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발생 사흘째... 구조 작업은 여전히 난항
"당신들은 늦었어요.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요!"
7일 새벽(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의 항구도시 이스켄데룬.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지진 피해 현장에 구조대가 막 도착했을 즈음, 정적을 깨고 한 여성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아르주 데데오글루씨는 무너진 건물에 두 조카가 갇혔다며 눈물을 흘렸다. 하루 내내 도움의 손길이 없었고, 개인 장비로 직접 땅을 파려 해도 현지 공무원들이 허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계속 기다렸지만 아무도 안 왔어요. 저 돌무더기 속에 있는 두 아이는 이미 세상을 떠났겠죠. 왜 더 일찍 오지 못했나요?”
규모 7.8의 강진이 이곳을 덮친 지 사흘째인 8일까지 구조를 위해 전문 요원과 장비를 급파한 나라는 70곳이다. 튀르키예 정부 인력도 수만 명에 달한다. 생존자 구조 확률이 높은 ‘골든 타임’은 사고 후 최대 72시간. 아직 시간은 남아 있지만, 피해 지역 접근부터 어렵다. 계속되는 여진과 악천후도 수색을 방해하는 요소다.
재난 지역은 이스탄불에서 1,000㎞ 이상 떨어져 있다. 인근 공항들도 여럿 폐쇄된 데다, 작은 규모 탓에 구조 인력과 장비를 감당하기 힘들다. 오키타 요스케 일본 게이오대 국제 응급관리 전문가는 “더 큰 공항으로 가서 육로로 이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도로와 교통시설도 상당 부분 파손됐다.
"곡괭이와 지렛대 소리만 울려 퍼져 "
구조는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하지만 필사적인 노력도 압도적 규모의 재난에 대처하기엔 역부족이다. 정부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현장 곳곳에선 붕괴된 건물 잔해 틈으로 흘러나오는 가족, 친구의 목소리를 견디다 못한 이들이 맨손으로, 또는 소형 도구로 땅을 파헤치고 있다.
7일 밤 튀르키예 남동부 안타키아 지역의 현장도 그랬다. 한 남성은 “10분 전 (가족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말없이 망치로 건물을 부쉈다. 이스탄불에 사는 그가 이곳에 올 때까지 구조대는 도착하지 않았다. BBC는 “곡괭이와 지렛대가 콘크리트를 때리는 소리가 안타키아 도시 전체에 메아리친다”고 전했다.
문제는 개인 차원의 구조 작업이 사고 위험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자신을 ‘산악인’이라고 밝힌 에게씨는 “무작위로 땅을 파는 건 안전하지 않다”며 “사람들을 말려도 듣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더딘 구조의 손길 속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위치를 알리는 생존자들도 있다. 말라티아에서 지진을 겪은 대학생 보란 쿠파트씨는 ‘왓츠앱’에 “아파트 2층에 있다”는 글을 올렸고, 친구들이 구조대에 이를 알린 덕에 6시간 후 구출됐다. 그러나 SNS엔 여전히 구조되지 못한 이들의 외침이 울려 퍼지고 있다.
아비규환의 현장은 “정부는 없다”는 피맺힌 절규로 가득하다. 국경 도시 가지안테프의 무너진 건물에 파묻힌 아버지의 구조를 기다리던 한 남성이 여당 의원에게 “국가가 왜 이리 무력한가”라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담긴 온라인 영상이 대표적이다.
'설상가상' 유일 수송로도 막힌 시리아
이번 지진의 또 다른 피해 지역인 시리아 북서부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다. 13년째 정부군과 내전 중인 반군의 거점 지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잇는 유일한 도로도 지진으로 파손되면서, 튀르키예에 도착한 전 세계의 구호물자를 수송할 통로도 막혔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권은 국제사회에 아무런 지원 요청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사태 수습에 나선 건 비정부단체(NGO)다. 하지만 지진 발생 이전에도 이미 난민 400만 명이 있던 터라, 비축 구호품은 턱없이 부족하다. 의료협회재단에서 일하는 바히드 타잘딘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지국장은 “터키는 (그나마) 정부가 인프라와 구조팀을 조직하지만, 시리아 북부에선 대응을 담당할 정부가 없다”고 지적했다. 자원봉사단체인 시리아민방위대(일명 ‘화이트 헬멧’)는 “우리 능력으로는 부족하다. 국제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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