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조각가 김윤신 개인전 열려
올해 88세를 맞은 조각가 김윤신은 지금도 직접 전기톱을 들고 나무를 깎아 낸다. 성인 몸통보다 굵은 통나무를 잘라내는 작업을 하면서도 그는 한 번도 조각을 고된 일로 여긴 적이 없다. ‘주어지면 주어진 대로 작업을 해야 한다, 작가는 예술을 통해서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김윤신은 대학 시절부터 지난 60여 년을 전통적인 조각 작업에 매달려왔다. 초기작인 석판화부터 석조각, 목조각 등 70여 점을 한자리에 모은 개인전 ‘김윤신: 더하고 나누며, 하나’가 서울 관악구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5월 7일까지 열린다.
김윤신은 1950년대에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조각계 원로다. 그는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추상 조각을 시작해 1964년도부터 1969년도까지 프랑스에서 석판화 등을 공부했다. 1974년 선배 작가들과 함께 한국여류조각가회를 설립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다가 1984년에는 아르헨티나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주로 지내왔다. 브라질과 멕시코에 머물면서 작업하기도 했다. 작가는 이렇게 각지를 떠돌며 석재, 목재는 물론 최신작에서 활용한 알루미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를 실험하면서도 작업 방식만큼은 옛 방식을 고수한다.
지난달 27일 전시 개막일을 하루 앞두고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자신의 작품들을 돌아보면서 ‘공간을 흡수하고’ ‘공간을 이끌어서’ 마음에 든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작품이 그가 1991년 멕시코에 머물면서 오닉스(줄마노)로 조각한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1991-422’다. 겉으로 보면 투박한 돌 같지만 잘라내면 단면에 화려한 줄무늬가 드러나는 오닉스의 성질을 이용한 작품이다. 작가는 “조형적인 각도에서 (돌을) 과감하게 잘라냈다”면서 “중량감을 주면서도 공간을 흡수하는 요소가 있는 굉장히 힘이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목조각을 소개하는 공간에서는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제작된 목조 작품들이 관람객을 만난다. 이 공간의 명칭이자 전시 제목이기도 한 ‘더하고 나누며, 하나’는 작가의 철학인 ‘합이합일 분이분일’에서 따왔다. 음양처럼 서로 대립하는 두 개의 기운이 상호작용을 반복하면서 우주의 만물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양상을 조형적 요소로 나타낸 것이다. 이 시기 작품들은 나뭇조각들을 탑처럼 쌓아 올리거나 서로 붙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커다란 나무를 깎아내서 탑처럼 모양을 만든 것이다. 작가는 아르헨티나로 이주하면서 굵고 단단한 목재를 만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작품도 커지고 형태도 더욱 복잡해진다. 재료의 물성이 예술에 미치는 영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지난해 한국에 돌아와 국내에서 작업하고 있는 작가는 앞으로 다뤄보고 싶은 재료를 묻는 질문에 “한국의 새로운 재료들이 뭐가 있는지 그게 나하고 맞는지 또 내가 생각하는 그것을 그런 재료로 해서 그 생각이 거기서 느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좋은 것이 있으면 알려달라”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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