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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소진 기정사실 국민연금, 투자 수익률이 그나마 '고갈 시계' 늦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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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소진 기정사실 국민연금, 투자 수익률이 그나마 '고갈 시계' 늦춰

입력
2023.03.31 17:34
수정
2023.03.31 17:43
0 0

재정추계 확정...2041년 적자·2055년 고갈
투자 수익률 1.0%p 상승=보험료율 2%p 인상
8월 공청회 거쳐 10월 정부 개혁안 발표

국민연금 제5차 재정추계 최종 결과가 발표된 31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연합뉴스

국민연금 제5차 재정추계 최종 결과가 발표된 31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연합뉴스

국민연금 5차 재정추계가 '2041년 적자 전환, 2055년 기금 소진'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1월 말 시산 결과와 차이가 없지만 출산율과 경제 상황에 따라 적자 전환과 기금 소진 시점은 1년 정도 빨라지거나 지연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소진 시기를 늦추는 가장 큰 변수는 기금 투자 수익률이란 분석도 나왔다.

시기의 문제일 뿐 기금 고갈 피하지 못해

연도별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그래픽=박구원 기자

연도별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그래픽=박구원 기자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현 제도가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향후 70년간 급여 지출과 적립 기금 변화 추이 등을 산출한 재정추계 최종 결과를 31일 확정·발표했다.

보험료율(9%)과 소득대체율(2028년 40%)이 변하지 않는다면 적립 기금은 2040년까지 증가해 최대 1,755조 원에 이르고 2041년부터는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커져 적자가 된다. 이후 적자액이 누적돼 2055년에는 기금이 제로(0)로 수렴한다는 결론이다.

기본 가정에 출산율과 경제 상황(총요소생산성) 등 다양한 변수를 적용하니 소진 시나리오가 조금 달라졌다. 합계출산율이 점차 상승해 2050년 이후 1.40명이 된다면 기금 소진 시기는 2056년으로 1년 늦어진다. 반면 2050년 이후에도 출산율이 0.98명에 그친다면 기금은 그대로 2055년에 고갈된다.

경제 상황을 낙관으로 전망하면 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총액이 늘어 기금 소진은 1년 늦어지고 부과방식비용률도 2093년 기준 29.7%에서 27.4%로 소폭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과방식비용률은 기금 없이 보험료 수입만으로 그해 연금 급여 지출을 충당한다고 가정할 때 필요한 보험료율이다. 현재와 같은 초저출산이 이어진다면 2093년 부과방식비용률은 무려 42.1%까지 치솟는다. 보험료를 근로자와 사업장이 절반씩 부담하기 때문에 월 소득의 5분의 1이 보험료로 빠져 나가게 된다.

한 가닥 희망은 기금 투자 수익률

국민연금 투자 수익률과 기금 소진 시점. 그래픽=신동준 기자

국민연금 투자 수익률과 기금 소진 시점. 그래픽=신동준 기자

현재로서는 기금 투자 수익률이 기금 고갈 시기의 큰 변수다. 기본 가정 수익률은 4.5%인데, 만약 0.5%포인트 높은 5.0%가 된다면 적자 전환과 기금 소진이 각각 2043년, 2057년으로 2년씩 늦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익률이 4.0%인 경우에는 적자 전환과 소진 시점이 각각 1년씩 당겨진다.

수익률이 기본 가정보다 1.0%포인트 상승해 5.5%가 되면 기금 소진 시점은 2060년으로 5년 미뤄진다. 보험료율 2%포인트 인상과 동일한 효과가 생긴다는 계산이다.

출산율보다 기금 투자 수익률이 기금 소진을 더 늦추는 것은 당장 올해부터 출산율이 극적으로 반등해도 출생자들이 국민연금에 가입할 때까지는 20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30여 년 앞으로 예정된 기금 소진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전병목 재정추계전문위원장은 "출산율과 경제 변수는 지급이 확정된 연금 급여액에 변화를 미치기 어렵지만 기금이 쌓여 있는 동안 투자 수익률이 높아지면 지출이 막대하다고 해도 소진 시기를 조금 뒤로 미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금 투자 수익률은 -8.22%로 2018년(-0.92%)에 이어 최악의 수준이었지만 2021년에는 10.77%였다. 2020년(9.77%)과 2019년(11.31%)을 비롯해 최근 10년 중 다섯 해는 5% 이상 수익률을 기록했다. 세계 경기 변동의 영향을 피할 수 없어도 치밀한 투자가 뒷받침된다면 5% 이상 수익률이 허황된 기대는 아닌 셈이다. 다만 수익률 상승은 기금 수명을 연장할 뿐 미래 세대의 부담을 낮추지는 못한다. 수익률 ±0.5% 변동과 관계없이 2093년 부과방식비용률은 29.7%로 동일하다.

연금특위 동력 상실, 이제 나올 건 정부 개혁안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경. 공단 제공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경. 공단 제공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는 지난 29일 구체적인 수치 없이 '보험료율 및 가입 상한·수급 개시 연령 상향'이란 방향만 제시한 경과보고서를 제출했다. 국회 차원에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보건복지부는 재정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오는 10월 전 마련해야 한다. 국민연금법에 규정된 법정 계획이라 어떻게든 개혁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재정추계의 과학적 분석을 위한 가칭 '연금수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8월 대국민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기금 투자 수익률 향상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도 계획 중이다.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보험료와 소득대체율 이외에 기금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도 종합운영계획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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