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508명 증언 담은 北인권보고서
女 수감자에 대한 성폭력·낙태 빈번
"가정폭력은 개인사"라며 방치자
'난쟁이 마을'에 장애인 격리 차별도
“2017년 청진시 집결소에서 남성 하전사(병사) 2명이 여성 수감자들에게 알몸 상태로 앉았다 일어났다를 100회 시킨 뒤, 몸속에 돈을 숨겼는지 샅샅이 뒤졌다.”
2023 북한인권보고서
30일 공개된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는 처참한 북한 여성 인권 실태에 대한 증언이 고스란히 담겼다. 성폭력은 구금시설뿐 아니라 학교, 군대에서도 빈번했고 탈북 여성에 대한 인신매매나 강제 낙태도 횡행했다. 가정폭력이 비일비재했지만 당국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눈을 감았고 여성에게는 제대로 된 교육, 승진, 입당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2017년 이후 북한 인권실태를 진술한 북한이탈주민 508명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구금시설은 여성 인권의 사각지대였다. 시설 입소 전에 일명 ‘알몸 검사’라 불리는 소지품 검사를 하는데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위생 보건 안전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은 자가 △여러 명을 한꺼번에 검사했고 △심지어 남성이 하는 경우도 많았다. 보고서는 “도 안전국의 비법월경자집결소에서 남성 계호원에게 여성 수감자의 자궁검사를 하도록 했다는 사례도 있었다”며 “직원이 손을 씻지 않은 상태로 여러 명을 검사한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수감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력은 다양한 장소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행해졌다. 한 증언자는 “2016년 양강도에 있는 집결소에서 계호원에게 강간을 당했는데 반항을 하면 때리고 형기를 늘린다고 위협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중국에서 임신한 상태로 강제 송환된 여성에 대한 낙태가 의무적으로 행해졌다고 꼬집었다. 탈북과 강제송환이 증가하던 1990년대 후반부터 외국인의 아이를 가진 경우, 강제적으로 낙태한 후 처벌하라는 지침에 따른 것이다.
구금시설 밖의 여성 인권도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학교와 군대에서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었고 오히려 피해자들이 2차 가해를 걱정해야 했다. 한 증언자는 “간부 20여 명이 노동당 입당 등 각종 이권을 악용해 여군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면서도 “여군들이 이를 거부하면 고된 일을 하는 등 불이익을 받아 거절하기 힘들고 간부들에 대한 처벌도 없다”고 밝혔다.
북한 여성들은 당국의 방치 속에 가정폭력에도 자주 노출됐다. 북한 여성권리보장법(46조)은 '가정에서 여성에 대한 폭행은 금지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했다. “가정폭력은 당국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팽배했고, 신고를 받는 기관 종사자들이 대부분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남성인 경우가 많아서다. 한 증언자는 “술만 마시면 때리는 남편 때문에 2014년 양강도 대홍단군 보안서를 찾아가 ‘법대로 해결해 달라’고 신고했지만 ‘집안일이라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남존여비 사상이 뿌리 깊게 남아 교육이나 입당, 승진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전했다. 한 증언자는 “러시아 대학에서 매년 북한 인원을 국가장학생으로 추천받아 입학시켰는데 여자들은 유혹에 약하고 빨리 변절한다는 이유로 남학생만 선발했다”고 말했다.
'난쟁이 마을'에 장애인 격리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도 극심했다. 양강도 김형직군 고읍노동자구에는 '난쟁이 마을'이라는 산골마을이 있는데 여기에 왜소증 장애인을 격리시켰다는 목격담이 있었다. 또 장애인에게 강제 불임수술을 했다는 증언도 여럿 수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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