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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원 혈세 받아 쓴 노조회계 불투명" 윤대통령 말은 사실일까

입력
2023.02.22 18: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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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생방송으로 시청하고 있다. 뉴스1

2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생방송으로 시청하고 있다. 뉴스1

회계 서류 제출을 놓고 정부와 노조가 충돌하고 있다. 정부는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 327곳 중 63%(207곳)가 회계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고 이는 "법치를 부정하는 행태"이므로 과태료 부과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양대노총은 "노조 자주성 침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양측의 주장이 법에 근거한 것인지, 논란의 여지는 없는지 살펴봤다.

①'국민 혈세' 정부 보조금 사용 내역은 '깜깜이'인가

"국민 혈세인 수천억 원의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면서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는 법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20일, 윤석열 대통령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양대노총은 2018~2022년 5년간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로부터 총 1,521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연평균 304억 원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고용노동부가 177억 원을, 서울시(341억 원)를 비롯한 지자체가 총 1,344억 원을 다양한 명목으로 양대노총에 지원했다.

양대노총은 정부 지원금의 경우 엄격하게 관리·감독을 받고 있어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은 "국고 지원금은 공인회계사 2명이 포함된 외부 감사를 연 2회 실시해 결과를 고용부에 제출하고 있고, 전 과정은 기획재정부 시스템(e나라도움)을 통해 투명하게 처리하고 있다"며 "지자체 보조금도 해당 시·도의회에서 적법하게 승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이 중앙정부 및 서울시, 공공기관 등에서 지원받는 금액은 연 73억 원 수준이다.

민주노총은 정부 지원금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사무실 입주 건물 보증금을 약 30억 원 한 차례 지원받은 게 전부"라며 "현금으로 오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마음대로 빼서 쓸 수도 없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보조금은 매년 감사 및 보고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양대노총이 '국민 혈세'의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정부가 제출을 요구하는 자료는 각 노조가 조합원들로부터 받은 조합비의 운용 현황이다.

②노조는 회계 서류 '내지'를 정부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나

"국가로부터 다양한 혜택과 보호를 받으며 회계 관련 법령상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어느 국민이 이해할 수 있나."

22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회계 관련 법령상 의무'를 다하지 않는 노조는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회계 관련 법령상 의무'란 노조법 제14조를 의미하는데, 이 조항은 노동조합이 '조합원 명부와 규약, 재정에 관한 장부 등 서류를 사무실에 비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6조에는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 때는 이를 열람하게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고, 27조는 '노동조합은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조항의 준수 여부를 놓고 노조와 정부의 입장이 갈린다. 양대노총은 "서류를 사무실에 비치하고 있으며 조합원이 요구할 때는 언제든 열람할 수 있어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서류 비치 여부 확인 요청에 11종 서류가 비치된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 보냈고, 이로써 법에 명시된 의무를 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부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이며, 각 서류의 표지뿐 아니라 내지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법 조항 준수 여부를 증빙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내지 사진 1장'까지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지 제출'이 법에 규정된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정부가 행정적 재량권을 발휘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의 판단도 엇갈린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정부가 요구한 서류들이 노조 입장에서는 보안이 유지돼야 하는 서류일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간섭이 될 수 있다"면서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상급심으로 갈수록 정부가 이길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행정 명령을 내린 부처가 해석을 내놓은 대로 우선 제출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다툴 지점이 있으면 행정소송을 제기해 판단을 받아 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노조가 정부에 회계 자료까지 제출할 의무는 없다는 법 해석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노조법 14조와 26조, 27조에 대해 대법원 판례 취지 및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등을 검토한 결과 "27조에서 말하는 노조가 보고해야 하는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에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가 당연히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행정관청은 노조의 자주·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노조가 최소한의 민주성을 보장하고 있는지, 해당 법률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보고를 받는 것이므로, 대상은 제한적이고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곽주현 기자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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