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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강진 난다면... “지역은 영남권, 규모는 6.8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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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강진 난다면... “지역은 영남권, 규모는 6.8 정도”

입력
2023.02.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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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발생 잦은 곳, 단층도 많아”
“과거 강진 규모 재발 가능성 커”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동 대동빌라 외벽이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5.4 규모의 지진에 무너져 내린 가운데 일부 벽돌이 주차된 차량을 덮쳤다. 뉴스1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동 대동빌라 외벽이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5.4 규모의 지진에 무너져 내린 가운데 일부 벽돌이 주차된 차량을 덮쳤다. 뉴스1

지난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옛 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한 규모 7.8과 7.5의 강진으로 누적 사망자가 2만 명을 넘어서는 등 피해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진에 대한 경각심도 날로 커지고 있다. 한반도에서 강진이 일어난다면 언제, 어디서, 어느 정도 규모일까.

정확한 시기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영남권 지역에서 6.8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에 지진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진다. 한반도는 튀르키예·시리아처럼 양쪽이 충돌하는 대륙 판 경계 지역이 아니어서 지진이 잦지는 않다. 그만큼 강진 발생 빈도도 드물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643년 경상도 남동부에서 규모 7.0 이상으로 추정되는 강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 1952년 평양 인근 강서 지역에서도 규모 6.3 정도로 평가되는 강진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현재도 한반도에 강진은 없다고 안심할 수 없는 시기란 분석이 나온다.

신진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규모 5.0대 정도의 지진은 10~20년 주기로 반복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보다 큰 지진은 통상 10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1950년대 기록만 해도 전쟁통이어서 정확한 지진 관측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재난 안전 대비 측면에서는 언제든 6.0대 규모의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그에 대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지진 발생 75%는 영남권... 경상남·북도서 강진 가능성 커"

경북 울산시에서 2016년 9월 12일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해 아파트가 크게 흔들리자 놀란 주민들이 아파트 밖으로 대피해 있다. 연합뉴스

경북 울산시에서 2016년 9월 12일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해 아파트가 크게 흔들리자 놀란 주민들이 아파트 밖으로 대피해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의 강진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는 영남권이 꼽힌다. 지층에 쌓인 압력이 지반이 약한 단층대를 따라 한 번에 방출되는 게 지진이다. 규모에 상관없이 지진이 잦은 곳에 움직이는 땅의 균열, 즉 단층이 존재한다는 뜻인데 이 단층도 영남권에 많이 분포된 것으로 보인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진 발생의 75% 정도는 영남권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수도권과 강원 지역은 상대적으로 발생 횟수가 적은 편”이라며 “한반도에서 강진이 발생한다면 경상남·북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발생 가능성이 큰 강진의 규모는 어느 정도로 보는 게 타당할까. 김 교수는 “대부분의 지진 연구자 공통으로 6.8 정도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 현대식 지진관측소가 마련된 것은 1978년이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종종 발생한 강진의 최대 규모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고려사, 삼국사기, 조선왕조실록 등에 나타난 지진피해 기록으로 추정할 때 최대 이 정도 규모의 강진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 비슷한 규모의 재발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진 발생 진원 깊이는 15㎞ 정도, 일본 대지진 영향도...

울산 남구 남산초등학교에서 2022년 11월 23일 열린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서 초등학생들이 지진 발생 상황을 가정한 비상벨이 울리자 헬멧을 쓴 채 책상 아래로 몸을 피하고 있다. 뉴스1

울산 남구 남산초등학교에서 2022년 11월 23일 열린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서 초등학생들이 지진 발생 상황을 가정한 비상벨이 울리자 헬멧을 쓴 채 책상 아래로 몸을 피하고 있다. 뉴스1

강진의 최대 예상 규모는 7.0 정도로 추정된다. 판 경계가 아닌, 판 내부 지진의 경우 견딜 수 있는 지층의 응력 한계치가 있다. 이를 넘으면 지진이 발생하는데 한반도 지층은 임계치가 이 정도란 뜻이다. 학계는 이 같은 한반도의 특성상 지진 발생 시 진원의 깊이도 지표면에서 최대 15㎞ 정도로 추산한다. 튀르키예 지진의 경우 진원이 지표면에서 깊이 약 17.9km 지점이었다.

판 경계지역인 일본에서 일어나는 대지진도 한반도 강진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큰 지진이 일어나면 발생 지역에서 해소된 응력이 단층이 연결된 주변 지역 지층에 쌓여 또 다른 지진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2016년 경주, 2017년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0대의 강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강진 발생 예상지 영남권 한정할 수 없다" 반론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한반도의 강진 발생 예상지를 특정 권역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에 영남권 관련 서술이 많았던 영향일 뿐,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지진은 예로부터 한반도 전역에서 골고루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경주·포항 지진 이전, 현대식 관측소가 없었던 시절의 강진은 영남권에 한정되지 않았다는 설명도 있다. 지진 관측소가 대폭 늘어난 후 지진은 한반도 전역에서 고루 발생한 것으로 기록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2000년대 이후 지진계 분포가 전국으로 고루 퍼지면서 지진 분포도 전국적으로 고루 나타나고 있다”며 “경주, 포항 지진 이전의 강진도 영남권에 한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북한 핵실험, 백두산 화산 폭발, 기후변화... "한반도 강진 가능성 별개"

백두산 천지 전경.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일보 자료사진

백두산 천지 전경.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일보 자료사진

북한 핵실험의 경우 실험장 주변에 소규모 지진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지만, 이 때문에 남한에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진단이다. 미국도 네바다주 등지에서 수없이 핵실험을 했고, 이 때문에 인근에 지진이 난 적은 있다. 하지만 핵실험이 남·북한 정도의 원거리까지 영향을 미쳐 강진을 일으킨 적은 없다. 핵실험으로 방출되는 에너지가 강진을 일으킬 정도의 응력을 지층에 축적시키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또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도 남한의 강진 가능성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강진의 영향으로 화산이 폭발하는 경우도 있고, 화산 폭발이 주변 지역의 지진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백두산 화산 폭발이 지하 단층에 영향을 미쳐 남한에 강진을 일으키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는 설명이다.

1978년부터 한반도 지진 발생 건수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이 때문에 강진 가능성도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는 실제 지진 발생 건수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지진 관측소가 늘어난 결과란 설명이다.

기후변화도 한반도 강진 발생 가능성과는 별개라는 설명이다. 극지방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아 단층의 압력이 떨어지면서 지층이 솟구치는 형태의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한반도에는 영구동토층이 없어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할 위험성이 거의 없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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