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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 타이틀 다 가진 박정은 감독 “책임감 느끼고 길 잘 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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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 타이틀 다 가진 박정은 감독 “책임감 느끼고 길 잘 걸어야”

입력
2023.03.24 13:45
수정
2023.03.24 18:1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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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감독 최초로 챔피언 결정전 무대를 밟은 박정은 BNK 감독. 사진은 박 감독이 14일 삼성생명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경기를 지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여성 감독 최초로 챔피언 결정전 무대를 밟은 박정은 BNK 감독. 사진은 박 감독이 14일 삼성생명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경기를 지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의 창단 첫 준우승을 이끈 박정은(46) 감독이 ‘명품 포워드’에서 ‘명품 사령탑’으로 거듭났다. 지휘봉을 잡은 지 2년 만에 약체로 꼽히던 팀을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올려놓고, 이번 시즌엔 2019년 창단 후 최고 성적인 정규리그 2위와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이뤘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박 감독은 지도자로 여성 최초 타이틀을 잇달아 얻었다. 용인 삼성생명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여성 사령탑으로는 처음 승리를 챙겼고, 기세를 몰아 챔프전까지 지휘하는 최초의 여성 감독이 됐다.

23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한 박 감독은 한국일보와 만나 “어쩔 수 없이 최초 타이틀이 붙게 됐는데, 그만큼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며 “나보다 더 나은 지도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여성 감독의) 길을 잘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BNK를 미래가 밝은 팀에서 대권 도전이 가능한 팀으로 변모시켰다. 박 감독의 조련 아래 가드 안혜지는 평균 10.5점 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고, 슈터 이소희도 평균 16.9점으로 개인 최고를 찍었다. 빅맨 진안은 13.2점 10.6리바운드로 평균 ‘더블 더블’을 만들었다.

박 감독은 “부임 첫 시즌 때는 플레이오프를 목표로 선수들과 달렸고, 이번 시즌엔 더 높은 곳으로 가보자 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며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팀이 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보완할 점으로는 가용 자원 확대를 꼽았다. 박 감독은 “2년간은 기존에 있는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생각했다면 이제는 벤치 멤버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며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용 인원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안정적인 경기력을 가질 수 있는 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선수로 뛸 때보다 사령탑이 어려운 자리라는 걸 이번 봄 농구를 통해 재차 느꼈다. 박 감독은 “선수 시절 챔프전을 뛸 때는 내가 직접 뛰면 됐는데, 감독은 미리 준비해야 할 게 많다. 상황마다 대처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야 하고, 선수들의 심리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신 이길 때는 감동이 더 크다. 그는 “플레이오프 때 승리하니까 내가 직접 뛰어 이기는 것보다 성취감이 컸다. 그래서 자꾸 지도자를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삼성생명과 플레이오프 맞대결 때는 감회도 남달랐다. 삼성생명은 박 감독이 1998년 데뷔 시절부터 2013년 은퇴 때까지 계속 몸담았던 팀이다. 친정 팀을 상대로 역사를 쓴 박 감독은 “작년 플레이오프 막차를 탔을 때도 그렇고 올해도 챔프전 가는 길목에서 또 만나 감회가 남달랐다”며 “삼성생명도 우리와 비슷하게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야 되는 팀이다. 좋은 라이벌로 계속 잘 싸웠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제 박 감독은 선수들과 충분한 휴식을 보내고 다음 시즌을 준비할 계획이다. 올해 3년 재계약 도장을 찍은 만큼 ‘박정은호’의 시즌 2가 펼쳐진다. 박 감독은 “챔프전에서 비싼 경험을 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우승)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편(배우 한상진)이 안 좋아할 수 있지만 부산 생활이 길었으면 좋겠다. 친정도 가까워서 좋다”며 미소 지었다.

부산 =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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