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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창당 나선 정의당 어디로 가나… "정의당 시즌2" vs "발전적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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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창당 나선 정의당 어디로 가나… "정의당 시즌2" vs "발전적 해체"

입력
2023.02.11 04:30
수정
2023.02.11 09:27
5면
0 0

<하> 백가쟁명식 재창당 논의
당원들 "사민주의 이념 중요해"
당명·강령에 정체성 반영 요구
"무당층 품는 제3신당" 주장도

이정미(가운데) 정의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환승센터 앞에서 열린 '대중교통 요금 인상 저지, 대중교통 3만원 프리패스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정미(가운데) 정의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환승센터 앞에서 열린 '대중교통 요금 인상 저지, 대중교통 3만원 프리패스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한 정의당은 올해 재창당을 추진함으로써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재창당 논의가 시작되자 당내에선 벌써부터 '어떤 재창당이 돼야 하는가'를 두고 상이한 목소리들이 새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의당의 근간을 지키는 선에서 당명과 강령을 일부 수정하는 방식의 '정의당 시즌2'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공존하는 실정이다. 재창당 논의가 본궤도에 오를 경우 격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11일 국회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당 재창당 작업의 첫 삽을 뜬다. 이날 전국위의 핵심 안건은 재창당추진위원회(추진위) 구성을 논의하는 것이다. 추진위원장을 맡기로 한 이정미 대표를 필두로 어떤 위원들이 참여할지가 현재 정의당의 최대 관심사다. 위원 면면이 드러나면 재창당 방향성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추진위 구성 직후 정의당은 7월까지 당명과 강령 개정을 목표로 쇄신안 마련에 나선다. 이어 전국 당원들과 소통을 거쳐 8, 9월 무렵엔 재창당 작업을 마친다는 게 현재의 계획이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총선에는 새 간판을 달고 유권자를 만나게 된다.

정의당 당원이 생각하는 중요한 이념 성향. 그래픽=송정근 기자

정의당 당원이 생각하는 중요한 이념 성향. 그래픽=송정근 기자

당명·강령 개정의 핵심은 당의 노선 정비다. 정의당이 지난해 7월 당원 8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당원들은 '정의당에 가장 중요한 이념'으로 '사회민주주의'(47.1%)와 '사회주의'(24.0%)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당 지도부도 당원들의 목소리에 공감하는 편이다. 지난해 6·1 지방선거 참패 직후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이은주 원내대표는 "자본주의의 수정을 위해 다원주의·민주주의 원리에 기초한 '한국적 사회민주주의'야말로 발전시켜야 할 미래"라며 "당원, 시민들에게 우리가 지향하는 사민주의가 어떤 국가인지 형상화해서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의 재창당 논의가 당의 사회민주주의 정체성 강화로 흘러갈 가능성이 적지 않은 셈이다. 정의당 원내 관계자는 "지금 추세라면 새 당명으로 '사민당'이 채택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사민주의를 표방하는 '정의당 2기'를 뛰어넘어 보다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 지도부의 기조인 "정의당 비전과 가치의 업그레이드"(이정미 대표) 수준으론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기류에 공감하는 이들은 "당의 전면 해체까지 각오하고, 제3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조성주(가운데) 전 정의당 정책위부의장이 지난해 9월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호정(왼쪽), 장혜영 의원이 조 전 부의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한자리에 섰다. 오대근 기자

조성주(가운데) 전 정의당 정책위부의장이 지난해 9월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호정(왼쪽), 장혜영 의원이 조 전 부의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한자리에 섰다. 오대근 기자

조성주 정치발전소 이사장이 주도하는 당내 의견그룹 '세 번째 권력'은 정의당의 '발전적 해체'를 기치에 내걸었다. 당 지역위원장 등 인사 30여 명이 참여 중인 이 그룹은 당 정책위 부의장을 지낸 조 이사장과 장혜영, 류호정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조 이사장은 "진보정당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재창당이 조직 재정비 차원으로 끝나선 안 된다"며 "내용과 형식 면에서 훨씬 파괴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과는 구분되는 완전히 독자적인 세계관이 필요하다"면서 "이념운동이 아닌 현실정치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세 번째 권력'은 오는 20일 공개토론회를 열고 재창당 방향성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세 번째 권력'의 공동대표인 장혜영, 류호정 의원은 5월 초 임기가 끝나는 이은주 원내대표에 이어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둘 중 한 명이 원내 지도부가 될 경우 정의당의 '발전적 해체론'에 상당 부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영 전 정의당 수석대변인이 지난해 9월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후보에 출마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동영 전 정의당 수석대변인이 지난해 9월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후보에 출마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동영 전 수석대변인을 구심점 삼아 형성된 '당내 혁신모임(가칭)'도 정의당에 '창조적 파괴'를 요구하고 있다. 이 모임에도 지역위원장을 포함한 3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전 대변인은 "정의당은 지금 정체성 정치에 너무 매몰돼 있다"며 "거대 양당의 관심에서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는 '제3지대 대안신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혁신모임'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20~30% 비율의 무당층을 겨냥한 신당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 △인구 △기후 △노동 △소득 문제를 핵심의제로 삼을 계획이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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