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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말하기 전에... '진짜 엄마'의 삶 얼마나 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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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말하기 전에... '진짜 엄마'의 삶 얼마나 아나요?

입력
2023.03.08 14:00
수정
2023.03.08 14: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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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각으로 '엄마' 조명하는 책 출간 봇물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국가경쟁력 약화, 생산가능인구 급감 등 경제 사회적 관점에서 저출생 현상을 우려하는 분석은 넘쳐나지만 정작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엄마'의 삶에 대한 관심은 미약하다. 자신의 삶을 직접 말하고 재해석하는 엄마들의 책이 주목받는 이유다.

① 엄마들이 보고 쓴 '엄마 영화' 이야기

기혼 엄마 페미니스트 모임 '부너미'의 이성경(39) 대표, 최인성(37)씨, 정미진(41)씨, 정현주(40)씨가 새로 나온 신간 '우리 같이 볼래요'를 들고 지난 1일 미소를 짓고 있다. 서재훈 기자

기혼 엄마 페미니스트 모임 '부너미'의 이성경(39) 대표, 최인성(37)씨, 정미진(41)씨, 정현주(40)씨가 새로 나온 신간 '우리 같이 볼래요'를 들고 지난 1일 미소를 짓고 있다. 서재훈 기자

"약함과 강함이 공존하는, 역설로 가득한 엄마의 삶을 인정하면서, 그리고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나를 보듬어 안으면서, 엄마는 강하다는 말을 이제 제대로 쓰고 싶다. 아무도 강요하거나 협박하지 않은 온전한 내 목소리로.(94, 95쪽)"

엄마들은 대표적인 '시간 빈곤자'다. 전업주부건 워킹맘이건 끝이 없는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하다 보면 엄마들의 하루는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마음 편히 씻을 틈도 없는 엄마 26명이 아이들을 재우고 난 밤 10시에 모니터 앞에 앉아 영화 이야기를 하고 합평한 에세이집 '우리 같이 볼래요(이매진 발행)'가 출간됐다. 기혼 페미니스트 모임 '부너미'가 기획했다. 저자들은 '82년생 김지영' '우리의 20세기' 등 이른바 엄마 영화를 감상한 뒤 결혼 제도와 동등한 가사 분담, 성평등 육아, 출산 뒤 신체 변화 등 '엄마'로 살면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에 대한 감정을 털어놓는다. 선정된 영화 26편은 엄마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2021년 내내 1, 2주마다 비대면으로 만나 생각을 나누거나 글을 썼다. 텅 빈 문서 작성 프로그램 화면의 커서를 옮기기까지 몇 번의 분유를 아이에게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야 했는지, 그 시간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우리 같이 볼래요?ㆍ부너미 지음ㆍ이매진 발행ㆍ224쪽ㆍ1만5,000원

우리 같이 볼래요?ㆍ부너미 지음ㆍ이매진 발행ㆍ224쪽ㆍ1만5,000원


② 엄마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일

엄마를 엄마라는 역할이 아닌 한 개인으로 바라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한 인간의 존재 속에서 엄마란 그가 만난 사람들 중에 결단코 가장 이상하고 예측이 불가하며 파악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재영 작가는 신간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에서 엄마 고선희씨를 인터뷰하며 그 삶을 다시 읽어본다. 김영원 인턴기자

엄마를 엄마라는 역할이 아닌 한 개인으로 바라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한 인간의 존재 속에서 엄마란 그가 만난 사람들 중에 결단코 가장 이상하고 예측이 불가하며 파악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재영 작가는 신간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에서 엄마 고선희씨를 인터뷰하며 그 삶을 다시 읽어본다. 김영원 인턴기자

'엄마'도 태어날 때부터 엄마는 아니었다. 책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휴머니스트 발행)'는 '엄마'라는 단어에 갇힌 한 인간의 삶을 다시 소환하는 책이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등을 쓴 논픽션 작가 하재영(44)씨는 2년 전부터 엄마 고선희(68)씨를 인터뷰하며 듣고 또 들었다. 책은 '다음 세대 여성'인 딸의 관점에서 '개인 여성'인 엄마의 삶에 각주를 달아 재해석하는 취지로 기획됐다.

어린 시절 엄마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괴테, 헤르만 헤세, 박경리 등 문학 작품을 탐독하고 1970년대에 역사교육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된다. 직업을 가질 새 없이 곧바로 맞선을 보고 결혼했고, 시집살이를 하며 주부와 엄마로 살던 고씨는 결혼 45년 후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기를 꼽으라면 그때인 것 같아. 학생이었던 시절, 누구의 아내도 며느리도 엄마도 아니었던 시절, 내가 그저 나였던 시절."

책은 '엄마의 구술-딸의 해석'의 형식과 연관 여성학 도서를 적절하게 인용한다. 그 자체로 한 편의 완성된 '페미니즘적 맥락'을 담은 사회비평서다. "내가 엄마에게 주고 싶었던 것은 엄마에 대한 '책'이 아니었다. '나 자신으로 살지 못했다'라고 말하는 엄마가 자기 삶의 저자가 되는 사건이었다." 엄마의 '필경사'를 자처한 저자의 말이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ㆍ하재영 지음ㆍ휴머니스트 발행ㆍ268쪽ㆍ1만6,000원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ㆍ하재영 지음ㆍ휴머니스트 발행ㆍ268쪽ㆍ1만6,000원


③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는 법

"어쩌면 난 아이들을 키우는 데 너무 많은 걸 투자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투자한 건 나 자신이었다."

영화 '헤어질 결심' '아가씨' '친절한 금자씨' 등의 각본을 쓴 정서경 작가도 '엄마'다. '일하는 엄마'들의 에세이를 모은 책 '돌봄과 작업(돌고래 발행)'에는 정 작가 등 엄마 11명이 돌봄과 작업을 해 나가는 삶을 진솔하고 용기 있게 말한다.

책은 아이를 돌보면서 작업을 할 때 효과적이거나 올바른 방식을 따지는 내용은 아니다. 과도한 양육지침을 소개해 엄마들에게 죄책감을 안겨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는 엄마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변수 앞에서,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하고 또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과정을 공유한다.

책을 기획한 김희진 돌고래 대표는 "온갖 기준과 잣대, 판단과 평가, 때로는 혐오까지 난무하는 영역에서 양육자들이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했다"며 "양육자들의 다양한 선택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희망한다"고 말했다.

돌봄과 작업ㆍ정서경 외 지음ㆍ돌고래 발행ㆍ208쪽ㆍ1만6,500원

돌봄과 작업ㆍ정서경 외 지음ㆍ돌고래 발행ㆍ208쪽ㆍ1만6,500원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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