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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SM 지분'은 그대로"... '불편한 동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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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SM 지분'은 그대로"... '불편한 동거' 시작

입력
2023.03.12 18:00
수정
2023.03.12 18:09
12면
0 0

경영권 분쟁 타결됐으나 하이브 보유 SM 지분 넘기는 내용 빠져
"하이브, 계속 손에 쥐고 SM에 영향력 행사" 관측


방시혁(왼쪽) 하이브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하이브, 카카오 제공

방시혁(왼쪽) 하이브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하이브, 카카오 제공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극적 합의엔 하이브가 기존에 확보한 SM 지분을 카카오에 넘기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하이브가 SM 상당 지분을 계속 손에 쥐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협의 내용을 잘 아는 관계자는 1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합의에 이제까지 하이브가 보유한 SM 지분을 넘기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14.8%의 지분을 사들여 총 15.7%의 SM 지분을 확보했다. 카카오는 26일까지 1조2,000억 원을 쏟아부어 SM 지분 35%를 매입할 계획이지만 만일 하이브가 SM 주식을 팔지 않으면 카카오와 하이브가 나란히 1, 2대 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와 하이브가 손은 잡았지만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는 것이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카카오와 하이브의 이번 합의는 SM의 장점은 나눠 차지하고 서로 독과점이라는 비난은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분석했다. 그는 "하이브가 SM 지분 상당수를 계속 손에 쥐고 가려면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주주총회에서 합의해야 할 텐데 결코 장밋빛 미래만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하이브는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입대로 우려되는 매출 감소에 대한 타개책을 마련하고 동남아시아와 아랍권에서의 시장 확대를 위해 SM 인수를 추진해왔다. 전문가들은 K팝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 SM 소속 아이돌 관련 콘텐츠를 서비스해 지식재산권(IP) 사업을 펼치려면 하이브가 그간 확보했던 SM 지분을 쉽게 카카오에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하이브가 SM 추가 지분 매입 중단을 선언했지만 그동안 확보한 지분까지 카카오에 다 넘기진 않을 것"이라며 "만약 내놓는다고 해도 하이브가 SM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10% 안팎의 지분은 계속 끌어안고 가면서 추후 카카오와 SM 관련 플랫폼 협의에 활용할 카드로 쓸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와 관련 하이브 관계자는 "SM 주식을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하이브가 카카오와 SM 인수 경쟁에서 한발 물러선 건 과열된 '머니게임'에 따른 출혈을 최소화해 주주들의 반발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 K팝 기획사의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로 1조 원을 확보한 카카오와 달리 하이브엔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즉시 가동할 수 있는 '실탄'이 없다"며 "기존에 확보한 지분으로 안전하게 SM 경영에 참여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K팝 팬덤의 극심한 반발과 하이브의 SM 인수에 따른 시장 독과점에 대한 비판 여론도 하이브의 갑작스러운 인수 중단 선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한다. K팝 일부 팬덤은 '독과점은 문화 파괴'란 문구가 적힌 전광판을 달고 최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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