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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연금개혁은 사명" vs 프랑스인 "죽으라는 얘기"...시위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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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연금개혁은 사명" vs 프랑스인 "죽으라는 얘기"...시위 폭발

입력
2023.03.19 19: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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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무시'에 '의회 패싱'까지... 마크롱의 질주
"민주주의, 어디에?" 분노한 시민들 '과격 시위'

프랑스 파리에서 18일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낸 것으로 추정되는 불길 사이로 경찰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에서 18일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낸 것으로 추정되는 불길 사이로 경찰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연금개혁을 둘러싼 프랑스의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정년을 연장하고(현행 62세→64세), 근속 기간도 확대해야 한다(현행 42년→43년)고 확신한다. 누군가는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사명감 때문인 듯, 연금개혁안의 의회 표결을 생략하고 정부 입법을 강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더 오래 일하라'는 구상을 생명과 인권 박탈 시도로 보는 프랑스인들은 민주 절차를 외면한 마크롱 정부에 격분했다. 각 부문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1월부터 이어온 연금개혁 반대 시위는 폭력적으로 변했다. '시위의 나라 프랑스 역사상 최악의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프랑스 파리에서 18일 연금개혁 반대 시위대 사이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얼굴이 보인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에서 18일 연금개혁 반대 시위대 사이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얼굴이 보인다. 파리=AP 연합뉴스


사흘째 이어진 '과격 시위'… "마크롱, 물러나라"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18일(현지시간) 열린 시위는 거칠었다. 시위대는 쓰레기 더미에 불을 지르고 경찰을 향해 유리병, 돌 등을 던졌다고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언론들은 보도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진압을 시도했다.

시위가 과격화한 건 16일부터다. 건물 훼손, 상점 약탈, 도로·열차 선로 점거 등이 전국에서 벌어졌다. 연금개혁안의 하원 통과가 불투명하자 마크롱 정부는 16일 헌법 49조 3항의 특별규정을 들어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정부가 단독으로 입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긴급 상황에서 내각이 의회의 승인 없이 입법을 강행할 수 있게 한 규정이다. 프랑스는 2차 대전 이후 양원 기반 의원내각제를 도입했는데, 군소정당 난립으로 정치가 엉망이었다. 1958년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제5공화국 헌법을 제정하면서 의회가 분열돼도 정부가 기능할 수 있도록 해당 규정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100회 발동됐다.

마크롱의 연금개혁 강행이 '헌법적 절차'에 따른 것인 만큼, 마지막 저지 수단은 '광장의 목소리'밖에 없다. 시위가 더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노동조합 전문 정치학자 장 마리 페르노 프랑스 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반대 의견 표명을 존중하지 않으면 직접 표현할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프랑스24에 말했다.

도시 기능 마비를 볼모로 이미 파업을 시작한 항공, 철도, 전기, 쓰레기처리 부문 등의 각 노조는 23일 제9차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더 강경하고 더 심각한 행동이 나올 수 있다"(CGT 에너지 부문 대표)며 별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16일 프랑스 파리 외무부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 손을 모으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16일 프랑스 파리 외무부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 손을 모으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설득력·협상력 입증 못한 마크롱… "입지 더 좁아질 것"

마크롱 대통령은 벼랑끝에 섰다. 연금개혁 내용에서도, 절차에서도 호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금개혁이 당위라 해도, 그가 옳았다는 점을 증명하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파업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비용의 책임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근대 민주주의 발상지'인 프랑스의 민주주의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오명도 무시할 수 없다.

프랑스 야당들은 마크롱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17일 하원에 제출했다.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헌법 49조 3항 규정에 따라 내각의 연금개혁안이 폐기된다. 불신임안이 가결되려면 하원 재적 577명 중 289명이 동의해야 하는데, 집권당인 르네상스당이 250석을 갖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부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 있다. 공화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정치적 부담 때문에 찬성표를 던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프랑스 사상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된 마크롱은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으며, 임기는 2027년까지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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