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시신 유기 후 230㎞ 이동
가상화폐 수사 관련으로 알려져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이 납치 후 살해됐다. 피해자의 시신은 대전 대청댐 인근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30대 남성 3명을 긴급 체포해 수사 중이다.
31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지난 29일 오후 11시 48분쯤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여성 A씨를 납치해 대전 인근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납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용의자 B(30)씨와 C(36)씨를 특정했다.
사건 당일 CCTV 영상을 보면, 차량 한 대가 길가에 멈춰 서더니 운전자가 내려 급히 사라진다. 잠시 후 어둠 속에서 한 남성이 바닥에 넘어진 여성을 질질 끌고 온다. 여성은 차에 타지 않으려 발버둥치지만 남성은 강제로 차량 뒷좌석에 밀어 넣고 옆자리에 앉는다. 또 다른 남성이 곧바로 아파트 단지에서 나와 열어놓은 운전석에 탔고, 빠르게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모두 30대인 용의자들이 A씨를 납치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분. 이 과정을 우연히 목격한 한 시민이 “수상한 사람들이 여성을 차에 강제로 태워 납치하는 것 같다”고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 수시간 전부터 아파트 근처에서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는 장면이 담긴 CCTV 등을 토대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범행이 아닌 A씨를 콕 집어 납치한 것으로 판단했다.
범인들은 납치에 사용한 차량을 이튿날 대전에 버린 뒤 렌터카로 갈아타고 충북 청주로 이동했다. 경찰 수사 결과, 해당 차량에서는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와 핏자국이 발견됐다. 일당은 다시 청주에서 렌터카를 버린 후 30일 오전 택시를 타고 경기 성남으로 돌아오는 등 230㎞가량을 이동하며 도주했다.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경찰은 31일 오전 10시 45분 B씨, 오후 1시 15분 C씨를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서 각각 체포했다. 또 이들로부터 공범이 더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같은 날 오후 5시 40분 강남구 논현동에서 공범 D(35)씨를 붙잡았다. 납치 일당은 피해 여성을 대전에서 살해한 뒤 대청댐 인근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장소에 수색 인력을 급파해 밤 늦게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을 상대로 범행 경위와 동기, 추가 공범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특히 피의자 3명 모두 가상화폐 관련 사건에 연루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범행과의 연관성을 확인 중이다. 납치 사건이 알려진 직후 “사주받은 범죄다” “돈과 확실히 관련돼 있다” 등의 억측이 불거졌으나, 경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단계라 확인해주기 어렵고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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