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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정규 앨범 낸 블루스 디바 강허달림 "나를 변화시킨 건 결국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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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정규 앨범 낸 블루스 디바 강허달림 "나를 변화시킨 건 결국 사랑"

입력
2023.03.07 10: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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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강허달림은 "원래는 포크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블루스 밴드들을 거치면서 블루스 가수로 규정된 것 같다"면서 "블루스를 비롯해 재즈, 포크, 솔 등 여러 색깔이 모여 제 음악을 만든다"고 말했다. 최주연 기자

“앨범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아요. 음악을 시작하면서 정규 앨범 3장을 내는 게 목표였어요. 2장은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쑥스럽고 부끄러우니까요. 목표를 이뤘다는 것만으로 기쁩니다.”

한영애 이후 ‘블루스 디바’의 계보를 잇는 싱어송라이터 강허달림(49·본명 강경순)이 이달 21일 12년 만에 정규 앨범 ‘러브’를 낸다. 리메이크 곡으로 채운 ‘비욘드 더 블루스’(2015)’와 미니앨범 ‘바다 영혼’(2016) 등을 내놓기도 했으나 어떻게 봐도 과작이다. 1997년 밴드 마고 활동을 시작으로 블루스 밴드 풀문과 한국 블루스 록의 전설 신촌블루스를 거쳐 2005년 솔로 데뷔한 베테랑 음악가가 이제야 세 번째 정규 앨범을 내게 된 데는 사정이 있다.

지난달 26일 만난 강허달림은 “2013년 딸을 낳은 뒤 삶의 모든 중심이 아이에게 가 있다 보니 뭔가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고 했다. 남편의 직장 때문에 제주로 이주해 살던 그는 육아와 가사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다시 음악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찾게 됐다. 정규 앨범을 낸 지 10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을 즈음 윤정원 화백의 작품들이 도화선을 당겼다. 2년 전 어느 봄날의 일이다.

“거의 오열을 했어요. 아이 중심의 삶이 너무도 행복했지만 이전까지 제가 활동하던 범위와 너무 떨어져 있기도 했고 풀리지 않는 갈증과 답답함이 있었나 봐요.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온 거죠." 이번 앨범의 재킷도 윤 화백의 작품을 썼다.

싱어송라이터 조동희가 기획한 ‘마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쓴 곡 ‘러브’가 이번 앨범의 제목과 주춧돌이 됐다. 이 곡을 시작으로 앨범의 서두를 장식하는 경쾌한 블루스 곡 ‘괜찮아요’와 봄날의 가벼운 발걸음을 닮은 ‘어른아이’, 피아노와 첼로의 사색적인 연주 속에서 바다 깊이 침잠하는 수작 ‘바다라는 녀석’ 등 10곡이 더 나왔고 “정규 앨범이라면 10곡 이상이 담겨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하자 마침내 앨범으로 완성됐다.

강허달림이라는 이름은 부모의 성에 '달린다'는 뜻의 달림을 붙여 만든 이름이다. 최주연 기자

20대의 거친 역정을 담은 첫 정규 앨범 ‘기다림, 설레임’(2008), 작사, 작곡은 물론 직접 프로듀싱과 편곡까지 맡았던 2집 ‘넌 나의 바다’(2011)에 이어 이번 앨범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엄마, 아내라는 새로운 관계성 안에서 변화해 온 40대의 삶을 그렸다. 그래서인지 ‘러브’를 비롯해 남편에 대한 사랑을 담은 ‘그대는 내 사랑’까지 앨범은 사랑이라는 주제로 충만하다.

“지난 앨범에선 주로 제 이야기를 담았는데 인생의 새로운 절반을 시작하는 시점에 내 주위의 사람들, 사람들과의 관계, 자연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결국은 이런 변화들이 사랑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지만 그 대상이 인류일 수도, 공동체일 수도, 자연일 수도 있죠. 그런 면에서 스펙트럼이 이전보다는 좀 더 풍부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강허달림은 문화계 인사들이 유난히 사랑하는 음악가다. 방탄소년단(BTS)의 뷔는 팬들에게 강허달림의 곡을 두 차례나 추천했고, 트로트 가수 김호중은 무명 시절 그에게 팬레터를 보냈다. 정규 1집 앨범의 소개 글은 영화 ‘교섭’의 임순례 감독이 썼다. 가수 현진영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이번 앨범에 듀엣을 먼저 제안하며 ‘그대는 내 사랑’을 함께 불렀다. “9시간 동안 녹음했어요. (강허달림은) 원하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부르고 또 부르는 지독한 완벽주의자입니다. 녹음하는 동안 공황장애가 와서 녹음을 멈춘 뒤 다시 하기도 했는데 자기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너무 잘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흔히 ‘블루스 디바’로 불리지만 강허달림은 블루스로 한정하기 어려운 가수다. 그의 음악엔 포크와 팝, 록, 재즈, 솔이 뒤섞여 있고 때론 미량의 국악과 트로트가 담겨 있기도 하다. 다만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하더라도 삶의 애환을 진하게 풀어내는 목소리는 그를 블루스의 자장 안에 머무르게 한다. 그 스스로도 “블루스 디바라는 칭호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블루스라는 장르적 카테고리에 맞아서라기보다 블루스의 정서적인 측면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강허달림 정규 3집 '러브' 커버 이미지. 윤정원 화백의 작품이다.

블루스는 때로 굴곡진 정서의 서사이기도 하다. 강허달림의 음악이 눈물을 흘리면서 활짝 웃는 채 춤을 추는 여인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이유다. 기쁨과 슬픔, 환호와 흐느낌, 행복과 불행, 춤과 탄식이 공존하는 음악. 그의 음악적 지향점도 블루스라는 장르가 아니라 그 정서와 서사에 닿아 있다. “오래전부터 알던 친구가 이번 앨범을 듣더니 저의 예전 모습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지는 서사를 느끼게 돼 반가웠다면서 다음엔 어떤 곡을 쓸지 기대된다고 하더군요. 앞으로 어떤 형태의 음악을 하게 될진 모르겠어요. 먼저 가사가 나오고 그에 맞는 음악을 입히게 되겠죠. 그렇게 제 삶이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잘 배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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