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도 '누산타라' 건설 과정서 열대우림 파괴
멸종위기 동물 서식지 감소... 환경단체 '반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1,200㎞ 떨어진 칼리만탄(보르네오)섬 동쪽 끝 누산타라. 적도 바로 밑인 이곳의 울창한 열대우림에선 연일 대형 굴착기와 타워크레인 등 중장비가 바삐 움직이며 새 수도 기틀을 다지고 있다. 내년 공공기관 이전을 시작으로 2045년까지 수도 이전을 마무리한다는 게 인도네시아 정부 목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야생동물 서식지도 대거 파괴되고 있어 ‘멸종 위기 시계’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년 만에 숲 400헥타르 파괴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반 침하 중인 자카르타를 대신해 새로운 수도로 선정된 누산타라에서 토목 공사가 본궤도에 오르자 환경운동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빽빽한 숲이 도시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무참히 파괴되는 탓이다. 칼리만탄섬에는 ‘심각한 멸종 위기종’으로 꼽히는 오랑우탄 긴코원숭이 말레이곰 고릴라 등이 살고 있다. 인근 만은 이라와디 돌고래의 서식지다.
사실 인도네시아 밀림은 오래전부터 줄어들었다. 전자 제품에 들어가는 주석·텅스텐 채취, 불법 벌목, 식물성 기름 팜유를 얻기 위해 맹그로브 숲을 파괴하고 기름야자 나무를 심는 행위로 많은 원시림도 사라졌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은 숲 개발과 서식지 파괴로 1970년대 이후 매년 2,000~3,000마리의 오랑우탄이 죽음을 맞았다고 본다. 그나마 수마트라섬과 칼리만탄섬 숲속에 오랑우탄 10만 마리가 살고 있는데, 새 수도 건설로 이마저도 이젠 ‘안전지대’가 아니게 된 것이다.
지난해 첫 삽을 뜬 지 반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예고편’도 나왔다. 누산타라 인근 발릭파판 도시 해안선을 따라 늘어 있던 맹그로브 숲 400헥타르는 석탄이 오가는 항구와 정유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향후 발릭파판에서 수도로 향하는 도로와 건설 자재 반입을 위한 항구까지 건설하면 더 넓은 규모의 숲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 지역 환경단체 폭자 페시시르의 마파셀 국장은 “발릭파판만이 누산타라 개발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을 배출하는 거대한 쓰레기 연못이 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생태 재난 될 것”
인도네시아 정부는 ‘누산타라=녹색도시’임을 강조한다. 이스란누어 동부칼리만탄 주지사는 “(누산타라에서는) 자연과 도시가 공존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최소 70%의 녹지 공간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또 칼리만탄섬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수도 인근 지역에 대대적으로 나무를 심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주력하기로 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멸종 위기종 보호와 환경적 측면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불신은 여전하다. 환경단체 왈리의 아르타 시아기안 운동가는 AFP통신에 “멸종 위기종 서식지 위협은 결국 대규모 생태적 재난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환경보호 단체 보르네오 오랑우탄 생존재단(BOSF) 알드리안토 프리아자티 매니저는 “정부가 새 수도에서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닦고 야생동물을 돌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를 바란다”며 “최소한 오랑우탄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숲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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