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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인권보호 강조에도, 조력권 고지도 없이 장애인 수사한 서울구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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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무부 인권보호 강조에도, 조력권 고지도 없이 장애인 수사한 서울구치소

입력
2023.03.08 04: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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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구치소장에 진정…인권위 조사 착수
의무·권고 법에도 신뢰동석인 관련 고지 안해
"기억 안나" 재판도 영향…'인권 사각' 특사경
법무부 "소통 원활 판단"…법조계 "개선해야"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 교정본부 산하 서울구치소의 발달장애·미성년 수용자 상대 인권침해 진정 사건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시각물=박구원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 교정본부 산하 서울구치소의 발달장애·미성년 수용자 상대 인권침해 진정 사건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시각물=박구원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법무부 교정본부 산하 서울구치소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과 관련해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이 발달장애·미성년 수용자 인권을 침해했다는 진정을 접수해 조사에 들어갔다. 수사 과정에서 법으로 명시된 신뢰관계인 동석 등 절차 고지가 없었다는 게 진정 내용이다.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과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제기된 인권침해 진정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관계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진정인 측은 교정 총괄 책임자인 장관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준수 규정 정비와 미성년자 보호자 통지 등 권리보장 방안 마련을, 구치소장에게는 경위 조사와 재발방지 방안 마련 권고를 요청했다.

신뢰동석인 고지 없어 재판에도 영향…인권위 조사 착수

지난해 3월 미성년자 A씨가 같은 수용실에 있던 발달장애인 B씨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서울구치소 소속 특사경이 조사에 착수했다.

문제는 특사경이 피해자인 B씨를 조사하면서 수사 조력권과 관련해 아무 고지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B씨는 지적장애 3급이란 사실을 특사경에게 알렸으며, 장애인등록증도 구치소에 영치된 상태였다. 장애인차별금지법 26조 6항은 '사법기관은 사건관계인이 의사소통·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확인하고,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받을 수 있다는 점과 구체적 내용을 알려줘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발달장애인법에도 피조사인의 조력권 관련 규정이다. '법원·수사기관은 발달장애인과 신뢰관계에 있는 이를 보조인으로 삼을 수 있고, 본인이나 검사 등이 신청하면 동석케 해야 한다'(12조) '(검사와 경찰은) 발달장애인 전담을 지정해 특성 교육을 실시하고 이들이 조사·심문해야 한다'(13조) 등이 대표적 조항이다. B씨를 조사한 특사경은 법이 정한 최소한의 인권보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서 지난해 11월 11일 이뤄진 폭행 사건 피해 발달장애인 B씨 증인신문 내용 일부 발췌. 이해를 도울 신뢰관계인 동석 없이 이뤄진 발달장애인 조사가 재판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서울중앙지법서 지난해 11월 11일 이뤄진 폭행 사건 피해 발달장애인 B씨 증인신문 내용 일부 발췌. 이해를 도울 신뢰관계인 동석 없이 이뤄진 발달장애인 조사가 재판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미성년 피의자 권리 고지도 누락…법무부 "의사소통 원활"

미성년자인 A씨도 권리를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 담당 특사경은 A씨의 신문 과정에서 생년월일 질의를 통해 A씨가 미성년자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형사소송법 244조의5에 따르면, 피의자 신문시 △신체·정신적 장애로 사물 변별과 의사 결정·전달 능력이 미약할 때 △연령 등을 고려해 심리적 안정 도모 및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직권 또는 피의자 측 신청으로 신뢰관계인을 동석케 할 수 있다. A씨 측은 지능지수가 51에 해당한다는 의무기록을 제출했기 때문에 구치소에선 그의 발달장애 가능성도 파악 가능했다. 그럼에도 수사 조력 고지는 없었다.

법무부는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 B씨와 관련해선 "발달장애인이라는 사실은 알았으나 질문 이해 및 답변이 적절해 수사담당자가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법령 인식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A씨 경우는 "미성년 피의자의 신뢰관계인 동석 신청이 없었고, 의사소통이 어렵지 않다고 봐 직권을 발동하진 않았다"고 했다.

인권위 "소통 가능 이유 안돼 차별"…법조계 "권리보호 절실"

인권위는 구치소 측의 장애인과 미성년 수용자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전담수사관 배정, 신뢰관계인 동석 없이 수사한 경찰서에 대한 유사 진정 사건에서 지난달 16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형사사법절차상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진정을 제기한 손영현 변호사는 "법무부는 인권수호 주무부처임에도 발달장애인법 준수와 미성년자 보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발달장애인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촉법소년 연령하향으로 미성년 수감자 증가가 우려되기 때문에 권리보호 방식을 정립하는 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A씨의 B씨 폭행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B씨는 법정에서 피해 증거로 제출된 본인 자필 문건들에 대해 "내가 작성한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신뢰관계인 동석 없이 이뤄진 발달장애인 조사가 결국 B씨의 폭행 피해 구제를 막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유지 기자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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