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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젤렌스키 최측근 "연내 승리, '예측' 아니라 '분석'... 러시아, 분명 약해졌다"

입력
2023.02.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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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1년, 우크라이나를 다시 가다] <6신>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 단독 인터뷰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이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모처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이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모처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인 미하일로 포돌랴크가 "올해 안에 전쟁이 끝난다는 우크라이나의 말은 '예측'이 아니라 '분석'"이라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희망 섞인 전망'이 아니라 '현실적 판단'이라는 얘기다. 그는 "러시아의 군사력과 전략에 대한 이해, 전쟁 물자의 물류 예측 등을 종합한 결과 얻은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포돌랴크 고문은 특히, 수개월째 소모전이 벌어지고 있는 동부지역 상황에 대해 "우크라이나 땅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어느 지역이 더 중요하고, 어느 지역이 덜 중요하겠는가. 군대가 전략·전술적으로 (일시적 퇴각을) 선택할 순 있겠지만, '포기한다'는 개념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격전지에서 끝까지 싸워 러시아의 가장 센 부대를 파괴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전쟁을 빨리 끝내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25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걸어가던 중 손으로 입가를 닦고 있다. 이곳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다. 바흐무트=로이터 연합뉴스

25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걸어가던 중 손으로 입가를 닦고 있다. 이곳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다. 바흐무트=로이터 연합뉴스


"'이기냐, 지느냐'는 없다… '언제 이기냐'만 있다"

인터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지 꼭 1년을 맞은 24일(현지시간) 진행됐다. 포돌랴크 고문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가장 밀접히 소통하는 인물이다.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 데다,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의미가 크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등에서 러시아와 격전을 벌이고 있다. 수개월째 소모전이 이어지고 있어 우크라이나 군대의 손실도 상당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우크라이나군의 '후퇴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포돌랴크 고문은 "현재 러시아는 모든 군사력을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에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쉽지 않은 상황임을 부인하진 않았다. 그러나 곧바로 "우크라이나는 물러서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병력을 최전선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몰아내는 게 '내일의 적'을 '오늘의 적'보다 약하게 만드는 길이고, 그래야 전쟁이 더 빨리 끝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군대는 그래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군대의 손실을 줄이는 것은 물론, 전쟁 종료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국제사회가) 포탄, 미사일 등을 더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 수도 키이우의 성미하일황금돔 수도원 앞 성소피아광장에 서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는 군인 등에게 포상하며 승리를 다짐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 수도 키이우의 성미하일황금돔 수도원 앞 성소피아광장에 서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는 군인 등에게 포상하며 승리를 다짐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연내 종전'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포돌랴크 고문은 "개전 초만 해도 러시아군이 잘 훈련돼 있었고, 군대에 투입된 자금도 많았으며, 최신 기술마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러시아의 전투 능력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고 평했다. 러시아군에 대해 "새로울 게 없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차이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군사적 지원을 하는 국가들과 함께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발사체나 미사일 등을 '병적으로(hysterically)' 찾고 있다. 현재 전황을 고려할 때 러시아가 장기전을 위한 무기고를 축적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날이 따뜻해지면 언 땅이 녹아 진흙이 되므로 양국 모두 힘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도 일축했다. 포돌랴크 고문은 "날씨는 물론, 지리나 러시아의 의도 등은 전쟁을 전개하는 데 중요치 않다. 핵심은 우리가 얼마나 자원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이길 것인가, 이기지 못할 것인가'는 선택지에 없다"며 "우크라이나가 '언제' 이길 것인가가 유일한 선택지"라고 역설했다.

더 강력한 대(對)러시아 제재도 촉구했다. 포돌랴크 고문은 "러시아처럼 예측불가능한 나라가 원자력 같은 민감한 영역에서 활동해선 안 된다"며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인) 로사톰(Rosatom)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러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 국회의원 등 개별 인사에 대한 제재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이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모처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뒤 책상 앞에 앉아 있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이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모처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뒤 책상 앞에 앉아 있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젤렌스키 기자회견'과 '바이든 방문' 의미는…"

24일엔 젤렌스키 대통령의 기자회견도 진행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개별 언론 인터뷰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수백 명의 내외신 기자들과 한꺼번에 만난 건 처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위치는 보안 사항이라, 기자회견도 극비리에 진행됐다.

위험을 감수하고 대통령 기자회견을 연 이유에 대해 포돌랴크 고문은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인물이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1년을 종합한 이번 기자회견 또한 '역사'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지난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키이우 깜짝 방문에도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다. 포돌랴크 고문은 "'민주주의가 끝내 승리할 것'을 보여주는 거대한 상징"이었다고 했다. "'우리는 더 이상 러시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더 이상 국제사회의 의제를 형성하지 않는다' 등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게 그의 평가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아 수도 키이우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아 수도 키이우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키이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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