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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이 꿈꾸고 심청이가 몸 던진 그곳... 바다 위 풍력발전기 들어선 까닭은

입력
2023.03.24 05: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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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다] <20>전북 부안군 위도
앞바다에 해상 풍력발전기 20기 가동
해상풍력·수산업 공존 '주민상생형 모델'
서해안 3대 황금어장... 팔도 어부 집결
백악기 형성된 지층... 왕등낙조에 탄성
올해 서해훼리호 참사 30주기... 추모식

편집자주

3,348개의 섬을 가진 세계 4위 도서국가 한국. 그러나 대부분 섬은 인구 감소 때문에 지역사회 소멸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생존의 기로에서 변모해 가는 우리의 섬과 그 섬 사람들의 이야기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전북 부안군 위도에서 가장 높은 망월봉에서 바라본 위도 전경. 부안=최주연 기자

전북 부안군 위도에서 가장 높은 망월봉에서 바라본 위도 전경. 부안=최주연 기자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항에서 약 14㎞. 50분 남짓 배를 타고 서쪽으로 향하면 '위도(蝟島)'가 한눈에 들어온다. 조선 중기 소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이 이상향으로 삼은 '율도국'과 심청이가 아버지의 눈을 고치기 위해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 전설이 흐르는 섬이다.

맑은 날이면 격포항에서도 보일 정도로 지근거리에 있다. 고슴도치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위도다. 예전부터 조기와 민어, 바지락, 꽃게 등이 많이 잡혀 서해안 황금어장으로 꼽혔다. 특히 가을이면 '바다 강태공'들이 몰려드는 바다낚시의 성지로 유명세를 탔다. 그런 위도가 이제 해상풍력 발전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첫 해상풍력단지... 위도 변화의 중심

전북 고창군 상하면 한국해상풍력 실증센터 전망대에서 바라본 해상풍력 실증단지 전경. 고창=최주연 기자

전북 고창군 상하면 한국해상풍력 실증센터 전망대에서 바라본 해상풍력 실증단지 전경. 고창=최주연 기자

6개 유인도와 14개 무인도로 이뤄진 위도는 1,100여 명의 주민이 산다. 총면적 14.32㎢로 전북에서 가장 큰 섬이다. 주민 대다수가 어업이나 양식업에 종사하고 있고, 휴가철에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민박이 수입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위도에 낯선 풍경이 자리 잡았다. 약 800m 간격을 두고 바다 위에 우뚝 솟은 풍력발전기가 위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정부는 2020년 한국판 그린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위도 앞바다에 총 60메가와트 규모 풍력발전기 20기를 세우고,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준공해 전력을 만들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연간 155기가와트. 1단계 실증사업을 거쳐 현재 2, 3단계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전북 부안군 위도면 대리에서 바라본 해상풍력 실증단지. 부안=최주연 기자

전북 부안군 위도면 대리에서 바라본 해상풍력 실증단지. 부안=최주연 기자

하지만 시행 초기 여느 국책 사업처럼 우여곡절이 많았다. 위도 앞바다는 강한 바람과 비교적 얕은 수심으로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평가받았지만, 어업이나 양식업 등으로 생업을 삼는 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오랜 시간 생활 터전으로 삼아온 바다를 내주면 피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조업 공간이 축소되면 수입도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감에 사업은 몇 해 동안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이 때문에 2011년 시작한 사업은 2017년에 이르러서야 첫 삽을 뜰 수 있었다.

양인선 한국해상풍력 발전센터장이 13일 전북 고창군 상하면 실증센터에서 해상풍력 실증단지 사업 진행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창=최주연 기자

양인선 한국해상풍력 발전센터장이 13일 전북 고창군 상하면 실증센터에서 해상풍력 실증단지 사업 진행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창=최주연 기자

정부와 지자체 주민, 업계 관계자가 참여한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민관협의회'가 출범하면서 주민들 마음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협의회를 통해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그간 쌓였던 오해와 불만이 조금씩 해소됐다. 풍력발전기가 바다 위 인공어초 역할을 하면서 감성돔과 학꽁치, 광어 등 여러 수산 자원이 서식처로 삼는 현상도 목격됐다. 주민 피해보상이나 해양환경조사, 양식장 조성 방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했고, 그 결과 '해상풍력과 수산업이 공존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강대식(70) 위도면 대리 이장은 "해상풍력에 반대했던 사람들도 정부 지자체의 진정성 있는 태도에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사업이 확대되면 위도의 생활상을 다시 한번 바꿔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풍력사업에 일정 부분 투자하고 수익도 배분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익 공유형 주민참여사업'도 호응을 얻었다. 주민들이 해상풍력발전 사업의 공동 사업자인 셈이다. 양인선 한국해상풍력 발전센터장은 13일 "해상풍력단지가 민관갈등 해소와 '주민상생형' 롤모델로 알려지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우리 기술을 개발해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확대하는 전진기지 역할에 주민들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배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민관협의회장(대리어촌계장)이 전북 부안군 한 카페에서 해상풍력 실증단지 사업 진행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안=최주연 기자

김인배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민관협의회장(대리어촌계장)이 전북 부안군 한 카페에서 해상풍력 실증단지 사업 진행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안=최주연 기자

해상풍력단지에 거는 주민들의 기대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김인배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민관협의회장(대리어촌계장)은 "이제는 주민들이 해상풍력단지의 가장 든든한 지원자"라며 "서로 양보하고 협업하는 과정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지역 소멸을 우려하는 도서 지역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62명 숨진 서해훼리호 사건... 슬픔은 현재 진행형

전북 부안군 위도면 서해훼리호 참사위령탑 옆 깃발과 나무가 강한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올해는 서해훼리호 참사 발생 30주기를 맞는 해다. 부안=최주연 기자

전북 부안군 위도면 서해훼리호 참사위령탑 옆 깃발과 나무가 강한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올해는 서해훼리호 참사 발생 30주기를 맞는 해다. 부안=최주연 기자

하지만 위도는 최악의 해상 사고가 발생한 아픔도 간직한 곳이다. 1993년 10월 10일 위도에서 격포항으로 향한 서해훼리호가 부속섬인 임수도 부근에서 거센 돌풍과 파고를 이기지 못하고 침몰했다. 당시 정원은 200명에 불과했지만, 주민들과 주말 방문객들이 뒤섞여 362명이나 탑승했다. 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데다 3~4m 높이 파도까지 일면서 무리하게 운항한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 당시 사고 사망자만 292명으로 이 중 위도 주민만 58명에 달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위도를 방문해 희생자 유가족들을 위로했지만 슬픔의 흔적은 아직 섬에 남아 있다.

서해훼리호 선체에서 시신 등을 인양하기 위해 군경 합동구조단원이 선내로 투입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해훼리호 선체에서 시신 등을 인양하기 위해 군경 합동구조단원이 선내로 투입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해훼리호 참사는 열악했던 위도의 환경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됐다. 참사 이후 해안 일주도로를 비롯해 항구 접안시설, 상수도 시설도 새롭게 들어섰다. 위도에서 태어나 타지 생활을 하다 3년 전 고향으로 '역귀촌'한 최보영(42) 위도면 문화해설사도 "가까운 친구, 가족, 이웃들이 돌아가셨던 만큼 아직 트라우마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적지 않다"며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안전한 위도가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올해 10월 참사 발생 30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재발 방지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추모식을 계획하고 있다.

백악기 흔적 고스란히... 서해안 일품 '낙조' 관광객 탄성

14일 오후 전북 부안군 위도면 벌금리 위도해수욕장에서 백악기 화산활동의 영향으로 형성된 벌금리 퇴적층 대월습곡이 관찰되고 있다. 부안= 최주연 기자

14일 오후 전북 부안군 위도면 벌금리 위도해수욕장에서 백악기 화산활동의 영향으로 형성된 벌금리 퇴적층 대월습곡이 관찰되고 있다. 부안= 최주연 기자

해상풍력 시설로 변화를 맞고 있지만 위도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수려한 경관이다. 고운 모래가 넓게 펼쳐진 벌금리 위도해수욕장 사이로 난 숲길을 따라 20여 분을 걷다 보면 거대한 '대월습곡'이 모습을 나타낸다. 높이 35m 길이 100m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월습곡은 약 8,5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습곡은 지층이 퇴적되다 화산 폭발 등 강한 압력으로 지형이 물결 모양으로 변한 것을 말하는데, 이곳은 모양이 마치 달과 닮았다 해 '대월'이라 붙여졌다. 전북 서해안 국가지질공원에 포함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도 신청했다.

늦은 오후 무렵 위도의 부속섬인 왕등도에 걸쳐 내려오는 '낙조' 역시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이날 전망대 부근에 차를 세우고 낙조를 바라보던 한 60대 관광객은 "이곳만큼 아름다운 낙조를 본 적은 없는 것 같다"며 한동안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최 해설사는 "바다와 맞닿아 있는 독특한 지형구조와 포근한 산책로, 빨갛게 물들며 내려오는 노을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라며 "세월이 흘러도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을 보고 있으면 조금 더 일찍 돌아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전북 부안 위도 위치도. 그래픽=송정근 기자

전북 부안 위도 위치도. 그래픽=송정근 기자


위도는

위치 : 전북 부안군 위도면

산업구조 : 어업 양식업 농업

특산품 : 조기, 굴, 바지락, 꽃게, 갓김치

부안=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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