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검증 권한 없어 학폭 인지 못 해"
향후 거취 질문에 "고민 늘 하고 있다"
내부에선 '용퇴론' 봇물... "무능한 청장"
윤희근 경찰청장이 27일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과거 ‘학교폭력(학폭)’ 논란으로 국가수사본부장(국수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다만 경찰의 인사검증 권한 부재를 내세워 사실상 책임이 없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윤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취재진이 정 변호사의 조기 낙마에 관한 의견을 묻자 “추천권자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17일 국수본부장 공모 지원자 종합심사에서 검사 출신 정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단수 추천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2대 국수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아들이 고교 시절 동급생에게 학교폭력을 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 변호사는 하루 만인 25일 자진 사퇴했다.
정부의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을 비판하는 질타가 쏟아졌지만, 윤 청장은 “(학폭 사건은)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경찰청 업무보고 후 “경찰청은 인사검증 권한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전했다. 경찰청은 국수본부장 후보 인사검증에 관여하지 않고, 검증 결과만 보고받았다는 얘기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경찰청장은 인사검증 결과에 이상이 없다는 결과보고서를 받고 심의했다는 답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윤 청장이 정 변호사 추천을 강행한 장본인이라며 불신임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날 경찰 내부망에는 “무능한 경찰청장임을 인정하고 용퇴해야 한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경찰 중립성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등의 비판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정권의 시녀” “출세하려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지” 같은 원색적 비난 댓글도 적지 않았다.
윤 청장은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거취에 대해) 고민은 늘 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