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27일 국토교통부와 균형 발전 현안 회의를 개최하면서 시청 공무원과 시민들을 동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공무원과 시민들이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100여 m를 도열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마중하는 광경이 펼쳐지자 과잉 의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광주시는 이날 오후 1시 북구 서림로 옛 전남·일신방직 공장 부지에서 국토부와 함께 '광주 미래차 국가 산단 조기 조성 및 도시 발전 인프라 지원 협력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15일 광주 미래차 국가 산단이 국토부 신규 국가 첨단 산단 최종 후보지에 선정됨에 따라 국토부의 향후 추진 계획 및 광주시 현안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광주시는 회의에서 광주 미래차 국가 산단이 신속하게 조성될 수 있도록 사업시행자 선정, 예비 타당성 조사, 그린벨트 해제 등 산단 조성에 필요한 절차 이행에 속도를 내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했다. 또 제5차 대도시권 교통혼잡 개선 국가 계획에 '빛고을대로~광천2교 혼잡도로 개선 사업'을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지역 현안 7개를 건의했다.
그러나 이날 현장 회의 분위기는 미래차 국가 산단 지원보다는 강기정 광주시장이 취임 전부터 강조했던 '밀린 숙제 5+1' 중 하나인 복합 쇼핑몰 유치 문제 해법에 대한 정부 지원을 호소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광주시가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해 7월 미래형 문화복합몰 '더현대 광주'(가칭) 건립 부지로 발표한 옛 전남·일신방직 공장 터에 야외 천막 회의장을 만든 것도 윤석열 대통령 지역 공약인 복합 쇼핑몰 유치 사업를 두고 국토부 지원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였다. 원 장관조차 "땡볕 아래 천막 쳐놓고 국토부랑 회의하는 게 깊은 뜻이 있더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해 7월 이 사업을 '국가 지원형'으로 규정, 국민의힘에 무려 9,000억 원의 국비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광주시는 이날 회의에서 별도 시간을 할애해 복합 쇼핑몰 관련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를 두고 시청 안팎에선 관제 동원 시비가 불거졌다. 광주시가 이날 회의장에 시청 공무원과 시민 등 수백 명을 동원해 회의를 참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실제 시청 공무원 150여 명은 이날 버스 5대에 나눠 타고 회의 현장을 찾았다. 또 광주시는 관변단체와 일부 시민단체에 소속 회원들이 회의를 참관할 수 있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실제 이날 회의장 앞에 마련된 150여 개 참관 좌석엔 시민들로 꽉 찼다. 특히 시민들과 공무원들은 '국가 지원 국내 최고 복합 쇼핑몰 조성' 등이 적힌 대형 종이 피켓을 들고 옛 전남·일신방직 공장 입구에서 회의장에 이르는 구간 양 옆에 도열하고 있다가 입장하는 원 장관을 향해 손뼉을 치며 맞았다. 원 장관은 뜻밖의 환대에 놀란 듯 일부 시민들과 악수를 한 뒤 서둘러 회의장으로 향했다. 이를 본 한 시민은 "마치 원 장관이 대통령 출마 선언하러 온 듯하다. 의전이 지나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 광주시청 직원도 "아무리 지역 현안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자리라고는 하지만 굳이 업무 시간에 직원들을 불러내 원 장관 동선을 따라 도열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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