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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없는 벚꽃 축제 될라" 속타는 지자체... 때 이른 개화에 '구름 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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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없는 벚꽃 축제 될라" 속타는 지자체... 때 이른 개화에 '구름 인파'

입력
2023.04.03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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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석촌호수·여의도·남산 등 벚꽃 절정
진해·구례·하동 등 벚꽃 명소도 인산인해
개화·낙화 빨라… 축제 준비 지자체 울상

2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주변 산책로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주변 산책로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다. 연합뉴스

“벚꽃이 예쁘고 날씨도 좋아서 무척 설레요. 마스크 없이 즐기니까 더 좋은 것 같아요.”

1일 서울 잠실 석촌호수를 찾은 30대 직장인 양모씨는 호수 둘레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경치 좋은 자리를 찾아 사진도 남겼다. 친구 김모씨는 “벚꽃이 일찍 피는 바람에 개나리 진달래 같은 다른 봄꽃엔 눈길을 주지도 못했다”며 웃었다.

안전요원들은 불어나는 인파에 놀란 듯 “모두 똑같이 반시계 방향으로 걸어달라”고 안내하며 연신 호루라기를 불었다. 서울지하철 2ㆍ8호선 잠실역에선 “인파로 혼잡하니 승하차 시 주의하라”는 안내방송도 나왔다. 40대 직장인 강모씨는 “사람에 떠밀려 벚꽃 구경보다 인파에 치일까 걱정됐다”며 서둘러 자리를 뜨기도 했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벚꽃길이 꽃구경을 하는 많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벚꽃길이 꽃구경을 하는 많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예년보다 2주 일찍 팝콘 터지듯 벚꽃이 만개한 4월 첫 주말, 서울을 비롯한 전국 벚꽃 명소는 상춘객들로 인산인해였다. 한낮 기온이 26도 안팎까지 오른 초여름 날씨에 코로나19 방역 해제로 3년여 만에 ‘노마스크’ 외출이 가능해진 것이 ‘구름인파’ 형성에 영향을 줬다.

서울 여의도 벚꽃길에는 1일 하루 동안 50만5,300명이 넘는 나들이객이 방문했다. 2일에는 70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된다. 이른 개화로 사람들이 몰리자 관할 영등포구는 교통 통제 계획을 이틀 앞당겨 1일 오전 10시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2일 은평구 불광천에서는 마라톤대회가 열려 주민 600명이 화사한 벚꽃길을 달렸다. 연분홍빛으로 물든 남산과 서울숲, 양재천, 안양천, 중랑천에도 주말 내내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기후변화로 벚꽃이 북상하는 속도가 2배가량 빨라지면서 올해 벚꽃 구경은 전국에서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경남 창원 진해군항제는 3일 폐막을 앞두고 막바지 축제 인파로 들썩였고,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전남 구례 섬진강변 ‘300리 벚꽃길’과 경남 하동 화개~쌍계사 ‘십리 벚꽃길’, 전북 전주~군산 ‘전군가도’, 강원 강릉 경포대 벚꽃길 등에도 차량과 인파가 끝없이 밀려들었다.

2일 서울 은평구 불광천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주민들이 벚꽃길을 달리고 있다. 은평구 제공

2일 서울 은평구 불광천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주민들이 벚꽃길을 달리고 있다. 은평구 제공

하지만 4년 만에 대면 축제를 준비 중인 일부 지자체에선 너무 일찍 개화한 벚꽃에 당황해하고 있다. 미리 계획한 축제 일정과 개화ㆍ낙화 시기가 맞지 않아, 자칫하면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될 수 있는 탓이다. 석촌호수는 5~9일, 성북천은 6~8일, 서울대공원은 5~9일, 양재천은 8일부터 벚꽃축제가 열린다. 그러나 꽃잎은 이미 떨어지기 시작했고 4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까지 예보돼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달 2~8일 불광천 벚꽃축제를 준비한 은평구 관계자는 “개화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소식에 혹시라도 벚꽃나무 생육에 영향을 미칠까 싶어 야간에 불광천변 조명을 끄는 등 온갖 노력을 다했다”며 “서울에서 가장 늦게까지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니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가 예보된 4일부터 ‘여의도 봄꽃축제’를 개최하는 영등포구도 속이 탄다. 구 관계자는 “여러 여건상 일정을 변경하기 어려워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장애인단체와 지역 상인들이 참여하는 푸드마켓, 자매도시의 특산품전 등 다른 볼거리도 많이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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