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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여성에게 '두 배' 불리?" 프랑스 여성들의 분노 타오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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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여성에게 '두 배' 불리?" 프랑스 여성들의 분노 타오른 이유는

입력
2023.03.27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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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표' 연금개혁 성별 격차 심화"
프랑스 여성들 반대 시위 최전선 나서
최저 연금 상향 등 여성 구제 방안에도
"소수만 혜택" "여성 존중 없어" 반발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여성단체 '더 로지'가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대전 때 남성을 대신해 일하러 나간 미국의 여성 노동자이자 페미니스트의 상징 '리벳공 로지'의 옷을 입었다. 파리=EPA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여성단체 '더 로지'가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대전 때 남성을 대신해 일하러 나간 미국의 여성 노동자이자 페미니스트의 상징 '리벳공 로지'의 옷을 입었다. 파리=EPA

"은퇴 연령 64세 상향은 여성에게 '두 배'의 불이익입니다.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중단 기간을 채우려 더 오래 일해야 하는데, 급여는 낮아 연금이 쥐꼬리가 될 테니까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 참석한 여성 피에르트 고비노(49)는 '에마뉘엘 마크롱표' 연금 개혁안이 여성에게 더 불리한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다.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올리고, 연금 전액 수령을 위한 납부 기간도 43년으로 1년 연장하는 관련 개혁에 누구보다 프랑스 '여성'들의 분노가 불타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영국 가디언은 여성단체 '레 로지(Les Rosie)'를 비롯한 프랑스 여성들이 몇 주 동안 프랑스 전역에서 계속되는 연금 개혁 반대 시위의 최전선에 있다고 보도했다. 여성 노동자의 상징 '리벳공 로지(Rosie the Riveter)'의 파란 작업복을 입고 빨간 띠를 두르고 거리에 나온 이들은 "연금 개혁은 불평등의 악화"라고 외쳤다.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은 여성이 관련 법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금도 프랑스 여성의 평균 연금액은 남성보다 약 40% 적다. 유럽에서 관련 격차가 제일 적은 에스토니아(3.3%)나 슬로바키아(7.6%), 덴마크(10.6%)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유로뉴스는 여성이 ①남성보다 평균 급여가 낮고 ②출산, 가족 돌봄 등으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데다 ③같은 이유로 경력이 단절되기 때문이라고 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로드리고 차베스 코스타리카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며 미소 짓고 있다. 파리=AP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로드리고 차베스 코스타리카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며 미소 짓고 있다. 파리=AP

프랑스의 연금 제도 개편은 이런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프랑스 정부도 일부 인정하는 사실이다. 정부의 연금 개혁 관련 보고서에서 1972년에 태어난 남성은 5개월을 더 일하면 되지만, 여성은 퇴직을 최대 9개월 미뤄야 제도 개편 이후 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 기간을 감안해서다. 프랑크 리에스테르 의회관계부 장관은 올해 1월 관련 질문을 받고 "연금 개혁이 여성에게 '약간' 불리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크리스티안 마르티 '자본이동에 대한 조세부과를 위한 시민운동협회' 과학위원회 연구원은 "(연금 전액 수령을 위해) 여성의 19%는 67세가 되어야 은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성은 이 비율이 10%에 그친다.

여성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프랑스 파리경제대의 경제학자 엘레나 바솔리는 "여성이 다수인 간호사, 교사, 청소부 직종은 연금 개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유로뉴스에 전했다. 육체적으로 고된 직업이라 1, 2년 더 일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나쁠 수 있다는 취지다.

파리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여성이 "요양원에서 60세 거주자를 돌보는 64세 간병인? 감사합니다, 마크롱"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는 프랑스 라디오방송 RFI의 보도는 여성들의 근심을 보여준다. 59세로 동료 중 가장 나이가 많다는 이 여성은 "머지않아 거주자와 간병인을 구별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냉소했다.

23일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서 프랑스 정부가 의회에서 연금개혁안을 무투표로 통과시킨 데 대한 항의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거리에 불을 붙이고 있다. 툴루즈=AFP 연합뉴스

23일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서 프랑스 정부가 의회에서 연금개혁안을 무투표로 통과시킨 데 대한 항의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거리에 불을 붙이고 있다. 툴루즈=AFP 연합뉴스

프랑스 정부는 개혁안이 성차별적이란 비판을 진화하려 최저 연금액을 최저임금의 85%인 1,200유로(약 160만 원)까지 올리고, 아이가 있는 여성에게는 연금의 최대 5%를 더 지급하는 등의 방안을 내놨다. 리에스테르 장관은 이를 "여성을 위한 구제책"이라고 설명했으나, 반응은 회의적이다. 프랑스 일반노동총연맹(CGT)의 소피 비넷 사무국장은 "소수의 여성에게만 혜택이 될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저 연금액 수령을 위해선 43년을 '풀타임(주 36시간 이상 근무)'으로 일해야 하는데, 여성의 40%가 경력이 단절되고 30%는 파트타임 노동자인 프랑스의 현실에 비춰보면 그림의 떡이다.

프랑스 여성들의 반발은 숫자로도 뚜렷이 확인된다.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여성의 비율은 74%로 남성(67%)보다 높다고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엘라베는 지난달 전했다. 분노의 불길은 앞으로도 거침없이 타오를 전망이다. 파리의 연금 개혁 반대시위에서 파비앙 우다르(56)는 "당신이 프랑스 여성이라면, 거리에서 시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미 우리는 남성보다 적게 벌고, 이는 더 적은 연금액을 의미한다. 연금 개혁은 저임금과 비정규직 여성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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