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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잘 살고 있는 현실, '정 씨' 처럼"...서울대 학폭 피해자가 남긴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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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잘 살고 있는 현실, '정 씨' 처럼"...서울대 학폭 피해자가 남긴 메시지

입력
2023.03.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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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하고 숨어야 할 가해자"
4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글

대학생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4일 올라온 글. 자신이 서울대 사범대 재학중이라고 밝힌 A씨는 학교폭력 피해 경험을 고백하며, 또 다른 피해자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대학생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4일 올라온 글. 자신이 서울대 사범대 재학중이라고 밝힌 A씨는 학교폭력 피해 경험을 고백하며, 또 다른 피해자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정순신 변호사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낙마한 가운데, 정 변호사 아들이 진학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대 한 학생이 자신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을 고백하는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지난 4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엔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자필 작성 메모가 올라왔다.

서울대 사범대 학생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 반성도 없이 잘 살고 있다는 현실에 많은 피해자가 힘겨워하고 있을 요즘, 저 또한 학교폭력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 운을 뗐다.

A씨의 중학생 시절은 악몽 같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는 “가해자들의 괴롭힘, 방관하는 또래들의 무시, ‘네가 문제’라는 담임교사의 조롱으로 매일 살기 싫다는 생각만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털어놨다. 학교를 가지 않는 여름방학마저 학원에서 “너 왕따라며?”라는 다른 학교 학생의 비웃음까지 들어야 했다.

견디다 못한 어느 날, 학교 밖으로 뛰쳐나갔다 며칠 후 돌아왔지만 아무도 그를 걱정하는 이들은 없었다. 오히려 그의 학교생활기록부에는 ‘무단 결과’ 기록이 남았다. 가해자들은 기록조차 남지 않는, 훈계 몇 마디를 들었을 뿐이다. 가해자들은 반성하지도 괴롭힘을 멈추지도 않았다. A씨는 “걔 자살했으면 학교 문 닫았을 텐데 아깝다”는 가해자 말까지 전해 들어야 했다.

A씨는 “부끄러워하고 숨어야 할 쪽은 가해자인데, 손가락질당하는 사람은 저 하나였다”라며 “지금도 잘살고 있는 정 모 씨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겠죠. 않을 거고요. 앞으로도요”라고 했다.

다만 그는 이 글을 남긴 이유에 대해 “오늘 지금 이 순간도 잠 못 이루고 있을, 아픔을 가진 피해자들이 제 말에 위로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A씨의 꿈은 교사다. 그는 “학생들이 폭력 없는 환경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자가 되고 싶다”며 “가해자가 발도 못 들일 교실, 피해자의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교실을 만들 수 있길 소망한다”고 했다.

자신처럼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던,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응원의 말도 남겼다. “당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상처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아픔이 길겠지만 영원하지 않으니 삶을 포기하지 마세요. 의기소침해하지도 마세요. 당신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폭력에 무너지지 않고 그 다리를 건너온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정 변호사 아들 정씨는 2017년 강원도에 있는 한 기숙사형 자율형사립고에 입학해 동급생을 상대로 폭언 등 학교폭력을 가해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지만 정시모집 전형을 통해 2020년 서울대에 합격했다. 반면 실제로 피해 학생들은 학교생활은 물론이고 대학 진학에도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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