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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멍든 채 숨진 초등생 애원했지만… 공소장에 드러난 계모 학대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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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멍든 채 숨진 초등생 애원했지만… 공소장에 드러난 계모 학대 전말

입력
2023.03.23 13:35
수정
2023.03.23 13:4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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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부터 40차례 신체적·정서적 학대
사망 전 16시간 동안 의자에 묶고 폭행도
유산하자 책임을 피해 아동에 돌리며 불만
매달리며 사과했지만 밀쳐 넘어뜨려 사망

초등학생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모 A(오른쪽)씨와 친부 B씨가 지난달 1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초등학생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모 A(오른쪽)씨와 친부 B씨가 지난달 1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12세 초등학생이 사망 전 내부 출혈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지만 계모는 치료는커녕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잘못했다며 매달리는 의붓아들을 밀어 넘어뜨려 결국 숨지게 했다. 검찰은 계모가 의붓아들을 양육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가 유산하자, 의붓아들을 미워하는 감정이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커졌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23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에서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와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43)씨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40차례에 걸쳐 혼자 또는 남편 B(40)씨와 함께 의붓아들 C(12)군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했다.

지난해 3월 9일 인천 남동구 논현동 자택에서 C군이 돈을 훔쳤다는 이유로 드럼스틱으로 종아리를 10차례 때린 것이 학대의 시작이었다. C군이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듣지 않고 산만하다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던 A씨는 지난해 4월 유산을 하자 그 책임을 C군에게 돌렸다.

A씨는 공부를 안 한다는 이유로 C군에게 문제집을 집어던져 오른뺨에 멍이 들게 하고, 음식을 먹고 침대 아래에 숨겨 놓았다는 이유로 폭행했다. 남편이 약속한 시간에 집에 오지 않아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C군에게 "이 XX새끼야"라고 욕설하고, 성경을 베껴 쓰는 것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때리고 4시간가량 벽을 보고 무릎을 꿇게 했다. 방에 설치한 홈캠 카메라를 쳐다 본다는 이유로 '정신 나간 새끼야'라고 폭언하기도 했다.

한 달에 1~3차례였던 계모의 학대 행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잦아졌다. 지난해 11월에만 15차례 신체적·정서적 학대가 있었다. 늦잠을 자고 장난치고 웃었다는 이유로 벌을 세웠고, 반성해야 하는 시간에 방 밖에 나왔다며 눈을 가리고 의자에 묶었다. 성경 필사를 안 했다며 남편에게 때리라고 시키기도 했다.

집중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C군은 지난해 9월부터 매일 6시에서 6시 30분 사이에 일어나 성경 필사를 해야 했고 제대로 못하면 벌을 받거나 맞았다. 지난해 11월 24일부터는 홈스쿨링을 이유로 학교에 가지 못했다. 성장기인 C군의 몸무게는 늘기는커녕 장기간 학대와 방임으로 2021년 12월 20일 38㎏에서 지난달 7일에는 29.5㎏(키 148㎝)으로 8.5kg 감소했다. 또래 평균(45㎏)에 비해 15㎏ 이상 가벼웠다.

지난 1월 말 C군은 입술과 입 안에 화상을 입어 음식을 먹지 못하는 등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계모는 오히려 학대 강도를 높였다. 지난달 4일엔 물건을 훔쳤다는 이유로 알루미늄 선반받침용 봉으로 팔과 다리 등을 수십 차례 때렸다. 같은 달 5일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또 오전 3시 30분부터 오전 9시 25분까지 16시간 동안 C군을 책상 의자에 수건과 커튼끈으로 묶어놓기도 했다. 같은 날 방에서 동생들 세뱃돈 등이 나왔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옷걸이 등으로 수십 회 때리고, 다시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책상 의자에 묶어뒀다.

C군은 학대로 인해 몸 곳곳에서 내부 출혈이 발생해 옆으로 쓰러지고 잠을 자지 못했지만, A씨는 지켜만 봤다. A씨는 지난달 7일 오후 1시쯤 안방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의 팔을 붙잡고 사과하는 C군을 양손으로 밀쳐 넘어뜨렸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C군은 결국 숨졌다. 사인은 내부 출혈로 인한 쇼크였다.

검찰은 A씨가 피해자를 심하게 때릴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학대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A씨는 피해자의 건강 상태가 심각하게 위험한 상황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했으나 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친부 B씨도 피해자를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하고 지속적 학대 행위에 노출돼 있는 것을 알면서도 방임했다"고 밝혔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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