은 가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신원이 드러날 경우 향후 불법 웹툰 유통 관련 조사에 어려움이 생길 것을 우려해서다. 이들은 국내를 포함해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발생하는 웹툰 불법 유통에 대응하고 있다. 콘텐츠가 불법 유통되는 증거를 모아 이들을 신고해서 사이트나 커뮤니티를 문 닫게 하는 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불법 유통 웹툰 시장 규모는 8,427억 원으로, 전년(5,488억 원) 대비 53%나 늘었다. 합법적인 웹툰 시장 규모가 1조5,660억 원에 달하는 걸 고려하면 불법 시장이 합법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이들은 불법 유통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잠입수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중어권을 담당하는 제노(가명)는 "불법 웹툰이 공유되는 커뮤니티마다 여러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데 이를 통과하기 위해 내부 신고자와 내통을 하기도 한다"며 "단속을 들키지 않기 위해 불법 유통 때 사용하는 은어나 현지 유행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불법 유통의 수법은 더 치밀해지고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권을 담당하는 하니는 "전에는 대놓고 불법 웹툰을 올렸는데 이제는 구글 드라이브 링크를 공유하고 자기들끼리만 아는 암호를 걸어두거나 유통 구조에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여러 메신저앱을 섞는 등 교묘해졌다"며 "해외 불법 유통 커뮤니티의 경우 원고 파일을 가져오는 사람부터 번역 담당, 대사를 지워주는 담당, 그림을 채우는 담당, 최종 검수자까지 조직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현지 불법 유통 구조를 알기 위해 올해만도 인도네시아, 대만, 일본으로 출장을 떠났다. 하니는 "인도네시아에서는 불법 유통 커뮤니티 운영자를 만나 우리의 작품을 불법으로 올리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성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피콕팀이 2021년 11월부터 1년 동안 차단한 불법 콘텐츠만 923만7,802건. 인도네시아에서는 206개의 텔레그램 그룹을 폐쇄했고, 중화권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 동안 7만680건을 차단했다.



사이트 폐쇄해도 곧바로 주소 바꿔 불법 유통


그럼에도 웹툰 업체들과 불법 유통 사이트와 전쟁은 수년째 진행 중이다. 국내 불법 유통 사이트의 경우, 이들이 사이트를 찾아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를 하면 방심위가 심의를 거쳐 접속을 차단하는 식이다. 하지만 불법 유통 사이트들은 이를 비웃듯 사이트 주소 중 숫자만 바꿔 서비스를 이어간다.

권영국 PD는 "예전에는 'OOO10'이라는 주소가 차단되면 다음 'OOO11' 주소를 확보해 서비스를 옮겼는데, 최근엔 아예 뒤로 10개 이상의 주소를 미리 확보하는 등 더 집요하게 불법을 저지른다"며 "경찰도 국제 수사를 하지만 이들이 서버 위치를 가리는 기술까지 쓰면서 운영자 파악을 어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콕팀이 저작권 인식 강화 캠페인에 적극적인 이유다. 사이트 차단이 단기적 해결 방법이라면 이용자의 인식 개선은 중장기적 목표다. 권 PD는 "국내 웹툰이 중국·동남아 등에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 불법 유통이 고착화될 경우 돈을 내지 않고 콘텐츠를 보는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어 걱정이 크다"며 "결국 소비자들이 불법 유통 사이트를 보지 않아야 근본적으로 불법 사이트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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