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대에 철로 설치 "민족정기 훼손"
연말까지 조사·복원 끝내고 개방
“우리 발 밑에 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네요.”
대학생 이지우(24)씨는 1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월대 복원ㆍ발굴조사 현장에서 일제강점기 때 설치된 전차 철로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탄식을 쏟아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이날 광화문 월대 발굴 현장을 일반에 첫 공개했다. 월대는 궁궐 앞에 설치된 넓은 단으로 각종 궁중행사 때 쓰인 장소다. 세종대왕 재위 기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광화문 월대는 1920년 대 일제에 의해 훼손됐다. 시와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부터 광화문 월대부(1,620㎡)와 주변부(4,487㎡) 발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57년 만에 일제가 설치한 전차 철로가 공개돼 높은 관심을 받았다. 1917년 설치돼 1966년까지 운영된 철로는 광화문 월대의 동ㆍ서편에서 나오는 ‘통의동선’과 ‘안국동선’이 Y(와이)자형으로 만나 세종로 방향으로 연결됐다. 월대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철로 하부에는 납작한 돌인 갑석이 사용됐고, 상부는 콘크리트로 기초를 만들었다. 70~80㎝ 간격으로 설치된 침목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철로는 1966년 세종로 지하도가 생기면서 땅속에 묻혔다. 철로 위에는 아스팔트가 깔려 일반 도로로 이용돼 왔다. 이날 발굴 현장을 지켜본 한 시민은 “100년 전 일제의 만행을 보는 것 같다”며 “가슴 아픈 역사도 기억해야 하는 만큼 속히 복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로 70㎝ 아래에는 광화문 서편에 있는 삼군부 행랑터와 동편 의정부 행랑터로 추정되는 적심 시설(건물 하중을 지지하는 다짐돌)도 발견됐다. 행랑터는 조선시대 관리들이 휴게공간이나 창고 등으로 썼던 시설이다. 배수로 등도 이날 함께 발굴됐고, 중앙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돌이 놓여 있는 임금이 지나는 길 ‘어도’가 자리 잡았다.
발굴 조사에 참여한 노동국 한울문화재연구원 팀장은 “광화문에 육조거리와 조선총독부가 있어 일제는 조선을 근대화했다고 홍보하기 위해 월대 등 주요 시설을 훼손한 것”이라며 “운영 초기 단선으로 운영되던 철로는 1926년 조선박람회를 앞두고 복선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효자동과 안국동 등지에 일본인이 많이 살아 여객 기능을 원활히 할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시와 문화재청은 18일까지 하루 3회씩, 회당 30명 정원으로 현장을 공개한다. 예약은 이미 마감됐다. 올해 말 복원ㆍ발굴 조사가 마무리되면 전면 개방하고, 철로는 추후 철거해 다른 장소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양숙자 국립문화재연구원 학예연구관은 “광화문 월대는 현대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면서 “경복궁을 온전한 모습으로 되찾아 민족 정기를 되살리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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