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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 불어도 아픈 ‘통풍’, 맥주 많이 마시면 생긴다?

입력
2023.03.19 07:20
수정
2023.03.19 11:2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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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종류보다 음주량 많을수록 통풍 위험

통풍은 술 종류보다는 음주량이 많을수록 위험성이 높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통풍은 술 종류보다는 음주량이 많을수록 위험성이 높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통풍(痛風)은 혈액 내 요산(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퓨린이라는 물질을 인체가 대사하고 남은 산물) 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염 결정이 관절 연골과 힘줄, 주위 조직에 쌓이는 병이다.

통풍으로 국내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2년 26만5,065명에서 2021년 49만2,373명으로 9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풍은 흔히 맥주를 많이 마시면 걸리는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절반만 맞는 말이다. 맥주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술이 요산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술 종류보다는 음주량이 많을수록 통풍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통풍 증상은 주로 엄지발가락이나 발등ㆍ발목ㆍ무릎 등에 갑자기 염증이 생겨 심하게 붓고 빨갛게 변한다. 또 열감이 있고 손도 못 댈 정도로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김문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표현처럼 통풍은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며 “통증 정도를 0부터 10까지 평가하는 ‘시각 통증 척도’에선 출산을 8, 통풍을 9로 규정할 정도”라고 했다.

통풍은 주로 남성에게 발생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콩팥의 요산 제거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은 완경 이전까지 여성호르몬 영향으로 요산 제거 능력이 유지된다.

김 교수는 “술을 많이 마시는 비만 중년 남성에게 통풍이 많이 생긴다”며 “비만 자체가 체내 요산 생성을 증가시키고, 콩팥 기능은 점차 떨어져 요산 배설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최근 스트레스와 잦은 회식으로 과식을 하고 상대적으로 운동량이 적은 젊은 남성에게도 통풍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통풍 치료는 약물요법과 식이요법, 생활습관 교정이 기본이다. 급성 통풍은 주로 진통소염제, 만성 통풍은 통풍 예방 약제나 요산 저하제 등으로 관리한다.

통풍은 관절염 발작이 재발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여러 질환과도 관련 있다. 대한류마티스학회지에 발표된 ‘한국인 통풍 환자의 진단 및 치료 실태 조사’에 따르면 고혈압ㆍ당뇨병 등 만성 대사 질환이 동반될 때가 많았다. 3개 대학병원에서 2005~2008년 통풍 환자 1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 고혈압 36%, 당뇨병 11%, 협심증 8.1%, 심부전 6.6%, 이상지질혈증 4.4% 순으로 기저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풍 환자 중 절반은 고혈압과 대사증후군, 10명 중 1명은 당뇨병이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치료받지 않은 고혈압 환자 4명 중 1명은 혈중 요산 농도가 7㎎/dL 이상인 ‘고요산혈증’이다. 이처럼 합병증이 동반될 때가 많아 단순히 관절염 치료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합병증이 있는지 확인하고 함께 치료해야 한다.

콩팥 질환과 고요산혈증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요산은 주로 콩팥에서 배설되므로 고요산혈증은 콩팥으로 요산을 더 많이 배설해 콩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결석이 생겨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반대로 신부전이 있으면 고요산혈증이 생겨 통풍을 일으킬 수 있다. 신부전 환자의 급성 통풍성 관절염 치료도 제한을 받는다. 투여되는 항염제가 콩팥 기능을 저해하므로 신부전 환자의 통풍 치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통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음과 과식을 삼가는 것이 좋다. 또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을 통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다만 너무 과격한 운동은 요산 생산을 늘리고 몸 속에 젖산이 축적돼 요산 배설이 줄면서 ‘통풍 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

이뇨제 성분 중 싸이아자이드나 저용량의 아스피린, 결핵 약 등 요산을 증가시킬 수 있는 약물도 조심해야 한다. 내장, 과당이 많은 콘 시럽이 함유된 음식, 등 푸른 생선, 조개, 육류, 과일주스, 설탕, 단 음료, 디저트, 소금 등도 삼가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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