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지정한 비대면 강의 플랫폼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원을 해임한 것은 징계 재량권 범위를 남용한 것이란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신명희)는 사립대 부교수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기각 결정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가 속한 대학은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전면 온라인 비대면 수업 방식으로 전환했다. 대학은 교원들에게 원격수업 플랫폼인 '블랙보드'를 쓰게 하면서 수업시간표에 따라 실시간 화상강의를 진행하라는 학사지침을 내렸다. '줌' 등 다른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강의 영상 녹화 내지 화면 캡처 등 증빙 자료를 블랙보드에 올려야 한다는 지침도 더했다.
대학 교육원에서 영어 과목 전담교원이던 A씨는 2020학년도 1·2학기 수업 과정에서 블랙보드 이외에 '줌'과 '행아웃', '팀스피크' 등 다른 플랫폼을 통해 4,5명씩 소그룹을 구성한 수업을 진행했다. 대학에서 지정한 플랫폼인 블랙보드를 활용한 수업일수와 수업시간은 학칙상 기준치에 미달했다.
대학 측은 학사관리 불성실을 이유로 A씨를 2021년 8월 해임했고, A씨는 교원소청심사위에 해임 처분 취소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학교의 해임 처분은 징계 재량권을 남용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학사지침을 위반하긴 했지만 블랙보드를 이외의 방식으로 수업한 시간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업일수 및 수업시간이 기준에 미달했다는 점이 인정되려면 추가적인 증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학생들의 학습권 자체를 침해했다거나 교원으로서 기본적 직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학교는 해임보다 가벼운 처분으로도 징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블랙보드 시스템이 불안정해 강의에 차질을 빚은 일이 자주 있었던 점, 학생들이 A씨의 수업을 호평한 점도 감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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