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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지분 확보' 하이브, SM 품고 공룡 엔터 기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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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지분 확보' 하이브, SM 품고 공룡 엔터 기업 될까

입력
2023.02.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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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모습. 뉴스1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세계 정상의 스타로 키우며 급성장한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이수만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업계 1위 기업이 원조 K팝 기획사를 품고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K팝 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10일 하이브는 이수만 SM 창업자이자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18.46% 중 일부인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전날 "SM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 등 지분 인수와 관련된 사항을 지속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 불과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낸 발표다.

하이브는 이수만 지분에 소액 주주 지분 최대 25%를 공개매수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달 정기 주총을 앞두고 하이브와 SM 측은 경영진 교체를 두고 표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는 내달 6일 이수만의 지분 취득만 완료해도 단숨에 SM 최대 주주에 등극한다. 지난 7일 SM이 발행하는 신주 확보 등을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카카오와 SM 경영진에겐 악재다. SM 경영진은 이수만 창업자가 하이브에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식에 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수만의 이번 지분 매각과 관련해 카카오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반면, SM 경영진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은 반대한다"며 반발했다. 이수만은 SM을 상대로 신주 발행은 위법이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하이브는 더욱 손쉽게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이브는 이번 거래를 두고 "SM 인수는 양사의 글로벌 역량을 결집해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함"이라며 "방시혁 의장과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는 이번 계약 체결에 앞서 K팝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하이브가 SM을 인수하게 되면 시가총액 10조 원이 넘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10일 현재 하이브의 시총은 8조763억 원이며 업계 2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SM과 JYP엔터테인먼트는 각각 2조7,307억 원, 2조6,020억 원이다. SM 인수 후 하이브와 JYP의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된다.

방탄소년단,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뉴진스, 르세라핌 등이 있는 하이브의 산하 레이블로 엑소, NCT,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에스파, 레드벨벳 등을 보유한 SM이 들어가면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도 관심사다.

독과점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0억 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억 원 이상인 상장 회사 주식을 15% 이상 취득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하는데 이번 지분 인수 비율이 14.8%여서 신고 의무가 없다. 다만 공정위는 두 기업의 합산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서 독과점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우 하이브의 지분 인수를 막거나 제한할 수 있다.

방시혁(왼쪽) 하이브 의장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수만은 지난 2010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 공식적으로 경영에서 손을 뗐으나 자신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총괄 프로듀서로서 SM 경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자신의 처조카인 이성수 대표와 매니저 출신인 탁영준 대표를 공동대표이사로 세운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지난 2020년부터 카카오, CJ ENM 등과 지분 매각 협상을 이어 왔으나 최종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는데 경영권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창업자는 그러면서도 처음부터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하이브와는 거리를 뒀다.

상황이 급변한 건 최근 SM 경영진과 이사회가 이수만 창업자와 결별을 선언하며 이수만 1인 프로듀싱 체제로 움직이던 제작 방식을 멀티 프로듀싱 체제로 바꾸겠다고 밝히면서다. SM 경영진은 SM의 소액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지난해 말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조기 종료했다.

일각에선 이수만 창업자가 '백기사'인 하이브를 등에 업고 다시 SM 경영권을 회복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이수만은 SM 경영에 일절 개입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브 측은 "이수만 창업자는 계약상 향후 3년간 국내를 제외한 해외에서만 프로듀싱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 경영권을 행사하거나 프로듀서로 SM에 복귀할 수 없다"며 "같은 기간 SM 임직원을 고용하거나 SM 소속 아티스트와 계약을 체결할 수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이 창업자는 하이브가 지정한 인사를 SM 이사로 선임하는 데 협력하고 SM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도 하이브에 위임하기로 했다"면서 이수만이 경영은 물론 인사에도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수만으로선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 실익을 포기하면서까지 경쟁사에 지분을 넘기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SM 경영진이 카카오와 손잡고 추가 지분을 매수해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업계에선 대세가 하이브 측으로 기운 것으로 보고 있다. 주주이익 실현이 목적인 소액 주주들이 업계 1위인 하이브의 등장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이브 측은 이번 지분 인수와 함께 얼라인 측이 제기했던 여러 문제들을 해소했다고 밝혔다. 하이브 공시 이후 SM 주가는 이날 16.45% 뛰었다.

이수만 창업자가 SM 지배구조 개선에 협조하기로 한 것도 주주 입장에선 플러스 요인이다. 이수만은 라이크기획과 SM 간 계약 종료일로부터 3년간 일부 수수료를 받기로 했으나 이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이수만과 그의 특수관계인이 보유하는 계열회사인 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의 지분 및 에스엠브랜드마케팅의 지분도 하이브가 매수할 예정이다.

그간 SM 경영진을 괴롭혀 온 얼라인은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이브에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요구하면서도 "하이브와 SM 간에 다양한 사업적 교류가 있을 수 있다"며 "(하이브의 지분 인수는) 이사회 장악 및 경영권 확보 목적이므로 25% 지분이 아니라 일반투자자가 보유한 지분 전체에 대해서 공개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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