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영장 청구서 보니]
성남시, 인허가 용적률 등 기업 요구 들어줘
검찰 "부도 위기 축구단 살리려는 정치적 동기"
두산건설·차병원도 후원금 고리 민원 해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관내 기업들에 후원금을 직접 요구하고 기업 현안을 해결해준 구체적 정황이 검찰 수사로 공개됐다.
17일 한국일보가 확보한 173쪽 분량의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푸른위례프로젝트 관계자들 모두 이 대표 요구로 성남FC에 거액의 뇌물을 공여하기로 결정했으며, 액수도 이 대표가 일방적으로 정해줬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그 대가로 현안을 해결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구속영장 청구서에선 이 대표가 네이버의 청탁을 들어주고, 그 대가로 후원금을 요구한 정황과 배경 설명이 자세히 담겼다. 네이버는 2013년 3월 자체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을 설립했지만 교육부 인가를 받지 못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네이버는 이듬해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옛 하수종말처리장 부지를 학교부지로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던 중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로부터 시에 기여하는 방안을 요구받았다. 이 대표가 성남시 관계자들에게 "네이버의 구체적 기여 방안을 원한다"며 "부지를 서둘러 매각할 의사가 없고 다른 기업과 달리 네이버가 그동안 성남시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네이버에 대한 이 대표의 기여 요구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성남시장 재선을 노리던 이 대표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축구단을 인수했지만, 운영자금 조달 문제 등으로 성남FC는 창단 8개월 만에 부도 위기에 놓여 있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4년 10월 성남시 관계자를 통해 "네이버가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선 성남FC에 50억 원 후원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네이버에 전달한 것으로 봤다.
네이버는 이 대표 요구를 거절하면 각종 인허가 관련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보고, 이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협의에 나섰다. 정 전 실장은 네이버에 "(이재명 시장) 임기 내에만 성남FC에 후원하면 된다"며 "잔여 임기인 3년 동안 매년 40억 원 합계 120억 원을 후원하거나, 최소 매년 20억 원 합계 60억 원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네이버와 정 전 실장은 결국 성남FC 후원금 액수를 3년간 40억 원으로 최종 합의했다. 다만 후원금 출처가 네이버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제윤경 전 의원이 운영하는 사단법인 '희망살림'을 통해 기부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네이버는 성남FC 후원금 지급 대가로 성남시에 △건물 신축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 △신축 건물 근린생활시설 지정 △최대용적률 상향 등을 요구했고, 성남시는 네이버의 민원을 들어줬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네이버뿐 아니라 두산건설, 차병원에 대한 구체적 기여 요구도 담겼다. 2013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병원부지를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하고 싶었던 두산건설은 기부채납 5%를 제안하자, 이 대표가 성남시 관계자들에게 “두산건설을 상대로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검찰은 차병원 역시 이 대표가 정 전 실장을 통해 성남 FC 후원금을 요구하면서, 그 대가로 분당구 야탑동 옛 분당경찰서와 분당보건소 부지 용도 변경 등 특혜를 제공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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