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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K팝, 화장품 유입에 흔들리는 북한 사회 [북한인권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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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K팝, 화장품 유입에 흔들리는 북한 사회 [북한인권보고서]

입력
2023.03.30 15: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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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한 영상·문화 소비 단속 위한 전담조직 구성
한국 드라마 시청 10대 총살당하기도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남한 표현 금지

미국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가 2017년 공개한 북한 교화소 위성사진. 북한인권위원회 홈페이지, 뉴시스

미국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가 2017년 공개한 북한 교화소 위성사진. 북한인권위원회 홈페이지, 뉴시스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적발된 북한 주민들이 구금되거나 처형당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 세계인이 즐기는 K팝도 김정은 체제와 북한 주민들의 충성심을 위협하는 요인이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 화장품을 사고팔다가 총살당한 사례도 있었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와 상품들이 암암리에 유통되며 북한 사회를 소리 없이 뒤흔들고 있다. 통일부가 30일 북한이탈주민 508명의 증언을 토대로 발간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2018년 양강도 혜산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유포하고 친구들과 함께 시청한 혐의를 받는 미성년자에게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강원도 원산에 있는 경기장에서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16~17세 아동 6명은 한국 영상물 시청 및 아편 사용 혐의로 총살을 당했다고 한다. 남한 문화 콘텐츠를 접하는 경우 미성년자 여부와 상관없이 중형에 처하는 것이다.

2020년 양강도에서 중국을 통해 유입한 한국 영상물을 북한 주민들에게 유포한 남성도 공개적으로 총살됐다. 2018년 평안남도 평성시장 뒷골목에서 하이힐, 화장품 등 한국 제품을 몰래 팔다가 체포된 사람들은 사형을 선고받고 즉결 처분됐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유통되는 정보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관영매체도 대내용과 대외용을 구분한다. 당의 유일 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특별 전담조직인 109 연합지휘부는 길거리 불시 검문이나 불시 가택수색을 벌이는 방식으로 주민들을 통제했다. 2017년부터는 옷차림과 생활방식으로 단속 대상을 확대해 나팔바지나 서양식 머리 모양 등을 처벌했다. 휴대폰에 케이크 사진이나 영어가 있는 그림이 적발된 경우에도 불이익을 받았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의 이 같은 정보 통제를 인권침해로 규정했다. 하지만 북한은 오히려 2020년 해외 문화 콘텐츠 유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 해당 법은 남한 드라마 등 '괴뢰 문화'를 전파한 경우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도록 했다. 괴뢰 문화를 유입한 경우에는 무기 노동교화형, 집단적으로 시청·열람하도록 조직했거나 조장한 경우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북한은 2019년 한국 드라마나 노래를 시청 또는 청취한 20대 남녀 15명에게 노동교화형 1~3년을 선고했다고 한다.

북한이 이처럼 주민들을 옥죄는 건 해외 드라마와 영화, 음악 등 문화 콘텐츠가 사회 곳곳에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영화, 드라마, 음악, 도서 삐라 등의 다양한 형태로 접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또한 북한 내로 유입된 이후에는 정보통신 기기 조작이 능숙한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 나간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북한은 2020년 학부모들에게 자택에서 자녀들이 불순녹화물을 시청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도록 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르면, 자녀들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 해 반동사상문화범죄가 발생하면 10만~20만 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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