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는 사실상 '기후 은행' 평가"... 그린테크 '휘청'
그린테크 1550곳 거래... "2027년까지 6조원 지원"
"사업 초기라 특히 취약" SVB 파산에 존속 위기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기후위기 심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SVB의 자금 지원을 받아 온 그린테크(친환경 기술) 스타트업들로선 적극적 투자가 한창 필요한 사업 초기 단계에서 이번 사태로 기술 개발·운영 예산이 끊겨 버리는 직격탄을 맞은 셈이기 때문이다. 신생 기술기업 분야 전문은행인 SVB 붕괴의 후폭풍은 캘리포니아 기반의 기술기업이나 산업계, 금융권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에 제동을 거는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기후 은행'이었던 SVB의 파산, 그린테크 강타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그린테크 기업들이 SVB 붕괴 사태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그린테크는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성장 중인 산업으로, 대부분 외부 투자를 받아 신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형태로 운영된다. SVB와 거래 중이었던 친화경 스타트업은 태양열·수소 및 전기차 배터리 기술 개발 업체를 비롯해 총 1,550곳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까닭에 SVB는 사실상 ‘기후 은행’으로도 불렸다. 지난해 SVB는 “그린테크 기업 고객 지원을 위해 2027년까지 최소 50억 달러(약 6조5,105억 원)의 대출, 투자 및 기타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린테크를 콕 집어 지원 방침을 내놓자 더 많은 스타트업이 SVB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미국 최대 공동태양광 발전업체인 ‘아르카디아’의 키란 바트라주 최고경영자(CEO)는 “기후 관련 스타트업계는 주로 한 기관(SVB)을 통해 거래했는데, 이번 사태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현금 부족'에 올스톱... 친환경 기술 정체 우려도
실제로 상당수 그린테크 스타트업들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탄소 제거 장치를 만드는 기업 ‘캡처6’의 이선 코언-콜 CEO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보험금으로 직원들 급여는 마련했다”면서도 “현금이 더 묶이면 공급업체나 협력사와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2021년 설립된 이 회사는 실리콘밸리의 다른 그린테크 기업이 그렇듯, 현재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곳이다.
“SVB 예금 전액을 보증한다”는 미국 연방정부의 발표에도 안심하긴 힘들다. 당장 현금 지급 능력이 없어 거래처의 신뢰를 잃게 될 경우, 사업 운영엔 치명타를 입는다. 그린테크 기업에 대한 소액 대출기관인 '인듀어링 플래넷'은 SVB 파산 24시간 만에 5억 달러(약 6,525억 원) 이상 대출 신청을 100건 이상 접수했다고 밝혔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업 운영이나 연구개발 투자가 불투명해지면서 친환경 기술 개발 자체도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덴마크 신재생에너지 기업 ‘오스테드’의 이사이자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기후 특사 수석고문인 바룬 시바랑 박사는 “그린테크 기업들은 시범 프로젝트, 파일럿 라인, 연구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들이 실패하거나 뒤처지면 기후위기 대책의 실효성도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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