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권리 옹호 법 제정 시도 맞물려
미국 청소년에 관련 의료 금지법 봇물
트랜스젠더 대상 '혐오 범죄'도 일어나
세계 곳곳에서 트랜스젠더 '입법 전쟁'이 한창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법적 성전환 절차를 간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다. 반대의 목소리도 커져 오히려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박탈하는 법안이 나오는 등 전선이 격렬해지는 모양새다.
'성별 정정 쉽게' 추진하다 스코틀랜드 행정수반 사임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행정수반이 최근 갑자기 사임한 배경에도 트랜스젠더 입법 논쟁이 있었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을 쉽게 하는 '성(性) 인식 법'을 놓고 영국 정부와 충돌했다. 전문가의 진단과 승인 없이도 법적으로 성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핀란드와 스페인에서는 각각 이달 1일(현지시간)과 16일 비슷한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고, 스위스, 아일랜드, 벨기에, 포르투갈 등 20개국에선 이미 법적 성전환의 문턱을 낮췄다.
반면 스코틀랜드에서는 스터전 수반의 강력한 의지에도 법안이 공회전했다. 두 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범죄자가 재판 과정에서 성을 바꾸고 여성 교도소로 간 일이 결정적이었다. 가뜩이나 영국의 법안 거부권 행사로 수세에 몰린 스터전 수반은 "남성 교도소로 이송하겠다"고 투항했지만, 비판은 가라앉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랜스젠더 권리에 대한 지지가 스터전을 문화 전쟁의 수렁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성전환 위축시키는 법안 내놓는 미국 공화당
성소수자(LGBTQ)의 권리가 어느 나라보다 보장되던 미국에서는 트랜스젠더를 위축시키는 법안이 쏟아진다. 성소수자 권리 운동단체 휴먼라이츠캠페인(HRC)은 올해 들어 의회에 제출된 340개의 반(反)성소수자 법안 중 150개가 트랜스젠더를 겨냥했다고 전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의료 접근권'을 막는데 사활을 걸었다. 청소년의 성전환 수술·시술 시 의료진은 물론 부모까지 아동학대로 처벌하는 법안들이다. 오클라호마주 등에서는 26세 미만의 성전환 의료행위를 막는 시도에 나섰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의료를 보장하며 '피난처'가 될 지역을 늘려가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트랜스젠더 권리 보호 논쟁이 차기 대선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트랜스젠더 법을 연구하는 에린 리드는 "공화당이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주(州) 하원에서는 성전환 반대법 발의가 두 배로 늘었고, 앞서 통과하지 못한 법안도 다시 내놨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50개 주 모두에서 어린이 성전환을 막겠다"고 공약했다.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제이 리처즈 선임연구원은 "공화당 의원들이 주 의회에서 관련 법안을 제대로 처리하면 정치적 이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혐오 분위기에 범죄 피해자 된 소수자들
세계 의회에서 정치적 이득을 계산하며 트랜스젠더 권리의 '허락' 여부에 골몰하는 사이 현실에서는 폭력의 수위가 높아졌다. HRC에서는 "관련 법안이 나오지 않은 지역에서도 트랜스젠더 아이들을 향한 괴롭힘이 늘었다"고 했다. 트랜스미디어워치의 제니 커모드는 "이전엔 성전환에 편견을 가졌더라도 주변의 눈치를 살폈던 이들이 분위기를 틈타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올해 1월 미국에서는 트랜스젠더 여성 재스민 맥(36)이 흉기에 찔려 숨졌다. 맥은 이전에도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칼에 찔리거나 총에 맞은 적이 있다고 지인들이 전했다. 영국에서도 이달 11일 브리아나 게이(16)가 비슷한 방법으로 살해됐다. 지난해 미국에서 피살된 트랜스젠더는 35명, 2021년엔 50명에 달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