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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 높이기가 능사일까?

입력
2023.02.26 17:5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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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헌 교수의 건강 제안]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건강한 면역의 핵심은 면역력 증강이 아니라 ‘균형 잡힌’ 면역력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건강한 면역의 핵심은 면역력 증강이 아니라 ‘균형 잡힌’ 면역력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인터넷에서 면역력을 높인다는 식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고, TV와 신문을 보면 면역력을 높이는 비법을 알려준다는 기사가 넘쳐난다. 면역력을 높이는 게 정말 그렇게 중요할까.

면역이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세균ㆍ바이러스ㆍ음식물ㆍ화학물질ㆍ약ㆍ꽃가루 등 원래 내 몸의 것이 아닌 외부 인자를 방어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세균ㆍ바이러스ㆍ기생충 등이 넘쳐나고 피부ㆍ호흡기ㆍ위장관 등을 통해 우리 몸과 접촉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미생물이 우리 몸속에 침입할 때마다 항상 강력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면역 체계는 이들 수많은 외부 인자를 잘 모니터 하고 평가해 우리 몸을 위협한다고 판단될 때에만 면역 반응을 통해 외부 인자를 공격해 제거하게 된다. 이러한 반응을 염증이라고 한다.

이때 우리 몸은 외부 침입자를 공격하면서도 우리 신체 조직과 세포에는 되도록 손상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 수많은 면역세포가 모이고 다량의 염증 물질이 분비돼 인근 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면역력을 높이는 어떤 식품이나 약을 먹는다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줄까. 감염 상황이거나 면역력이 저하됐다면 우리 몸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면역 반응이 과도하면 우리 몸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과거 조류인플루엔자ㆍ메르스 유행기에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라는 의학 현상이 세인의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젊고 건강한 사람이 노인이나 면역 저하자보다 감염병 발생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쉽게 회복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면역력이 높은 젊은이 중 일부도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해 급격히 위중한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체내에서 생성 분비되는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정상세포까지 공격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다.

과도한 면역 반응이 질병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예가 자가면역질환과 알레르기성 질환이다. 자가면역질환은 세균ㆍ바이러스ㆍ이물질 등 외부 침입자로부터 내 몸을 지켜줘야 할 면역세포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병이다.

자가면역은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에 나타날 수 있는데, 갑상선ㆍ췌장ㆍ부신 등 내분비기관, 적혈구, 결합 조직인 피부, 근육, 관절 등에서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 알레르기는 집먼지진드기ㆍ곰팡이ㆍ꽃가루 같은 호흡기 항원과 우유ㆍ달걀ㆍ견과류ㆍ생선 등의 식품 항원 등 외부 물질에 대해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알레르기성 질환으로는 천식ㆍ알레르기 비염ㆍ아토피 피부염ㆍ식품 알레르기 등이 있다.

따라서 면역력은 정상인에게 피해나 불편함을 주지 않으면서도 우리 몸을 지켜주는 경찰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건강한 면역의 핵심은 면역력 증강이 아니라 ‘균형 잡힌’ 면역력이다.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는 특정 식품을 챙겨 먹는 것이 면역력 균형 유지에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 면역력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단백질ㆍ비타민ㆍ미네랄 등 영양소 균형을 맞춘 건강한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서 건강한 수면 습관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일반적인 건강 수칙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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