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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대박'도 소용없었나...33년 KT맨 구현모 대표도 외풍 견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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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대박'도 소용없었나...33년 KT맨 구현모 대표도 외풍 견디지 못했다

입력
2023.02.23 17:00
수정
2023.02.23 18:3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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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대표, 이사회에 연임 철회 의사 밝혀
KT, 구 대표 제외한 채 대표 선임 절차 이어갈 계획
KT 대표 자리 정권 바뀔 때마다 '낙하산' 논란

서울 광화문 KT 사옥. 김주성 기자

서울 광화문 KT 사옥. 김주성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을 포기했다. 임직원 수 2만 명, 연 매출 25조 원, 재계 순위 12위의 민간 통신 회사의 수장 자리를 놓고 KT가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일부에선 구 대표가 임기 동안 ①실적 개선 ②주가 부양 ③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고 연임 의지도 강력했던 만큼 결국 정치권의 압박에 못 이겨 스스로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23일 KT에 따르면 구 대표는 이날 KT 이사회에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사회는 구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여 다음 대표이사 사내 후보자 군에서 빼기로 했다. 구 대표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KT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임기 중 영업이익 40%·주가 90% 끌어올려

구현모 KT 대표가 2023년 1월 2일 서울 송파 사옥에서 열린 KT그룹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KT 제공

구현모 KT 대표가 2023년 1월 2일 서울 송파 사옥에서 열린 KT그룹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KT 제공


구 대표는 KT와 KTF 통합 이후 처음으로 내부 승진을 통해 대표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1987년 입사해 33년 동안 KT에서 근무하며 경영지원 총괄, 경영기획부문장 등을 두루 거친 '정통 KT맨'이다. 사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어느 누구도 구 대표의 연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구 대표는 취임 후 성장이 정체된 통신 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 디지코)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적극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구 대표의 임기 동안 KT의 주가는 90% 가까이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40%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KT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밀었던 미디어 사업에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신드롬 수준의 흥행을 거뒀다. 이에 지난해 11월 연임 의사를 밝힌 구 대표는 '연임 적격' 평가를 받았음에도 스스로 "복수 후보와 경쟁하겠다"고 경선을 자처했다. 결국 이사회는 내외부 인사 27명을 심사해 지난해 말 다시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단독 후보로 확정했다.

하지만 KT의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연임에 제동을 걸기 시작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국민연금은 KT 지분 9.95%를 보유 중이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해 12월 27일 임명되자마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KT와 포스코 같은 소유분산 기업들이 객관적·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해야 불공정 경쟁이나 셀프 연임, 황제 연임 우려가 해소되고 주주가치에 부합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도 거들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구 대표의 쪼개기 후원 논란 등을 언급하며 "부적격자가 CEO직을 연임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관치라고 비판받더라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되는 기회"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소유분산 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고 더했다. 이후 전 정권 인사로 불리는 이강철 사외이사가 자진 사퇴했지만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정권 바뀌면 CEO 갈리는 KT…낙하산 논란 현실화되나

시각물_구현모

시각물_구현모


KT 이사회는 구 대표 없이 다음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구 대표의 연임 포기에 따라 이전부터 불거졌던 낙하산 인사 및 전문성 논란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 구 대표 이전까지 KT 대표 자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갈리는 흑역사를 되풀이했다. 남중수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검찰 수사를 받으며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석채 전 회장도 박근혜 정부 취임 이후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황창규 전 회장은 연임 후 임기는 채웠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다.

이미 20일 발표된 KT 다음 대표 후보자에는 친여 성향의 정치권 인사들이 여럿 이름을 올려 시끄럽다. 34명의 후보자 중 18명의 사외 후보자에는 여권과 선이 닿는 전직 국회의원 혹은 고위 관료 출신들이 다수다. 상당수는 정보통신(IT) 업계와도 관련이 없는 인물들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는 3년마다 대표가 바뀌면서 주요 인사부터 기업의 중장기적 계획까지 완전히 뒤바뀌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렇게 외풍이 불다 보니 내부에선 경영 성과보다는 바깥 유력 인사들에게 줄 서기에 급급하다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구 대표는 임기가 남아 있는 만큼 현 KT CEO로서의 활동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당장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MWC)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한다. 행사 이튿날 진행되는 기조연설 단상에 서고, MWC 행사를 주최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이사회 멤버로서도 역할을 할 예정이다.

시각물_구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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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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