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선수단 입국 거부 여론 커져
대통령 호소에도 여당마저 보이콧 주장
향후 출전 페널티, 경제적 여파 커질 듯
인도네시아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20세 이하(U-20) 월드컵 개최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스라엘 혐오' 때문이다.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무슬림 표심 확보를 위해 ‘이슬람주의’를 부추긴 것이 문제가 됐다.
이스라엘 출전에 “선수 납치하겠다”
FIFA는 30일 “인도네시아를 2023 U-20 월드컵 개최국에서 제외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월드컵은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인도네시아 6개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개막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국제대회 개최국이 바뀌게 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FIFA는 이유를 명시하지 않았으나, ‘종교 갈등’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스라엘은 최근 유럽 지역 예선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사상 최초로 U-20 출전을 확정했다. 이후 인도네시아에선 "이스라엘 선수단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가 들끓었다. 강성 이슬람 단체들은 “이스라엘 선수들이 입국하면 납치하겠다”고 위협했다.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는 같은 이슬람 국가인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지지한다.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이스라엘을 적국으로 여겨 수교도 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뿌리 깊은 갈등이 스포츠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이스라엘 국교는 유대교다.
”종교의 정치화 노골적으로 드러나”
정치권마저 혐오를 조장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집권여당인 투쟁민주당(PDIP) 차기 대선 주자인 간자르 프라노워 중부자바 주지사는 “이스라엘을 거부해야 한다”고 민심을 자극했고, 대회 개최지인 발리의 주지사는 “이스라엘 경기가 발리에서 열리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언론 콤파스는 “내년 2월 대선과 총선 때문에 정치인들이 강성 발언을 쏟아내며 반이스라엘 정서를 부추긴 결과"라고 전했고, 자카르타포스트는 “선거를 앞두고 종교의 정치화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스포츠와 정치를 혼동하지 말라”고 호소했지만 여론은 냉각되지 않았다. FIFA는 "축구와 정치, 종교가 엮여선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개최국 변경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자바주의 축구경기장 붕괴 사고로 700여 명의 사상자가 난 이후 "인도네시아의 안전 대책을 믿을 수 없다"는 회의론도 상당했던 터다.
개최권 박탈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의 U-20 출전권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FIFA가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 금지 등 추가 페널티를 내릴 수도 있다. 이번 대회 준비를 위해 들어간 비용이 낭비된 것은 물론이고 관광 기대 수입도 사라져 대규모 경제 손실도 불가피하게 됐다.
아르헨티나, 페루, 카타르 등이 인도네시아 대신 이번 U-20 월드컵을 개최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U-20은 2021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려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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