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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파 선배' 천정배·정병국 "노무현, DJ에 반기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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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파 선배' 천정배·정병국 "노무현, DJ에 반기 들기도 했다"

입력
2023.03.28 09: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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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정' 천정배·'남원정' 정병국 전 의원 인터뷰

천정배(왼쪽) 전 의원과 정병국 전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천정배(왼쪽) 전 의원과 정병국 전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 정치사에서 당 개혁 운동을 이끈 소장파 의원들이 주목받은 시기가 있었다. 16대 국회(2000년 총선)에서 각각 진보와 보수 진영에서 '정풍운동'을 이끈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과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주인공들이다. 16대 국회에서 천신정은 재선이었고 남원정은 초선이었는데, 당내 권력 실세들과 맞서며 인적 쇄신과 개혁 입법에 앞장섰다. 이 가운데 천정배 전 의원과 정병국 전 의원은 지난 22일 본보 인터뷰에서 "초선들은 기존 정치질서를 극복해야 할 쇄신의 책임이 있다"고 당부했다. 정치 양극화가 갈수록 초선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는 환경이 '소신정치'를 포기하는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두 소장파 선배의 조언을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초선 의원들이 갈수록 지도부 등 주류 입장에만 편승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천정배(이하 천) : "토론이 없는 정당은 죽은 정당이다. 당 지도부의 리더십은 존중해야 하지만, 세부 의제를 논의할 때는 당내 여러 생각이 얼마든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 지도부의 '오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권력자에게 꼼짝 못 하는 현상이 지나치다. 다양성이 사라졌다."

▷정병국(이하 정) : "합리적인 정치인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일부 개혁적인 목소리가 나오더라도 특정 정치그룹으로 묶여 비화되는 듯하다. 사안별로 가치판단을 했을 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은 신랄하게 비판해야 객관성을 얻을 수 있다. 아무리 젊고 신선한 인물이라도 '편 가름' 등 정치적 이해관계에 경도되면 힘을 얻기가 어렵다."

-초선들의 '소신정치'를 가로막는 원인은 무엇인가.

▷천 : "상대를 악마화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발전으로 파생된 '팬덤정치'의 횡포도 심각하다. 특히 공천권자로부터 이탈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정당의 민주화를 지체시키고 있다."

▷정 : "(당내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왕따 시키는 수준의 극단적인 '패거리 정치'가 문제다. 다른 것은 조율하고 조정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정치인데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니 정치 자체가 실종됐다."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내 '원조 소장파'로 불리는 남경필(오른쪽부터) 전 경기지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정병국 전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내 '원조 소장파'로 불리는 남경필(오른쪽부터) 전 경기지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정병국 전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과거 정치 환경과 21대 국회는 무엇이 다른가.

▷천 :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카리스마적 지도자였지만, 늘 당내 비주류를 인정했다. 당시에도 DJ 맹신도들이 존재했고, 이들을 중심으로 위협적인 분위기도 형성됐다. 그렇지만 DJ에게 반기를 들고 비판했던 사람들이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정치생명을 보장받지 못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당시 DJ에 대들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해찬 전 대표는 향후 큰 정치인이 되지 않았나."

▷정 : "초선그룹이 중진의원들에 맞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당시 (남원정 등은) '미래연대' 등 가치를 공유하는 공부모임을 중심으로 공감대를 만들어갔다. 이런 움직임이 국민적 지지를 얻었고, 16대 소장파 그룹이 향후 다선 그룹이 되는 초석이 됐다. 21대 국회 초반만 해도 초선들이 공부모임과 토론을 활발하게 진행했지만 와해됐다. 각자도생에 몰렸다."

-초선들에게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천 : "협소한 이해관계를 넘어서야 한다. 원로‧중진의원들이 경험을 토대로 노련한 정치를 한다면, 초‧재선들은 정파적‧사적 관계를 넘어 새로운 사고를 제시하고 기존 질서를 해체할 수 있는 패기를 드러내 달라는 것이 민심의 요구다."

▷정 :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초선을 선택한 이유는 기존 정치를 타파하라는 것이다. 현실정치의 문제와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 지도부가 아닌 지역구와 유권자를 바라보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는다."

-초선들의 개인적 노력이 유일한 해결방안인가.

▷천 : "저 같은 기성 정치인에게도 책임이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선거제를 고쳐 어느 당도 단독으로 과반을 못 갖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당제가 자리 잡지 못한다면 지금처럼 거대 양당의 강경파만 득세하게 된다. 아울러 정당의 공천시스템도 투명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고쳐나가야 한다."

▷정 :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대통령 중심제에선 0.01%만 이겨도 극단적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의원내각제에서 다당제를 이뤄야 사안에 따라 협력과 견제가 이뤄지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할 수 있다. 공천으로 인한 패거리 정치도 해소될 수 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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