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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사전 심문이 뭐길래… 법원·검찰, 감정선 건드리며 날 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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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사전 심문이 뭐길래… 법원·검찰, 감정선 건드리며 날 선 비판

입력
2023.02.22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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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개인 사생활 보호와 참여권 보장 차원"
검찰 "수사 무력화·2차 가해 유발 탁상공론"
"검찰 본질 흐리고 있어" "법원 사법 통제 시도"
대법, 형사소송규칙개정안 시행 전 의견수렴

검찰의 압수수색(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검찰의 압수수색(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대면심리 절차 도입을 담은 대법원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두고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법원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준수하고 무분별한 영장 집행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검찰은 수사 역량이 저하돼 피해자 인권을 오히려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 사전심문제도 등 입법예고

두 기관의 갈등은 법원행정처가 지난 3일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불거졌다. 개정안에는 기존에 없던 제58조2 조항이 담겼다. 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피의자나 변호인 등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사전심문)하는 게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처럼 압수수색 영장에도 심문 절차를 도입하겠다는 취지이다.

개정안에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에 휴대폰 등 전자정보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 등을 기재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피의자와 변호인 또는 피압수자에게 압수수색 집행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한다는 집행 참여권 강화 조항도 새롭게 포함(제60·110조)됐다.

법원 "검찰 압수수색 영장 청구 남발 제어 필요"

법원은 이번 개정안이 포괄적이고 무차별적인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제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갑자기 입법예고를 한 것이 아니라 법원 내부에서 수년간 고민해 왔던 사안을 제도화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법관들의 의견도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압수수색 발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영장판사들은 검찰이 제출한 압수수색 집행 계획서에 '~등', '~혐의와 관련된 정보'와 같은 포괄적이고 모호한 표현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 영장전담 경험이 있는 고법 부장판사는 "장소와 매체조차 특정되지 않은 압수수색 영장을 그대로 허용하면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지만, 범행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강조한 영장 청구서를 접하면 기각하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2019년 6월 기준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재판부가 사용한 별지 중 압수수색물 원본 반출과 복제 등과 관련된 항목 일부.

2019년 6월 기준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재판부가 사용한 별지 중 압수수색물 원본 반출과 복제 등과 관련된 항목 일부.

법원은 밀행성과 신속성 등 수사 역량을 해친다는 수사기관 비판과 최소한의 적법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사법부의 의무감 사이에서 우회로를 개발하기도 했다. 2010년대 초반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이 '영장 별지'를 고안한 게 대표적이다. 압수수색 영장을 일단 발부해 주되, 별지를 통해 현장에서 압수 목적물이나 방법에 제한을 둔 것이다.

법원은 그러나 별지의 실효성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장전담 판사가 부착한 별지 내용을 검찰이 지키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울산지법은 중견기업의 영업기술 국외 유출 사건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영장전담 판사가 두 차례에 걸쳐 부착한 '전자정보 출력 및 복사'와 관련된 별지 내용을 검찰이 지키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법원은 검찰이 압수수색 목적물을 '휴대폰' '노트북' '서버' '클라우드' 등 매체 전체로 포괄해 청구할 경우 인권 침해 소지가 상당히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서면 검토만 거쳐 발부된 영장은 실무에 부합하지 않고 재판에서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런 간극을 사전에 대면 심리로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검찰 "포괄적 사법적 통제" 반발

검찰은 대면 심리가 '포괄적이고 임의적인 사법적 통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대면 심리 도입 배경으로 법원이 꼽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 남발’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간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가 증가(2011년 10만8,992건→2022년 39만6,671건)한 것은 맞지만, 이는 과거에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아 왔던 △계좌 거래내역 △포털사이트 가입자 인적사항 △폐쇄회로(CC) TV 영상 등을 일일이 영장을 통해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사전 심리 제도가 도입되면 밀행성과 신속성이 생명인 수사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검찰 관계자는 "심문은 판사 재량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수사 초기인 압수수색 단계부터 사법적 통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규칙 개정안이 '누구든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심문을 받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검찰은 개정안의 집행 참여권 강화 조항 도입도 반대한다. 개정안은 '피의자, 변호인, 피압수자 참여 기회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피해자 관련 정보가 피의자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검색어를 압수수색 영장 청구 단계에서 기재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수사 실무를 전혀 모르거나,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검찰 간부는 "압수수색은 기본적으로 숨긴 정보를 찾기 위함인데, 개정안대로라면 누구든 알 수 있는 범죄 관련 용어로 저장한 파일만 검색하고 압수하라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법원은 그러나 검찰의 지적이 오히려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2차 가해나 밀행성이 우려될 경우에는 당연히 대면 심리에서 배제되며, 피의자와 제보자는 극히 예외적으로 부른다는 게 원칙"이라며 "대검 수사 예규에도 있는 내용을 명문화한 것일 뿐인데 부작용만 나열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 "다양한 의견 청취해 보겠다"

대법원은 "다음 달 14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최대한 청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검찰 의견도 참작해 상황에 따라 제한적으로 대면 심문을 진행하고 △마약 △방위산업 △기술유출 △간첩 △디지털성범죄 등 범죄와 무관한 단어로 검색어를 숨긴 경우가 많은 범죄수사에 한해선 예외적으로 검색어 제한을 두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영훈 기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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