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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곤궁' 성매매 나간 사이 8개월 영아 숨져… 법원은 엄마를 선처했다

입력
2023.03.25 18:00
수정
2023.03.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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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병 고정해 둔 베개에 깔려 질식해 숨져
생계 곤궁 미혼모 엄마는 '성매매'로 외출
1심 법원, 실형 대신 집행유예 선고 이례적
"취약계층 보호 못한 우리 사회도 책임 있어"
헌법 인용 "국가는 모성 보호 위해 노력해야"

편집자주

끝난 것 같지만 끝나지 않은 사건이 있습니다. 한국일보 기자들이 사건의 이면과 뒷얘기를 '사건 플러스'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5월 21일 낮 4시쯤 경북 구미의 한 원룸에서 112신고가 들어왔다. “밖에 나갔다 왔는데,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다급한 목소리였다. 아기는 생후 8개월 된 남아였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안타깝게도 아기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현장에는 아기 키의 두 배가 넘는 142㎝짜리 긴 베개와 분유가 남아 있는 젖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유일한 보호자인 엄마 A(당시 37세)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기 입에 젖병을 물려 베개로 고정시킨 채 볼일이 있어 밖에 나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24시간 보살펴야 할 영아를 홀로 두고 외출하는 바람에, 아이가 베개에 깔려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고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아이가 숨진 그날, 엄마는 어디에 있었나

A씨가 아기만 혼자 두고 집을 비운 까닭은 다름 아닌 성매매로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사건 당일 새벽, A씨는 휴대폰으로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성매수남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한나절쯤 지나 한 남성이 글을 보고 연락했고, 오후 1시 9분쯤 A씨는 집 앞까지 차를 몰고 온 성매수 남성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배가 고파 우는 아이 입에 젖병을 꽂아 둔 뒤, 아이 가슴 위에 긴 베개를 올려 고정시켰다. 젖병이 입에서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나름의 조치였다.

그래도 홀로 있을 아이가 걱정된 A씨는 외출하기 5분 전쯤, 가끔 아이를 돌봐주던 지인 B씨에게 ‘밖이니? 자니?’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B씨는 그로부터 20분이 지나서야 메시지를 확인했고, '병원에 있어 당장 아이를 돌봐줄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A씨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미 성매수남한테 돈을 받아 모텔에 투숙한 상태였다.

B씨는 A씨가 집을 나서고 두 시간이 지나 아이를 보러 갔다. 아기는 긴 베개에 얼굴이 깔린 채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놀란 B씨는 A씨에게 전화해 아이 상태를 알렸다. A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구속 기소됐다. A씨는 이전에도 다른 남성과 성매매를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성매매 혐의 한 건이 추가돼 재판에 넘겨졌다.

엄마는 아이를 혼자 둘 수밖에 없었을까

A씨는 미혼모였다. 게다가 아이 아빠가 누군지도 몰랐다. 성매매로 임신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은 낙태를 권했다. 하지만 A씨가 출산을 고집하자, 연락을 끊었고 가족과의 관계는 더 나빠졌다.

출산 전부터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했던 A씨는 아이가 태어난 후 정부에서 기초생계급여와 한부모 아동양육비로 다달이 주는 137만 원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월세로 27만 원을 써야 했고, 기저귀와 분윳값으로 매달 30만 원 가까이 지출했다. 여기에 난방비와 전기, 수도, 통신요금에 밥값과 옷값, 병원비 등을 합치면 137만 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실제로 A씨는 공과금을 제때 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아기가 숨졌을 당시, 집 우편함에는 ‘연체금을 포함한 건강보험료 16만1,740원을 납부하라’는 독촉장이 꽂혀 있었다.

영아를 가정에서 양육하더라도 정부나 자치단체에 요청하면 육아도우미를 지원받을 수 있는 아이돌보미 제도가 있다. A씨처럼 기초생계급여를 받는 저소득층은 시간당 1,662원만 부담하면 된다. 그러나 A씨가 외출할 때마다 B씨 등 지인에게 아이를 맡긴 걸 보면, 아이돌보미와 같은 정부 지원 제도를 몰랐던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해 9월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조사해 발표한 정부의 아이돌보미 사업 실적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대상 아동 총 515만9,364명 가운데 10만7,000여 명(2.1%)만 지원받았을 정도로 이용률이 저조했다.

엄마는 이제 성매매를 그만뒀을까

아이가 숨진 그날, A씨가 성매수 남성과 5시간을 함께 있기로 약속하고 받은 돈은 35만 원이었다. 그가 매달 정부 지원금 137만 원으로 생활한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액수였다.

A씨는 20대 때부터 줄곧 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했으나, 비단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여러 공장에 취직했고, 옷가게 등에서도 일했으나 늘 얼마 지나지 않아 쫓겨났다. 업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탓이었다. A씨 지인들은 그의 지적 수준을 두고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지 않을 뿐, 지능이 많이 떨어진다”고 언급했다. 심지어 성매매 남성도 “지적 장애가 있는지 의심됐다”고 진술했다.

A씨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대구지법 김천지원 제1형사부(부장 이윤호)는 이례적으로 실형이 아니라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검찰도 항소를 포기해 재판은 1심으로 종결됐다. 재판부와 검찰 모두 A씨가 양육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에 종사했고, 최선을 다해 아들을 보호하고 양육해 온 점을 참작했다. 실제 A씨의 아이는 1.87㎏의 미숙아로 태어났지만, 이후 또래 영아들과 동일한 발육도를 보였다.

A씨는 사회로 돌아왔지만, 충분한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또다시 성매매에 뛰어들 수 있다. 그는 만 20세였던 2006년, 미혼모 상태에서 처음 아이를 낳았지만, 양육할 형편이 되지 않아 입양을 보냈다. 그러나 이후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성매매를 직업으로 삼았고, 원치 않는 임신까지 하게 됐다.

A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재판부도 "취약계층을 적절히 보호하지 못한 우리 사회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지적 능력 및 업무수행 능력, 경제적 형편 등 여러 사정을 봤을 때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 열위에 놓여 있는 사회적 보호 대상이라고 볼 여지가 크고, 정상적인 다른 직업을 얻어 필요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한민국 헌법 제36조 2항에는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피고인에 대한 일부 재정적 지원만으로는 자활 수단이 충분하게 마련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구미=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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